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상 한국투자증권 KIS 베트남 법인장 / 1987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 1991년 고려대 경영대학원 졸업 / 1991년 장기신용은행 입행 / 2003년 동원금융지주 입사 / 2007년 한국투자증권 기획조정실장 / 2013년 한국투자증권 WM 전략 담당 / 2015년 한국투자증권 강서·강북지역본부장 / 2017년 4월 한국투자증권 베트남 법인장
국내 금융 투자업계가 가장 많이 관심 가지는 투자 국가 중 한 곳인 베트남에서 7년째 영업을 뛰고 있는 박원상 ‘KIS 베트남’(KIS Vietnam) 법인장의 각오다.
지난 2010년 베트남 진출 시 본사에서 실무작업을 주관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2017년부터 베트남 법인을 이끄는 중인 박 법인장은 ‘KIS 베트남’의 성장을 가까이서 오래 봐왔다. 그렇기에 성공과 실패 속 성장 노하우(Know-how·비법)가 자연스럽게 체득됐다.
<한국금융신문>은 해외 진출 페달(Pedal·발판)을 밟고 있는 금융 투자업계에 박 법인장 경험이 통찰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지난 13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으로 계획과 시장 전망, 성장 비결 등에 관해 들었다.
박 법인장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베트남에 본격 진출한 것은 2010년이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베트남과의 인연은 지속돼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다. 당시 베트남은 금융업계, 특히 주식시장과 관련해 한국을 벤치마킹(Benchmarking·참고)하기 시작했었다.
그 시기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 담당자들과 교류의 첫발을 뗐다. 그리고 베트남 주식시장이 성공적으로 도입된 2000년, 계열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대표 배재규)에서 베트남 펀드를 개시하며 베트남과의 직접적 인연을 맺었다.
박원상 법인장은 “베트남 주식시장은 계좌 수도 50만 계좌 미만이었고, 시가총액도 100억달러(13조24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규모였다”며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베트남 펀드 규모가 3억달러(3972억원)여서 당시 시장의 급성장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베트남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2010년 아시아 시장 1위를 꿈꾸면서 현지 증권사 ‘EPS 증권’을 인수한 뒤 본격 진출했다”며 “이후 KIS 베트남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증자를 거듭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에 기반해 대형 증권사로 성장한 결과, 현재는 자기자본 기준 외자계 2위, 전체 베트남 증권업계 10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목표는 ‘현지 1위 증권사’가 되는 것이다.
박 법인장은 “KIS 베트남은 브로커리지(Brokerage·위탁매매) 시장 진입과 더불어 신규 사업 안착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우선 커버드 워런트(CW·Covered Warrants)는 외국계 증권사 중 유일하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해 지난해 기준 시장점유율(MS·Market Share) 1위를 기록하는 등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서 그는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 지정 참가회사(AP·Authorized Participant) 및 유동성 공급자(LP·Liquidity Provider) 업무 분야에선 외국계 증권사 가운데 최초 진출해 올 3월 기준으로 베트남에 상장된 ETF 11개 중 9개의 AP·LP 업무를 수행 중”이라며 “지난해 7월, 동남아시아 최대 플라스틱 제품 생산 그룹인 ‘안 팟 홀딩스’(An Phat Holdings·대표 루엔 꽝 탕)의 130억원 규모 교환사채(EB·Exchangeable Bonds) 발행을 주관하는 등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 시장 역시 성공적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현지 영업에 있어 가장 어려움이 컸던 사항으로는 ‘인프라(Infrastructure·제도) 차이’를 꼽았다. 사업 관련 제반 인프라가 한국과 달라 직원들의 사고방식 중 변화가 필요한 부분을 설득하는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대학을 졸업한 젊은 인력이 많이 배출되긴 하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신입이고, 경험이 많은 직원은 증권사 간 인력 경쟁이 심한 편이라 사람 자체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도 힘든 요소라고 거론했다.
박 법인장은 “국내 증권사가 베트남 현지에서 영업하는 데 한계를 느끼는 부분은 네트워크(Network·관계망)와 인프라 부족”이라며 “한국계 증권사의 주요 비즈니스(Business·사업) 영역인 리테일(Retail·개인영업)과 IB 부문은 네트워크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리테일 부문의 경우, 영업직원 역량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된다”며 “베트남은 주로 지점영업직원들이 팀별로 움직이는데 아무래도 현지 증권사에 비해선 문화나 인적 네트워크에서 열세를 보일 때가 많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IB 부문에 대해선 “국영기업의 민영화 등에 대응할 때 현지 증권사 네트워크에 대해 한계를 실감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전했다.
기억나는 사례로는 고객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했던 시간을 언급했다. 박 법인장은 “대기업 회장 고객이 있었는데, 힘든 가운데 약속을 잘 이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지금도 해당 그룹 사업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발전을 기원하고 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국이 그립지는 않냐는 질문에 박 법인장은 “근무하는 곳이 호찌민이라 1년 내내 더위를 느껴 한국의 봄과 가을이 그리울 때가 있지만, 그리움을 오래 느낄 여유는 없다”며 “주말에는 골프, 주중에는 운동이나 자기 계발 관련 독서를 통해 보내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기회의 땅’ 베트남에는 한국투자증권 등 금융 투자 회사 18곳이 현지 시장에 진출해 있다. 운영되는 점포만 22개다. 은행(12개)이나 보험(9개), 여신전문 금융회사(7개)를 제치고 금융 투자업계가 가장 많이 베트남에 뿌리를 내린 상태다. 베트남에 있는 한국계 증권사는 8곳이며, 모두 현지법인을 운영 중이다.
