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이차전지주에 대한 투자 열기가 지속되면서 지난달 국내 증시 공매도 거래금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변동성도 크게 확대됐다. /그래픽 = 한국금융신문
증권가에서는 이번 상황을 이차전지주의 과도한 흐름에 대한 되돌림 과정으로 평가하고 공매도 청산보다 신규 진입이 많은 점을 근거로 변동성 장세의 지속을 전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증시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총 22조872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거래소의 자회사 코스콤이 공매도 거래집계를 시작한 지난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이며 지난 4월 기록한 기존 최대치 19조2077억원을 3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특히 지난 28일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잔고 금액이 가장 높은 종목은 이차전지 대장주로 꼽히는 포스코홀딩스(1조1186억원)였으며 ▲포스코퓨처엠(8313억원) ▲포스코인터내셔널(3147억원)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코스닥에서도 이차전지 관련주인 ▲에코프로비엠(7954억원) ▲에코프로(7046억원) ▲엘앤에프(4770억원)가 공매도 잔고 금액 1~3위를 기록했다.
이같이 개인투자자와 공매도 세력이 만들어낸 과도한 이차전지 쏠림 현상은 증시 전체의 변동성도 키웠다.
거래소에서 개별 종목 주가의 급격한 변동을 막기 위해 마련한 안전장치인 변동성 완화 장치는 지난달 동안 총 4813회 발동했다. 코스피의 금양은 32회 발동했으며 코스닥에서는 포스코DX가 27회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포스코인터내셔널(16회) ▲LS네트웍스(14회) ▲에코프로비엠(12회) ▲에코프로(12회) ▲포스코퓨처엠(11회) 등 이차전지 관련주 중심으로 발동됐다.
증권가에서는 이차전지로 인한 증시 변동성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신중한 투자를 권고했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실적 대비 높은 주가로 고밸류에이션 논란이 있는 종목들에 대한 공매도 청산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면서 “많은 공매도 포지션이 정리되며 증시 변동성이 완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7월 많은 종목의 공매도 청산이 일어났지만, 주가 상승에 따른 새로운 공매도 포지션 진입도 늘어나는 추세며 코스닥은 오히려 공매도 청산보다 신규 진입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강 연구원은 “포모(상승장에서 뒤쳐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FOMO) 현상으로 인한 수급 유입과 고밸류 부담으로 인한 공매도 자금 간의 세력 다툼이 지속되며 증시 변동성은 여전히 클 것”이라면서 “단기 수급을 따라가기보다 차분히 산업과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탈)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2차전지 산업의 장기 성장성과 미래 실적에 대한 가시성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단기적으로 과도한 흐름에 대한 되돌림 과정은 불가피하다”면서 “현 시점에서는 이차전지로 극단적인 쏠림현상이 전개된 이후 투자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급등세를 지속해 가던 이차전지 관련주의 주가가 급락세로 반전된 후 다시 반등세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이는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다 잠시 반등하는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반등이 이어지더라도 이차전지 소재주로의 과도한 쏠림현상의 후폭풍을 경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쏠림 현상이 완화되고 균형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인 환율 ▲국내 시장에 한정된 문제 ▲기업이익 개선 ▲제조업 지표 개선 등을 근거로 “이차전지로의 쏠림이 시장 변동성을 만들었지만, 코스피 추세가 바뀔 수 있는 이벤트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면서 “지나친 쏠림에서 일부 유동성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뿐, 경기 관련된 부분에서의 변화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전한신 기자 poch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