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전날 정기 이사회를 열고 1600억원 규모의 결산 배당을 의결했다.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안건 결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배당 규모는 전년의 2배 수준이다. SC제일은행은 2019년 6550억원, 2020년 490억원, 2021년 800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지난해 이자 이익 증가 등에 힘입어 실적 호조를 기록하면서 배당도 확대됐다.
SC제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잠정)은 3901억원으로 전년(1279억원) 대비 3배 넘게 늘었다.
한국씨티은행도 지난달 15일 정기 이사회에서 732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오는 30일 주주총회를 열고 배당을 확정한 뒤 다음달 중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019년 652억원, 2020년 465억원을 배당했다. 2021년에는 소비자금융 부문 철수에 따른 희망퇴직 비용으로 인해 당기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배당하지 않았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전액 해외 본사로 보내진다.
SC제일은행은 스탠다드차타드 북동아시아법인(Standard Chartered NEA Limited)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최대 주주는 미국 씨티그룹이 100% 출자한 '씨티뱅크 오버씨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이다. 지분율은 99.98%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높은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당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SC제일은행 측은 이번 배당 이후에도 BIS 자기자본비율과 기본자본(Tier 1) 비율이 각각 17.83% 및 14.73%로 국내외 감독 당국의 자본 규제 요건을 웃돈다고 설명했다.
한국씨티은행도 위기 상황에서 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의 손실을 가정하고 이를 대비한 충분한 대손충당금과 자본 여력을 감안해 배당금을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은행권은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대출과 기준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최대 실적을 거둔 뒤 내부 임직원들의 성과급이나 퇴직금을 늘리고 주주 배당 확대에만 몰두해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금융당국은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면서도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유지는 물론 주주 이외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해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6일 금감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배당을 많이 하려면 위험가중자산 비중을 낮춰야 하므로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중·저 신용자에 대한 신용 공여가 불가능해진다”며 “또한 중장기적으로 금융회사의 성장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자 손실흡수능력을 추가로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5일 열린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에서 “최근 SVB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불확실성 우려가 높아진 만큼 금융권의 건전성 제고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은행권의 손실 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자본건전성 확충과 대손충당금 적립 관련 제도개선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