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효 카카오페이증권 대표(왼쪽)와 김승연 토스증권 대표./사진제공=각 사
지난 2020년 카카오페이가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탈바꿈한 카카오페이증권의 경우, 올해 ‘또’ 영업적자가 늘었다. 지난달 15일 카카오페이증권이 발표한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증권은 올해 1분기 12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억원 적자가 커진 것이다. 연간 기준으로 보더라도 2020년부터 작년까지 △68억원 △170억원 △480억원으로 적자 폭이 점점 늘고 있다.
반면, 2021년 증권업에 진출한 토스증권은 올 1분기 영업손실 약 4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적자 규모가 96% 개선됐다. 지난해 3분기엔 출범 1년 9개월 만에 첫 분기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분기 기준 흑자 전환 달성 기록은 토스 계열사 가운데 최초였다. 토스증권은 비바리퍼블리카(토스‧대표 이승건닫기이승건기사 모아보기)를 모회사로 두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출범했지만, 두 증권사 실적 향방이 다른 이유는 뭘까?
토스증권(대표 김승연)과 카카오페이증권(대표 이승효)의 분기별 영업이익 추이./자료제공=금융투자협회(회장 서유석)
이미지 확대보기우선 ‘모바일 주식거래 시스템(MTS‧Mobile Trading System) 서비스 차이’를 꼽을 수 있다. 토스증권은 카카오페이증권보다 출범이 1년 늦었지만, MTS 출시는 1년 더 빠르게 진행했다.
그 결과 올해 5월 기준으로 MTS 가입자가 5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한국예탁결제원(사장 이순호닫기이순호기사 모아보기) 기준 국내 주식 투자 인구 1440만명 가운데 약 35%에 해당하는 규모다.
스마트폰에 최적화한 화면 디자인과 고객 경험 설계가 초보 투자자를 끌어왔다는 평이 나온다.
특히 투자자가 친숙한 브랜드명을 검색창에 입력하면 관련 종목을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나 ‘매수 → 구매하기’ 등 어려운 용어를 쉽게 풀어쓴 노력은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최근 토스증권이 출범 2주년을 기념해 고객 137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8명 이상이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식 모으기’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벤트(Event‧행사)에 만족감을 드러낸 것이다. 주식 모으기는 국내 주식 또는 해외 주식을 원하는 만큼 주기적으로 모을 수 있는 서비스다. 해외 주식의 경우엔 실시간 소수점 거래로 최소 1000원부터 소액 적립식 투자가 가능하다.
현재 토스증권은 연내 웹 트레이딩 시스템(WTS‧Web Trading System), 해외 옵션 등 신규 서비스 출시를 위해 페달을 밟고 있다. 주식 위탁매매가 주요 사업인 만큼 채널 다변화 및 투자 상품 다양화로 전문투자자 눈길을 사로잡겠단 계획이다.
반면, 카카오페이증권을 향해선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이 많다. 지난해 4월 MTS를 정식으로 서비스 개시한 뒤 예탁금 이자와 수수료, 토론방, 주식 퀴즈 프로모션(Promotion‧판매촉진 활동) 등 편의성과 혜택 확대에 나섰다. 그 결과 작년 12월 대비 올해 4월 진입 및 주식거래 건수가 2배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증권업계에서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을 결합한 MTS를 출시하는 등 전반적으로 MTS 강화에 나서는 분위기라 한발 늦었다고 할 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을 끌어올 한 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한투자증권(대표 김상태닫기김상태기사 모아보기)이 ‘신한알파 3.0’을 내놓는 등 증권가에서 MTS 서비스 개편에 한창인 만큼 두 증권사가 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하려면 정보통신 기술(IT‧Information Technology)을 앞세워 독보적인 MTS 편의성을 선보여야 하는데 카카오페이증권의 경우, 토스증권에 비해선 시장에서 존재감이 약하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이러한 우려를 이겨내고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Project Financing) 인수 및 주선, 홀세일(Wholesale·법인 영업) 사업 등 사업 활로를 넓히려 한다. 수익성 다각화를 위한 전략이다. PF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사회간접자본 등 특정 사업 사업성과 장래의 현금흐름을 보고 자금을 투자하는 금융기법을 말한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47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등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한 다양한 서비스도 계속 고민 중”이라며 “늦게 증권업계에 발을 들인 만큼 거듭된 혁신을 통해 인지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라 밝혔다.
두 번째는 ‘해외 주식 브로커리지(Brokerage‧위탁매매) 서비스 차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올 1분기 외화증권 수탁 수수료 수입으로 13억원가량을 거뒀다. 지난해 전체 규모인 22억원을 1분기 만에 절반 이상 따라왔다.