박원상 법인장은 “각 사가 고유의 발전 모델을 바탕으로 베트남 자본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KIS 베트남의 차별점은 기존 주식 중개 관련 신용 공여 서비스 외에도 CW 시장에서 위상을 강화하는 것과 ETF AP·LP 업무 참여 등 파생시장에서도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라 밝혔다.
아울러 그는 “IB 분야도 예전부터 실시해 온 베트남 내 우량 기업의 한국상장 설명회 개최, 회사채 분야에서 주관 및 인수단 참여 등 저변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이러한 다양한 사업 분야 진출과 신규 사업 부문의 수익성 제고는 반드시 장기 성장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박 법인장은 “베트남 주식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고객 기반 강화를 위한 제반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다”며 “본사 강점 중 하나인 플랫폼 활용 서비스 제공을 위해 협업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라 말했다. 한국 증권사뿐 아니라 현지 증권사와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현지 1위 증권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제2의 중국’이라 불릴 만큼 경제적 성장이 높게 점쳐지는 부분에 관해선 동의하는 목소리를 냈다. 6%대로 전망되는 국내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 성장률을 비롯해 소매 판매, 소비자 물가 지수, 무역수지 등 경제지표가 여전히 청신호를 켜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출 핵심 품목인 모바일이 크게 줄어든 점과 미국 발 금융시장 불안 등은 부정적 요소이긴 하다. 박 법인장은 “경제성장기 외국자본 유입이 중요한 성공 요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제도나 규제 투명성 제고를 위한 베트남 정부의 노력도 더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박원상 법인장은 “상대적으로 베트남 시장은 기타 외환 보유고나 베트남 동화 환율 등도 안정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 생산기지의 이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라 짚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Foreign Direct Investment)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다.
베트남 주식시장 전망을 놓고는 “지난해 미국 금리 인상 등 대외변수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올해는 증시 내림세 요인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2분기 이후 양호한 흐름을 보일 거라 기대된다”고 전했다.
앞으로 관심 가질 업종으론 은행·에너지·소비재를 꼽았다. 베트남 정부가 적극적으로 육성 중인 산업을 더 눈여겨보려는 생각이다.
박 법인장은 “현재 베트남은 섬유나 봉제 등 기존의 전통적인 노동 집약 업종에서 탈피하는 과정”이라며 “베트남 정부도 정보통신기술(IT·Information Technology),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물류, 자동차 등 IT와 첨단 제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Start-up·신생 창업기업)에 대한 지원은 확장되고 있지만, 의미 있는 규모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계열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과의 협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2006년 국내 운용사 최초로 베트남 호찌민에 현지 사무소를 열고 ‘한국투자 베트남펀드’를 출시한 운용사인 만큼 한국금융지주 계열사 간 경험과 네트워크를 살려 다양한 시너지(Synergy·협력 효과) 활동을 기획 중이다.
앞으로 협업 방향에 관해 그는 “우선 펀드나 ETF 출시 때부터 공동 마케팅하는 것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현지 상장한 ETF의 AP·LP 역할을 KIS 베트남이 담당하는 데다 사회 공헌활동에도 함께 참여하는 등 지금도 다양한 시너지를 내는 상황”이라 알렸다.
박원상 KIS 베트남 법인장은 1991년 장기신용은행을 첫 직장으로 시작해 2003년 동원금융지주에 입사하면서 증권업계에 입문했다. 2007년 한국투자증권 기획조정실장, 2013년 자산관리(WM·Wealth Management) 전략 담당, 2015년 지역 본부장 역임 후 2017년 4월부터 KIS 베트남 법인을 이끌고 있다.
박 법인장은 “증권업계 입문 뒤 은행과 같은 금융권임에도 문화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며 “베트남 법인 부임 뒤에도 베트남의 다양한 분야 차이를 몸소 체험하면서 다름에 대한 이해와 인내를 중시하고 있다”고 소회를 전했다.
좌우명은 ‘기본에 충실하라. 솔선수범하라’다. 1997년 외환위기, 2002년 카드 대출 부실 사태, 2008년 글로벌(Global·전 세계)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이 말의 중요성을 더욱 느꼈다.
그는 “업무적으로 힘들 때나 고민될 때 이 좌우명을 되새긴다”며 “리더십(Leadership·지도자 자격)의 기본은 리더의 솔선수범이라 생각해 노력 중”이라 말했다.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힘쓴다. 박 법인장은 “회사에선 웬만하면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며 “현지 직원들과는 정기적 회의나 개별 면담, 사기를 복 돋아 주는 회식 등을 통해 애로사항을 이해하는 한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새로 입사하는 직원들에게는 한국금융지주 및 한국투자증권 등 계열사 소개와 경영철학 소개 등을 직접 강의하면서 본사와 철학을 공유하려 한다”며 “본사와 현지법인 간에는 정기적인 보고체계가 있고, 필요할 경우 직접 출장이나 화상회의로 현안을 공유하는 동시에 자문 받아 문제를 해결하는 중”이라 덧붙였다.
한편, KIS 베트남 법인을 포함해 국내 증권사들의 베트남 시장 진출은 앞으로 더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투자협회(회장 서유석)는 올 하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된 베트남 증권위원회(SSC·State Securities Commission)와의 업무협약(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 체결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협약에는 금투협과 SSC 간 정례 간담회 등 업계에 실질적으로 도움 될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