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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00명 모이는 행사 보고하라”…243개 자치단체 최초 갑질 조례 탄생?

주현태 기자

gun1313@

기사입력 : 2023-04-02 10:39 최종수정 : 2023-04-02 18:03

마포구청 공무원 "마포구의회 야당 의원들, 소통 빙자한 갑질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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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포구청사 전경. 사진제공 = 마포구

▲ 마포구청사 전경. 사진제공 = 마포구

[한국금융신문 주현태 기자] 서울시 마포구의회에서 전국 최초로 ‘공무원 행정력 낭비 조례안’이 가결됐다. 마포구의회가 지난달 30일에 열린 ‘제261회 서울특별시 마포구의회 임시회 상임위원회인 행정건설위원회’에서 집행기관 길들이기 조례를 논란 속에 무기명 표결 통과시켜 자치단체의 권한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2일 마포구의회에 따르면, 논란이 된 조례안은 ‘서울특별시 마포구 주요사업계획의 의회 통보에 관한 조례’다.

서울시 마포구의회 신종갑 의원(더불어민주당) 대표발의 발의한 것으로 ▲사업비 5000만원 이상의 공사계획 ▲1000만원 이상의 물품구매 및 용역발주계획 ▲1000만원 이상이 소요되거나 100명 이상의 주민이 참가하는 행사계획 ▲이밖에도 주민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계획이나 의회가 요구하는 사항을 계획이 수립되면 즉시 의회로 통보토록 규정하고 있다.

마포구의회 주장에 따르면, 이번 발의는 집행부가 주관하는 굵직한 행사 등의 정보를 의원들에게 제공하지 않는다며 집행부와 의회의 소통을 위해 마련됐다고 전해진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이번에 상임위원회해서 통과된 조례안은 법령상 구체적인 위임규정이 없어 법적 분쟁 소지가 있고,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어 해석이 모호하다”라며 “즉 의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집행부 공무원들을 욕할 수 있는 마포구만의 법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조례안의 문제는 제2조 3호로 규정한 ‘100명 이상의 주민이 참가하는 행사계획’과 4호 ‘그 밖에 주민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계획이나 의회가 요구하는 사항’은 해석에 따라 제한 없는 사전적 자료 제출로 이어져 막대한 행정력 낭비가 초래된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청한 마포구청 직원은 “마포구 구민의 봉사자이자 대변자인 의원님들이 소통을 빙자한 갑질을 시작한 것”이라며 “이번 조례안이 원안가결된다면 평소보다 업무가 2배 이상 늘어 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기본적으로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법에 의해 의결권을 가지고 있고, 서류제출 요구권, 행정사무 감사권‧조사권, 행정사무 보고와 질의응답권 등의 집행기관을 견제할 수 있는 권한과 수단을 가지고 있다.

마포구청 집행부도 구청에 생성한 주요 계획이나 문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라 구청 누리집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마포구의원들도 관심만 있다면 쉽게 접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이번 조례안이 마포구의회의 무리한 졸속입법으로 행정기관을 길들이기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마포구의회 전경./사진제공=마포구의회

마포구의회 전경./사진제공=마포구의회

마포구의회 의원들 사이에서도 찬반논쟁이 일었던 해당 조례는 지난달 30일 행정건설위원회 안건 심사과정에서 전원 합의를 이루지 못해 결국 무기명 투표를 실시했으며 찬성 5표, 반대 3표, 기권 1표가 나와 가결됐다.

이번 표결은 행정건설위원회 9명중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의 5명 전원이 찬성 한 반면에 국민의 힘 소속의원 4명중 3명은 반대, 국민의 힘 소속의원 중 1명이 기권을 했다는 추측을 낳고 있다.

마포구는 지역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지방의회 과반 이상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이뤄진 여소야대(더불어민주당 10, 국민의힘 9) 정국이다. 이대로 다수를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 조례안을 강행할 것으로 보이면서, 본회의 통과가 확실 시 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만간 마포구청장‧동료 의원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예정으로, 조례안 규정 중 공무원들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소통의 부재로 조례안이 생겨난 만큼, 소통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 마포구지부에서는 조례 제정과 관련해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서을 발표했다. 현재는 마포구의회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마포구의회 앞에서 이어가고 있다. 또 조례안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노조 마포구지부 A씨는 “마포구의회는 충분한 견제 권한과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령의 근거 없이 새로운 의무사항을 조례로 명문화하는 것은 전례 없는 과도한 견제로 집행기관과 의회 간 갈등만 초래한다”며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어디에도 없는 조례 만들기 보다는 집행기관과 함께 구민을 위한 행정서비스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마포구는 ‘자치분권 구현을 위한 협조사항 통보’라는 공문을 마포구의회로 송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공문에는 관계 공무원 등의 출석, 서류 제출 요구 등에 대해 ‘지방자치법’에 따른 기한까지 공문으로 요청해야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관행적으로 의회 협조 차원에서 해왔던 것을 이제는 원칙적으로 처리하겠다’고 표명했다. 이에 마포구와 구의회간 갈등이 증폭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마포구와 구의회와의 대립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지쳐있는 구민들의 시름을 외면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마포구 상암동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주민을 대표하고 주민의 안정적 삶을 책임져야 할 마포구의회가 마포구 행정력을 낭비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며 “이제라도 소모적인 갈등을 멈추고 마포의 발전과 주민의 복리 증진을 위해 함께 정책마련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현태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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