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는 새 먹거리 등장에 사업 준비에 바쁘다. 유동성이 낮아 접근이 쉽지 않던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게 가능해진데다 위·변조가 없는 특성 때문에 조각 투자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투자 자산으로 자리 잡을 때까진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변동 폭이 심한 가상 자산에 많은 투자자가 몰리면서 ‘투기 vs 투자’ 논란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만큼 토큰 증권에 있어서도 정책 초기에 당국의 세심한 검토가 더 요구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가상 자산 업계는 ‘루나(LUNA)·테라USD(UST)’ 사태로 홍역을 치뤘다. 페깅(Pegging·가치 고정) 알고리즘이 붕괴해 하루아침에 시가총액 60조원 가까이가 증발한 사건은 아직도 일부 투자자들을 몸서리치게 만든다.
거기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였던 가상 자산 거래소 ‘FTX’(임시 대표 존 J. 레이 3세) 파산, 위메이드(WEMADE·대표 장현국)가 발행하는 가상 자산 ‘위믹스’(WEMIX) 상장폐지 등의 사건까지 더해지며 가상 자산 투자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가상 자산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새로운 투자 자산으로 부각될 토큰 증권 이해관계자들에게 교훈을 준다.
루나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금융당국과 업계, 투자자들 모두 ‘건전한 시장’을 만들겠다는 마음이 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당국에서 강조한 대로 토큰 증권과 가상 자산은 분명히 다르다. 토큰 증권은 자본시장법 규율에 해당하는 반면, 가상 자산은 앞으로 만들어질 디지털 자산 기본법 울타리에 들어간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투자 상품으로 정착되기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이다.
특히 토큰 증권은 이제 막 가이드라인(Guide-line·안내 지침서)이 나오는 단계라 증권성을 판단할 사례가 아직은 부족하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가상 자산 관련 스타트업(Start-up·신생 창업기업)은 가이드라인이 더 구체적으로 나오기만을 학수고대하는 중이다.
가상 자산 거래소들도 미국 증권 거래 위원회(SEC·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와 가상 자산 ‘리플’(XRP) 사이 소송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모든 게 그렇듯 법안이 촘촘하지 않은 상태에선 수많은 욕심이 난무한다. ‘법안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등 핑계를 댈 수 있어서다. 루나나 FTX, 위믹스 사태 모두 본질은 미비한 법안 체계 속 들끓은 사업자들의 욕심에 있었다.
루나를 발행한 권도형 테라폼 랩스(Terraform Labs) 대표는 ‘최대 20% 이율’을 약속하며 투자자를 유인했지만, 결국 이 말도 안 되는 알고리즘(Algorism·공식)은 죽음의 소용돌이를 불러왔다. FTX 역시 고객 자산을 부당하게 유용한 경영진의 부도덕함이 원인이었다.
위믹스 또한 발행사 ‘위메이드’(대표 장현국)의 예고 없는 대량 매도 등이 투자자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
누군가는 ‘피해자는 투자자’라고 한다. 얼핏 보면 그렇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투자자도 가해자’다.
최소한 ‘방관자’는 되겠다. 부도덕한 사업자와 욕심의 수준은 같았다. 수익이 날 땐 모든 걸 루나의 20% 이율도 혁신이었고, 위믹스 대량 매도도 나와 상관없는 일이었다.
가상 자산 투자자 대부분은 본인이 투자하는 코인의 구조나 발행 주체, 미래 가치 등 어떤 것도 모른 채 초 단위로 날뛰는 등락률만 보고 영혼을 갈아 넣었다.
그 결과 매출, 순이익, 주가수익비율(PER·Price earning ratio) 등 회사의 펀더멘털(Fundamental·기초자산)과 미래 가치를 따져 투자하는 주식과 달리 단기간 시세차익을 남기는 ‘단타’가 횡행했다. 수익을 봐도, 손실을 봐도 이유는 몰랐다.
어느덧 주식시장에 들어온 개인 투자자 숫자만 1400만명에 육박하는 ‘투자의 시대’가 도래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토큰 증권을 유통할 장외거래 중개업을 신설하려 한다. 이른 시일 내에 지금의 가상 자산 시장과 별개로 또 다른 투자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토큰 증권이 새로운 투자 자산으로 자리 잡으려면 혁신을 위한 규제 완화는 하되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 감시는 지속해야 한다.
루나 사태는 가상 자산 업계에만 특수하게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돈이 모이고 욕심이 들끓는 곳엔 언제나 위험이 도사린다. 금융권에 큰 타격을 준 라임 사모펀드 사태 등도 결국 내부통제 부실 뒤엔 ‘불건전한 욕심’이 있었다.
‘인생 한 방’을 위한 투기 수단으로만 토큰 증권이 떠오를 경우, 루나 사태는 예고된 과거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