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경 / 사진=픽사베이
이미지 확대보기강남3구나 마포 등 서울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가파른 집값 상승세가 나타나자,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던 집값 전망이 상승·하락으로 팽팽하게 나뉘는 등 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부동산R114가 지난 9일부터 23일까지 15일간 전국 2073명을 대상으로 ‘2023년 하반기 주택 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4명이 하반기 주택 매매가격이 보합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직전 조사에서는 하락 응답이 65%로 압도적이었고, 2008년부터 16년 동안 조사를 진행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락 응답이 보합 쪽으로 다수 이동했다고 해석됐다.
또 부동산R114가 최근 5∼6월 두달 간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 5만576건(계약해제 제외) 가운데 앞서 3∼4월에 동일 단지, 동일 면적에서 거래가 1건 이상 체결된 주택형 1만6018건의 평균 매매가를 비교한 결과, 57.2%의 매매가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매수심리 역시 회복됐다. 직방이 이번달 초 어플리케이션 이용자를 대상으로 주택매수 계획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056명 중 68.7%가 2023년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주택을 매입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결과는 2022년 11월에 주택 매입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60.2%에 비해 8.5%p나 상승한 결과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는 30일 오전 기준 총 3415건으로 4월 거래량(3190건)을 넘어 2021년 8월(4065건)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직방은 “주택 매입 의사가 늘어나고 특히 실거주와 투자 목적 수요가 모두 증가한 만큼 지난 2~3년 수준의 급격한 가격 상승과 거래량 급증까지는 아니지만 저가매물이나 가격회복이 기대되는 곳 위주로 꾸준하게 거래가 이뤄질 전망”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최근 3년 서울 아파트 매물 수 변동폭 / 자료=아실
그러나 이 같은 상승 기대감과 매수세 회복에도 불구, 시장에서는 매물이 소화되지 못하고 적체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프롭테크사 아실에 따르면 6월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의 매매 집계매물 건수는 6만7150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초 4만9198건에 비해 약 2만건 가량 늘어난 수치다.
매수자와 매도자간 희망가격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며, 일부 인기 지역이나 중저가지역의 급매물만이 소화돼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착시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1.3 부동산대책 이후 거래량이 소폭 늘긴 했지만, 매물 급증을 거래량이 받아주지 못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여전히 서울 부동산 거래량은 호황기의 50~60%선에 그치고 있어 완전한 회복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1년 전에는 영끌로 집을 마련했지만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이를 버티지 못한 집주인들이 ‘패닉샐’에 나서며 급매물이 나왔지만, 이번 매물 증가는 ‘지금 팔지 않으면 못 판다’는 위기의식으로 인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집값 상승 전망이 우세하다면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지 않겠나. 지금의 매물 증가도 그런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