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5월 쿠팡의 식품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중견기업 즉석밥 제품은 최고 50배, 중소기업 제품은 최고 100배 이상 성장했다. 쿠팡은 이를 두고 “국내 식품 시장에서 수십 년간 독점체제를 구축하던 독과점 식품기업의 제품이 쿠팡에서 사라지면서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즉석밥 부문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업체는 중소기업 유피씨(대표 유종일)로 올해 상반기 판매가 전년 동기대비 1만407% 증가했다. 1년 만에 100배 이상 성장했다. 이어 CPLB 곰곰 즉석밥과 자체 제조 즉석밥 ‘우리집 밥’을 생산하고 있는 중소기업 시아스(대표 최진철)가 7270% 성장률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중견기업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H기업의 프리미엄 즉석밥의 경우 지난해 동기대비 4760% 성장했으며, 다른 D사의 즉석밥은 140% 성장세를 기록했다. 중견기업 O사는 쿠팡 내 판매량이 독과점 대기업 식품사를 뛰어넘었다.
쿠팡은 “실제 독과점 대기업이 사라지면서 쿠팡 고객은 전보다 더 나은 쇼핑환경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경험하고 있다”며 “중소·중견기업들이 만드는 즉석밥과 만두, 즉석국 등 식품 제품들이 전반적으로 가성비와 품질이 좋아지면서 고객 유입도 자연스레 늘고 있다”고 건재함을 과시했다.
쿠팡이 ‘독과점 식품기업’이라는 표현을 쓰며 입점 업체의 매출의 밝힌 건 이례적이다. 업계는 이를 두고 지난해 말부터 갈등을 겪고 있는 CJ제일제당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보고 있다. CJ제일제당이 국내 즉석밥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쿠팡 매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으로 CJ제일제당 ‘햇반’이 66.9%로 1위, 2위로 오뚜기의 ‘오뚜기밥’이 30.7%를 차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햇반이 국내 즉석밥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제공=CJ제일제당
신세계그룹의 이마트 역시 CJ제일제당과 협업으로 매출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분기 이마트는 매출 7조135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쿠팡은 7조3990억원으로 이마트 매출을 앞질렀다.
온라인 상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덩치 큰 기업들이 서로 갑질 하는구나” “쿠팡을 많이 쓰지만 햇반은 포기 못하겟더라 네이버에서 삼” “가격이 싸니까 먹는 거지..즉석밥은 햇반이 최고” “이커머스는 쿠팡으로 기울어졌음 사람들은 쓰던 거 씀~ 다른 앱 바꾸는 것도 귀찮아함” “다 대체가능해도 쿠팡은 대체가 안됨... 너무 편해. 특히 아기 키우면서는 필수” 등의 의견을 보이고 있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은 직접적인 갈등구도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지만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갈등이 예상치 못하게 장기화되고 있는 것 같다”며 “견제를 위한 움직임이 당분간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쿠팡은 햇반 대체제가 있기 때문에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레 덧붙였다.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