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고속도로 기존안 및 국토부 대안 노선도 및 기대효과 / 자료제공=국토교통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사업의 갑작스러운 종점·노선 변경 과정에 김건희 여사 일가에게 특혜가 주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원희룡닫기원희룡기사 모아보기 국토부장관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는 동시에, “야당의 날파리같은 정치 공세에 국력을 낭비할 수 없다”며 대안노선을 포함한 모든 사업 일체를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 국토부 “대안노선이 훨씬 경제적, 교통분산 효과도 커…김건희 땅 몰랐다”
이번 의혹은 2년 전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한 해당 노선이 지난 5월에 갑자기 변경됐고, 변경된 노선의 종점인 양평군 강상면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는 것이 골자다.
국토부는 2017년부터 경기 하남시와 양평군을 잇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이후 사업성 등을 고려해 예타를 통과한 노선 외 2개 대안 노선이 새롭게 제시됐다. 국토부는 대안 노선 등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와 주민 설명회 등을 거쳐 최종 노선을 확정할 계획이었다.
국토부는 10일 해명자료를 통해 일련의 의혹들을 반박하고 나섰다. 먼저 종점변경을 통해 사업비가 1300억원가량 증가해 경제성이 악화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종점 변경으로 인한 사업비 증가는 1300억원이 아니라 140억원에 불과하며, 이로 인해 얻어지는 교통정체 해소 효과를 고려하면 변경 노선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폈다.
국토부 주장에 따르면 기존 예타통과안은 IC(인터체인지)가 없고 종점부가 양서면에 치우쳐, 주민 이용 측면에서 불리했다. 대안노선은 IC를 설치할 수 있어 주민 편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주장이다. 국도 6호선 등 교통량 분산효과도 하루 1만5800대 규모로 대안노선이 2만2300대의 교통분산 효과가 있을 것에 비하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번 종점 변경을 두고 주민공청회 등의 의견수렴 과정에 전혀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는 다양한 대안 검토를 통해 최적노선을 찾아가는 타당성평가 단계로 노선이 변경된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즉 5월에 제시한 안을 토대로 추후에 주민설명회 등을 진행할 예정이었다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전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도 뜨거운 감자다. 원희룡 장관은 앞서 “(제가) 김건희 여사 땅이 거기(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근처에) 있었다는 것을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인지하는 게 있었다고 한다면 저는 장관직을 걸 뿐만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발언으로 해당 논란을 일축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다양한 노선안을 검토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중간 과정에서 장관이 그런 내용을 보고받을 이유도 없고, 통상적인 고속도로 타당성평가 과정에서 토지 소유자를 파악하는 절차도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원 장관이 김 여사 일가의 땅 소유 사실을 지난 6월 29일 처음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질의서를 보내와 실무 부서로부터 보고받는 과정에서 이를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작년 국정감사 질의는 양평군에 있는 여러 땅의 형질 변경이 불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확인해보겠다고 답변한 것"이라며 "확인 결과 중부내륙고속도로 산지의 형질 변경에 관한 사항으로 국토부와 관련이 없어 이에 대한 별도 검토는 없었고 국감 결과보고서에도 실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 사진=국토교통부
이미지 확대보기◇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역풍’ 우려…하남·광주·양평은 사업재개 공동입장문 발표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지자 여당인 국민의힘조차 ‘역풍이 부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희룡 장관의 백지화 발언이 터진 이후 "국책사업이 정치적 선동이나 가짜뉴스로 인해 중단돼 지역 주민이 큰 피해를 보게 되는 일이 생긴 것에 대해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하는 한편, "민주당의 지속되는 가짜뉴스, 정치공세로 정상적인 사업 추진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니 중단한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백지화’가 아닌 ‘일시중단’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당사자인 원희룡 장관은 발언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공세에 끌려가면 사업도 안 되고 앞으로 유사한 사례들이 계속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거짓 선동에 의한 정치 공세는 확실히 차단한다는 차원에서 비상한 각오로 임할 것"이라며 "지금처럼 거짓 정치 공세가 계속되면 사업을 하려 해도 할 수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해당 사안에 대해 "기본적으로 국토교통부가 알아서 해야 할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다.
국회 한 관계자는 ”문제가 없다면 대안대로 합리적인 토의를 통해 진행했으면 될 일이고, 민주당도 리더십 부재로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충분히 유리하게 흘러갈 수 있는 부분이었다“며, ”이번 백지화 선언은 잘 가고 있던 사업을 너무 급하게 뒤집어버리는 바람에 오히려 정부와 여당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간 윤석열정부의 노선은 야당이나 여론 반대가 있어도 본인들이 옳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움직임을 보여왔고, 그런 부분들이 지지층들의 호평과 결집을 이끌어내온 바 있다“며, ”그런데 이번처럼 야당의 의혹제기를 이유로 사업을 백지화한다는 것은 자기들한테 무언가 불리한 부분이 있어서 이걸 덮으려 한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충분히 나올만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자신의 SNS에서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매지 말라)“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해 괜히 의심받을 일을 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간접적으로 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백지화 선언이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을 원천적으로 덮으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책 사업이 장난인가. 주무장관이라는 사람이 의혹 제기에 기분 나빠서 못하겠다는 식으로 사업을 없었던 일로 만들겠다니 정말 황당무계하다”며 “사업에 의혹이 있다고 사업 자체를 취소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가 국책 사업을 대하는 태도인가”라고 밝혔다.
고속도로 백지화 선언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 경기 광주시와 하남시, 양평군도 유감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방세환 광주시장과 이현재 하남시장, 전진선 양평군수는 10일 오후 하남시청 상황실에 모여 고속도로 건설사업 재개를 위한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3명 모두 국민의힘 소속인 이들은 입장문에 ▲ 3개 지자체가 강하IC를 포함한 고속도로 건설에 공동 노력할 것 ▲ 중첩규제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과 교통편익 증진에 노력할 것 ▲ 교산신도시 교통대책을 위해 고속도로의 '선 교통·후 입주' 목표를 이행할 것 등의 내용을 담았다.
전진선 양평군수는 "양평지역 내의 문제로 하남과 광주를 거쳐 오는 고속도로 사업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이하게 돼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