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두 차례 여야 합의가 불발되며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는 국회의 ‘전세사기 특별법’이 10일 열린 세 번째 법안소위에서도 불발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1일과 3일에 이어 이날 새 번째 법안소위를 열고 특별법 심사를 이어갔지만 여여가 이견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해 오는 16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여야는 이날 회의에서도 핵심 쟁점인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 문제와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요건을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정부·여당 안은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 방식이 아니라 피해자들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피해자가 주택을 경매로 낙찰받을 경우 금융지원 등 각종 혜택을 주는 내용이 골자다. 임차인이 자금 여력이 없는 경우에는 우선매수권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양도하고, 해당 주택에 싼 임대료로 장기 거주할 수 있는 방안도 담겼다.
야당 요구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먼저 보증금 반환 채권을 사들이고 추후 구상권 행사로 비용을 보전하는 '선(先)지원·후(後) 구상권 행사' 방안은 정부·여당이 다른 범죄 피해자들과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합의에 실패했다.
야당이 대안으로 제시했던 보증금 채권 매입 대신 소액 임차인 보증금 최우선 변제권의 범위를 넓히는 방안의 경우 논의가 이뤄졌지만 입장차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최우선변제권은 다른 담보권자보다 보증금 일부를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로, 임차한 집이 경매에 넘어가도 보증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다. 야당은 최우선변제권 적용일을 첫 계약일로 소급하고 변제금을 확대하는 등 특례 적용을 통해 피해 구제 범위를 넓히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여당은 특별법으로 최우선 변제권 소급 및 확대가 어려운 점과 금융 질서 혼란 우려를 들어 수용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채권 매입 문제는 형평성 문제로 특별히 논의된 게 없었다"며 "최우선 변제금에 대해선 소급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는데 다음에 더 실효성 있는 것을 찾아보는 정도로 마쳤다"고 전했다.
한편 원희룡닫기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부의 제대로 된 특별법 마련을 촉구하며 연일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선지급 후회수 방안이 빠진, 정부여당의 피해자 골라내기 특별법을 단호히 반대한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늬만 특별법이 아닌 피해자들의 현실과 목소리가 담긴 제대로 된 특별법”이라고 밝혔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