하지만 토스증권에 비해선 이 역시 자랑거리가 아니다. 토스증권은 같은 기간 외화증권 수탁 수수료 수익으로 17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37억원) 대비 약 4.7배 증가한 것이다.
카카오페이증권과 비교하면 13배 가까이 앞선다. 올 1월 미국 주식 거래액은 시장점유율 20%에 육박한다. 작년 1월 말 3.4%에 불과했던 점유율이 크게 오른 것이다.
토스증권 측은 “거래시간을 국내 시각을 기준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로 확대하고, 유동성공급자(LP·Liquidity Provider)를 확보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토스증권은 해외 주식 투자자가 증가하면서 적자 규모도 축소했다.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자기 자본 이익률(ROE‧Return On Equity)과 자산 수익률(ROA‧Return On Assets)은 전년 대비 136.1%포인트(p), 20.8%p씩 올랐다. 올해 3월 기준으로도 각각 –1.0%, -.01%로 개선세가 이어졌다.
앞으로 분기 흑자 전환을 넘어 연간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반면, 카카오페이증권의 지난해 ROE와 ROA는 각각 –22.0%, -6.2%로 전년 대비 8.8%p, 3.7%p씩 줄었다. 올해 3월 기준으로도 –21.3%, -6.3%로 제자리걸음 중이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가 2023년 5월 1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카카오페이
이미지 확대보기카카오페이증권은 실적 향상 방안으로 ‘해외 주식 서비스 강화’를 거론하고 있다. 해외 주식 거래에 있어 떠오르는 첫 번째 MTS로 만들겠단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미국 주식 거래금액 월 5억원 이상 사용자를 대상으로 협의 수수료와 환율 우대 신청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협의 수수료 적용 시 수수료율을 0.04% 이하로 낮추고 80% 이상 환율 우대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증권사 ‘시버트 파이낸셜’(Siebert Financial)도 인수하려 한다. 카카오페이증권의 MTS와 서버트의 미국 주식 주문 시스템을 결합해 새로운 해외 주식거래 솔루션(Solution‧문제 해결 시스템)을 해외 핀테크 기업에 제공할 예정이다.
신원근닫기신원근기사 모아보기 카카오페이 대표는 지난달 1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시버트 인수로 수수료 절감과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카카오페이증권과 시너지(Synergy‧협력 효과)를 내고자 한다”며 “주식 브로커(Broker‧중개자)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절감해 사용자에게 혜택으로 제공하겠다”고 피력했다.
다행히 외화증권 시장 자체는 업계에 우호적인 상황이다.
예탁결제원에 의하면 올해 1분기 국내 투자자의 외화 주식 보관 금액은 668억9000만달러(87조6259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21%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외화 주식 결제 대금도 15% 늘어난 728억8000만달러(95조4728억원)를 기록했다.
과연 해외 주식 서비스 강화를 통해 모회사 ‘카카오페이’ 실적도 부진도 만회할 수 있을까?
현재 카카오페이는 실적 내림세에 주가도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130억원 영업손실을 나타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억원 적자 폭이 커졌다.
카드사에 내는 지급 수수료가 증가했고, 금융 자회사들의 인프라(Infrastructure·사회적 생산 기반) 구축 등 영업비용이 크게 불어난 탓이다. 영업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24.2%, 직전 분기보다는 6.5% 증가한 1545억원이 발생했다.
이에 우리사주를 빚내서 투자한 카카오페이 직원들을 비롯한 주주들은 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상장 직전 낸 증권 발행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사주조합은 공모가 9만원에 340만주를 배정받았다. 당시 우리사주 청약률 ‘완판’이었다. 상장 초기 공모가 2배 이상 웃도는 오름세를 보였지만, 현재 주가는 지난 2일 종가 기준 5만8000원으로, 최고점 대비 80% 가까이 급락한 상태다.
카카오페이는 주가 폭락에 따른 반대매매 등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고자 지난해 한국증권금융(사장 윤창호)에 예금 질권을 설정하고, 담보금 145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증권이나 토스증권이 여의도가 아니라 경기도 판교, 강남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이유는 리테일(Retail‧개인금융) 시장을 선점하기 위함일 텐데 기존 증권사들이 MTS 개편 작업에 몰두하자 새로운 타개책으로 ‘해외 주식 서비스 강화’에 눈 돌리는 게 아닌가 싶다”며 “이벤트성을 넘어 파격적인 서비스를 선보여야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 평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