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주완 LG전자 사장
베트남은 중국을 대체하는 투자 국가로 각광을 받았지만 법인세 부담 증가, 각종 규제 강화 등으로 올 들어 해외 기업들 투자가 크게 줄고 있다.
베트남 기획투자부(MPI)에 따르면 올 1분기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 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38.3% 감소했다.
1분기 한국 기업들의 대베트남 투자액도 4억7440만 달러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약 70.4% 급감했다.
베트남 현지 전문가는 “베트남 진출 한국 투자기업 수출액은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약 30~35%를 차지하고, 고용자 수도 70만명에 달한다”며 “한국 투자기업의 베트남 내 경제활동은 베트남 경제·사회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기에 베트남 정부 역시 한국의 투자 감소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베트남에 대한 투자가 줄고 있는 이유는 최근 베트남 당국이 각종 규제 강화를 예고하면서 기업들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는 내년부터 글로벌 과세 표준으로 법인세 최저비율 15%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은 당장 내년부터 수조원대 법인세를 부담해야 할 형편이다.
여기에 노동 허가 및 소방시설 승인 등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조 사장의 베트남 사업장 방문은 LG전자가 향후에도 베트남 시장 중요성을 인식하고 오히려 사업을 강화하는 신호로 해석돼 눈길을 끈다.
▲ 아시아 생산기지 찾은 조주완 LG전자 사장
2020년 5조6881억원, 2021년 6조6088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매년 약 1조원씩 매출 성장세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매출 규모(9.4%)만 봐도 북미(23.6%)·유럽(14.4%)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지난해 경기침체로 가전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1조원 매출 성장을 이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조 사장은 호찌민에서 경영 회의를 열고 전장·가전 등 글로벌 생산거점인 베트남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사업 현황을 살폈다.
조 사장은 젊은 경제활동 인구가 많은 베트남에서 MZ세대를 공략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베트남은 인구가 1억명에 육박하는데, 이 중 56%가 35세 미만 젊은 층이다. 약 절반가량이 MZ세대(1980년대~2000년대)로 노동력이 풍부하다.
특히 중산층 인구가 늘어나면서 베트남 소비 트렌드도 고급화, 비대면 라이프, 편리한 서비스 등으로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MZ세대다.
이들을 공략하는 것이 곧 베트남 현지에서 성공하는 방법이다. 특히 K팝, K푸드 등 한국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 한국 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수준이다.
LG그룹 차원에서도 베트남은 중요한 시장이다. 1995년 베트남에 진출한 이후 가전, 카메라 모듈, 전장 부품 등 생산라인 구축에 투자한 금액만 53억달러(약 7조원)에 이른다.
특히 LG전자가 미래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전장 R&D(연구개발) 센터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달엔 하노이 R&D센터를 공식 법인으로 승격시켰다. 이 법인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시스템의 소프트웨어 개발과 검증을 담당한다.
LG전자는 이번 R&D 법인 설립을 기점으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차량용 조명 ▲전기차 파워트레인 등 3대 핵심사업을 기반으로 글로벌 전장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베트남 전문인력 확보에도 적극 나선다. 현재 750여명인 베트남 R&D 법인 전장부품 관련 개발 인력을 오는 2024년까지 약 30% 이상인 1000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