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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건설사 임원 700명중 여성 21명…‘유리천장’ 여전

주현태 기자

gun1313@

기사입력 : 2023-02-13 00:00 최종수정 : 2023-03-09 10:14

사외이사 제외하면 여성임원 14명 불과
“여성이 활동하는 업계 문화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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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10대 건설사 여성 임원 비율, 여전히 한자리 수. 사진 제공 = 이미지투데이

▲ 국내 10대 건설사 여성 임원 비율, 여전히 한자리 수. 사진 제공 = 이미지투데이

[한국금융신문 주현태 기자] 건설사들이 지난해 8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이 시행됨에 따라 여성 사외이사와 사내 여성 간부를 속속 선임하고 있다.

해당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특정성별만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수 없다.

다만 국내 10대 건설사 여성 임원 비율은 여전히 한자리 수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 할당제’로 불렸던 개정 자본시장법이 건설업계에선 형식적인 조치에 불과한 것이다.

한국금융신문이 상위 10대 건설사를 취재한 결과, 등기·미등기 700여명 임원 가운데 여성 임원이 2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사외이사 제외하면 여성임원은 14명에 불과했다.

업계에선 자본시장법도 큰 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본시장법을 무시하고 이사진 전원을 남성으로 구성해도 처벌조항도 없기 때문이다.

사회분위기상 자본시장법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일찍이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한 대형건설사도 있었지만, 머릿수를 맞추기 위해 여성 사외이사를 단 1명만 채우거나, 아예 없는 곳도 있었다.

10개 건설사 가운데, 여성 임원을 가장 많이 둔 곳은 SK에코플랜트다. 비상장사인 SK에코플랜트는 자본시장법의 의무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여성임원이 5명(사외이사 1명 포함)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물산(건설부문)과 현대건설 여성 임원의 경우 각각 4명(사외이사 1·미등기 임원 3)씩 자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뒤를 이어 DL이앤씨(사외이사 1·미등기 1)와 포스코건설(미등기 2)은 2명, GS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사외이사가 1명씩 자리하고 있었다.

건설업계에서는 여성 임원이 적은 이유로 여성 직원의 비중이 작은 점을 꼽는다. 실제 10대 건설사 전체 직원 수 5만824명 중 6103명만이 여성이었다(지난해 9월 공시 기준). 여성 직원 자체가 9명 중 1명으로 적은 편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여성이라고 간부에 배제하진 않는다. 단순히 건설업계 특성상 남성직원 더 많은 것 뿐, 능력이 있다면 누구나 임원이 될 수 있는 분위기”라며 “최근 업계에서 여성 직원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 능력이 있는 여성임원도 늘고 있다. 회사에선 이분들이 차별화된 시각으로 경영 방향성을 제시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여성 이사 비중이 높으면 낙수효과로 여성 평사원 비중도 높아진다는 목소리도 있다.

여성학계가 217개 상장기업의 2013년, 2015년, 2017년, 2020년의 4개년도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임원 비중은 평균 2.7%다.

여성 중간관리자(부장급, 차장급) 비중은 4.46%, 여성 하위관리자(과장급, 대리급) 비중은 14.52%, 여성사원 비중은 33.59%다. 이사회 규모는 평균 5.37명이며, 기업 임원 수는 13.5명이다.

학계는 이사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여성 대표이사와 여성 임원 등 여성 경영진의 비중이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설명했다.

여성 부장, 차장, 과장, 대리 등 관리자 비중과 평사원의 비중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었다.

다만 여성 이사 비율이 여성 대표이사 비율에, 여성 중간관리자(부장·차장급)의 비율이 여성 하위관리자(과장, 대리급)의 비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여성 이사 비중에 따른 고용의 양성평등 효과가 조직 위계 수준별 낙수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여성학계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들은 “여성 이사가 기업의 고용 양성평등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최고경영자와 경영진에 한정돼 조직 위계수준별로 차이를 보이지만, 인접한 직급 간 여성 비율은 영향을 주고받아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안형준 건국대학교 교수는 “집에 대한 평가는 남자·여자가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다. 디자인 경영·마케팅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건설산업 특성을 고려할 때 여성 고객의 마음을 읽고 이해해줄 수 있는 여성임원을 더 늘려 나가야 한다”며 “건설분야는 남자만 해야하는 직업이라는 사회인식이 아직도 남아있다.

성비율을 5대5로 맞출 수는 없겠지만, 건설업계 발전을 위해 여성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업계 문화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주현태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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