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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후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조합의 자산 건전성이 빠르게 저하되면서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 대한 신용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3월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뱅크런)가 발생하자 그간의 신용 경계감과 맞물려 미국 중소은행과 규제환경이 유사한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도 일시적으로 고조된 바 있다.
지난 1분기말 기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총자산 규모는 1137조7000억원으로 농협·수협·산림조합이 559조원, 새마을금고가 294조원, 신협이 149조원, 저축은행은 135조원을 기록했다. 은행을 포함한 전체 예금취급기관 대비 비은행 부문의 비중은 지난해 3분기에 일시적으로 축소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22%로 확대됐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은 은행에 비해 영위 가능한 업무의 범위가 넓지 않고 여신 취급에 있어 업권별로 영업구역이나 조합원 자격 등에 따른 제한이 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조합은 예수부채를 통해 자금의 대부분을 조달하고 이를 주로 대출채권으로 운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향후 높아진 금리 수준이 유지되고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연체율 상승, 수익성 악화 지속 등으로 예금취급기관의 신용 및 유동성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확대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부동산·건설업 대출 규모는 지난 1분기 기준 약 205조8000억원으로 상호금융조합이 약 173조7000억원, 저축은행이 32조원으로 추산된다. 전체 대출잔액 대비 비중은 2019년말 대비 5.9%p 확대된 25.4% 수준이다. 업권별로는 저축은행이 28.4%, 상호금융조합이 24.9%로 은행 13.2%보다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업권별 연체율 추이(왼쪽) 및 부동산PF 관련 대출규모·연체율 추이. /자료제공=한국은행
이미지 확대보기가계부채DB에 따르면 저축은행이 지난해 말 취약차주에 대한 대출 규모가 지난 2019년말 대비 32.5% 증가했으며 상호금융조합은 2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의 경우 20·30대 청년층이 51.6% 증가하며 증가폭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이는 상호금융권의 가계대출 태도 강화, 비대면 경로를 중심으로 한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확대 영향 등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취약차주에 대한 대출 규모가 확대되면서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지난 2021년 3분기 이후 증가세를 지속해 지난 1분기 6.81%까지 상승했다. 다만 가계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2021년 3분기 이후부터는 모든 업권에서 신용대출 규모의 증가폭이 둔화되거나 감소로 전환된 모습이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유가증권 투자는 코로나19 이후 저금리 기조에 따른 수익성 하락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꾸준히 확대됐으나 투자 비중 제한 등으로 인해 지난 1분기 기준 업권별 유가증권 보유 규모의 총자산 대비 비중은 저축은행이 4.7%, 상호금융조합이 1.7%로 모두 크지 않은 수준이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신용리스크 현재화로 인한 손실 발생이 자본적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부정적인 전망 아래에서도 모든 비은행 업권에서 자본적정성이 규제기준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 기준 저축은행의 총수신 중 비대면 경로를 통한 수신액은 38조5000억원으로 전체 33.2%를 차지하며 지난해 3분기 이후 빠르게 상승했다. 이는 저축은행 통합 앱 출시 등으로 비대면 거래 편의가 제고된 상황에서 작년 하반기 예금유치 경쟁이 심화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상호금융조합의 비대면 수신 규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38조원으로 전체 수신 대비 비중은 6.8%로 아직 낮은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중 개별 기관의 예수금리 인상폭에 따른 경로별 수신 증가율을 점검해 본 결과 저축은행과 농협 모두 비대면 경로가 대면 경로에 비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이는 모바일 앱을 활용하는 예금자의 경우 금융 정보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대한 부정적 정보가 확산될 경우에도 여타 예금자에 비해 보다 빠른 속도로 예금을 인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에 예치된 퇴직연금 규모는 지난 2018년 9월 퇴직연금 취급 가능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 1분기 기준 25조6000억원으로 전체 수신의 22.0%까지 상승했다. 다만 다음달부터 DC 및 IRP 퇴직연금에 대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시행될 경우 저축은행 예금이 사전지정 운용상품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만기도래 이후 다른 금융기관의 퇴직연금 상품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퇴직연금을 제외한 다른 수신의 경우 저축은행은 예금자보호한도인 5000만원을 초과하는 거액예금 비중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크게 감소해 지난 1분기 18.4% 수준이며 상호금융조합은 33.2%로 저축은행 보다 높지만 은행의 81.2%보다 크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은 지급 준비 또는 여유자금운용을 위해 각 중앙회에 예수금 일부를 예치하고 있으며 중앙회는 개별 저축은행, 조합 또는 금고의 유동성 부족 상황 발생시 자금을 이용해 유동성을 지원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각 중앙회가 보유한 예치금과 상환준비금 총액은 약 193조9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며 운용상품은 각 업권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유가증권으로 구성돼 있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꾸준한 성장은 지역금융 수요의 대응을 통해 금융포용에 기여하고 있지만 이와 함께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가 확대되면서 신용리스크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다만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경우 다른 금융업권과의 상호연계성이 높지 않아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상당히 제한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중앙회의 유동성 지원 여력 등을 고려하면 예금 인출 규모가 확대되더라도 SVB 사태와 같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중앙회가 유동성 공급을 위해 보유 유가증권을 대량 매각해야 하는 경우 해당 금융상품의 시장 가치 하락을 유발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등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할 가능성은 있다.
한국은행은 “예상치 못하게 빠른 속도로 뱅크런이 발생할 경우 중앙회가 신속히 대응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중앙은행의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 대한 정보 접근성 확대 및 모니터링 수단 확충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유사시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뱅크런 등으로 중앙회의 일시적 유동성 조달 수요가 급격히 확대될 경우 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유동성 공급 체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경찬 기자 kk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