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초 호주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맥쿼리자산운용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 대상은 롯데카드가 보유한 교통카드 사업 자회사 로카모빌리티 지분 100%다. 거래 가격은 4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롯데카드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경기 불황에 더해 터무니없이 비싼 매각가가 한몫을 했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통매각을 추진했으나 제시한 매각 희망가는 3조원으로 알려지면서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 롯데카드 인수 후 괄목할 만한 실적 성장을 이뤄낸 만큼 적어도 당시 인수가였던 1조3810억원보다 두 배 정도의 가격을 받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롯데카드의 3조원대 몸값은 MBK파트너스 인수가보다 66.7% 늘어난 수치다.
MBK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카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약 0.8배 수준으로 적용했다. 만약 PBR 추정치 0.8배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현재 롯데카드의 몸값은 3조원에 많이 못 미치는 2조3323억원 수준이다. PBR을 1배로 높여야 롯데카드의 가치가 3조원대로 올라갈 수 있다.
카드사 중 유일한 상장사인 삼성카드의 지난해 말 PBR 0.41배 수준과 비교하면 롯데카드의 기업가치는 고평가된 셈이다. 지난해 에비타(EBITDA)로 측정한 롯데카드의 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손태승닫기

롯데카드의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2414억원) 대비 5.18% 증가한 2539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3311억원으로 1년 새 8.1% 늘어났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말 임원 2명에게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했다. 한정욱 디지로카 본부장(전무) 14만9480주, 최재웅 디지로카 전략실장(상무) 11만2110주 등 총 26만1590주를 부여했으며, 행사가격은 2만8835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카드의 지난해 성과급이 역대 최고 수준인 500%까지 나갔다”라며 “성과급을 많이 줘서 사모펀드가 회사 최대주주인 것에 대한 불만 여론을 잠재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롯데카드 임직원 평균 보수는 8900만원으로 전년(7700만원) 대비 15.58% 증가했다.
KB금융지주는 KB국민카드가 올해 경영전략으로 ‘1등 카드사로의 도약’을 설정한 만큼, 업계 탑티어(Top-Tier)가 되기 위해선 인수합병(M&A)과 같은 인오가닉(Inorganic) 성장이 필수적이라는 관측이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카드 지분 매각을 위해 예비입찰에 참여해 오며 M&A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카드의 시장지배력(영업자산 규모)은 17조7000억원으로 7개 전업 카드사 중 5위를 차지했다.
만약 카드업계 시장지배력 7위인 하나카드(10조6000억원)가 롯데카드를 인수하게 되면 단순 합산 기준 시장지배력은 28조3000억원으로 단숨에 업계 2위로 올라설 수 있다.
시장지배력 3위인 KB국민카드(26조1000억원)가 인수할 경우 1위인 신한카드(37조7000억원) 보다 16.45% 높은 43조9000억원을 차지하게 되면서 압도적인 업계 1위 탈환이 가능하다. KB금융지주 측은 "롯데카드 인수를 공식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전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M&A 시장에서 가격은 회사의 실적뿐만 아니라 역량 등 다양한 시장상황을 평가해 결정된다”라며 “롯데카드는 좋은 기업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는 곳임이 확실하다”고 전했다.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