산업부는 오는 2025년까지 CVC 정책펀드를 1조원 조성하고 ▲CVC 참여형 연구개발(R&D)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추진 ▲CVC 투자기업 성장 지원 ▲CVC 제도개선 등 ‘CVC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CVC 업계도 기업 내부자금 및 외부 출자를 통해 스타트업의 기술 검증과 사업화 역량, 국내외 네트워크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1조원 정책 펀드와 함께 7조원 규모의 CVC 펀드를 추가 조성하고, 모기업·계열사의 역량을 총동원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기술 검증 및 시장 개척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벤처활성화 3법(벤처3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CVC 규제 개선에 정책 역량을 쏟아 경기 둔화로 얼어붙은 벤처 시장에 온기를 불러일으키겠다는 것이다.
먼저 일반지주회사의 CVC 외부 출자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한다. 그간 외부 자금 출자 비중 제한으로 펀드 규모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재 CVC가 받을 수 있는 외부 출자 비중은 개별 펀드의 40% 이내로 제한돼 있는데, 이 범위를 넓혀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다.
일반지주회사의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 보유 허용을 추진하는 내용으로 공정거래법 개정도 추진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일반지주회사는 CVC를 설립할 때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사)와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신기사) 라이선스만 취득할 수 있다.
전략적 투자(SI)를 중심으로 한 CVC 특성상 재무적 투자(FI)에 집중된 창투사와 신기사보다 초기 창업기업 발굴과 신사업 연계가 용이한 창업기획자 형태가 적합하지만, 창업기획자 라이선스가 빠져있어 그간 CVC 역할이 제한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민간 벤처 모펀드를 통한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당 투자 금액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한다. 관련 1호 펀드 조성도 추진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내국법인이 민간 벤처 모펀드를 통해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면 실제 벤처투자 금액의 5%와 직전 3년 평균 투자액 대비 증가분의 3%에 대해 법인세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4월 벤처투자법 개정으로 민간 벤처 모펀드 결성 근거가 마련됐다.
비지주회사 CVC가 존재하나 민간 재원을 바탕으로 기업 성장을 지원하기에는 규모와 역량 측면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이 발표한 ‘CVC의 도입방안’ 연구에 따르면 국내 일반 VC 펀드의 평균 규모는 318억원인 반면 국내 비지주회사 CVC는 204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당 투자규모도 일반 VC가 31억원인 반면 국내 비지주회사 CVC는 17억원에 불과해 비지주회사 CVC가 일반 VC보다 영세한 투자 양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 비지주회사 CVC가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에서 피투자기업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주도적인 투자자가 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 CVC라는 투자 주체의 속성과 운용원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규제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 CVC 현황과 일반지주회사 CVC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일반지주회사 CVC가 국내의 특수 상황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관행과 정합적인 방식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규제 환경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국내 일반지주회사 CVC 관련 규제 중 100% 자회사 설립 의무와 비투자 금융업 금지는 해외 CVC의 관행과 배치되는 규제라고 할 수 없지만, 외부자금 유치와 관련된 운용규제는 금산분리 원칙의 예외로 기 허용된 규제 한도의 범위 내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일반지주회사 CVC의 펀드 결성과 관련해 40%로 설정된 개별 펀드 단위의 외부자금 조달 한도를 CVC가 운용하는 펀드 출자금액 총액의 40%로 변경해 개별 펀드 출자자 구성의 자율권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중기적으로는 일반지주회사 CVC에 대한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의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시장 반응의 양태에 따라 향후 규제 완화를 점진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