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아파트 전경 /사진=장호성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와 세계 경제위기, 집값 고점인식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며 분양시장이 갈수록 침체되고 있다. 지난달인 1월 4주부터 2월 2주까지 3주 연속으로 전국 주간 분양물량이 200가구를 밑도는 등 빙하기가 길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청약경쟁률은 이미 한 자릿수 대로 떨어졌고, 기대를 모았던 대단지 아파트들도 잇따라 순위 내 청약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며 우려를 키웠다.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8000호를 넘어서 2013년 8월 이후 9년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업계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보는 6만호를 훌쩍 넘어 7만호를 바라보는 수치다.
2023년 1월 분양계획 대비 분양실적 비교 추이 / 자료제공=직방
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1월 4주 분양물량 8002가구, 1년 뒤 40분의 1토막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전국 주간 분양물량은 ▲1월 4주 175가구 ▲2월 1주 127가구 ▲2월 2주 94가구로 나타났다. 1월 마지막 주의 경우 설 연휴가 끼었고, 전통적인 비수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으로 적은 수치다.
지난해인 2022년 1월 넷째 주의 경우 ‘북서울자이 폴라리스’와 ‘더샵 부평센트럴시티’ 등 대단지가 포함돼 전국 8002가구의 청약이 쏟아졌으며, 2월 첫째 주는 설 연휴가 끼었음에도 불구하고 ‘힐스테이트 몬테로이’ 등 대단지가 청약을 받으며 전국 5325가구가 청약을 받은 바 있다.
분양 관계자는 “지난해 분양된 물량들이 사실상 ‘막차’를 탄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부동산 가격이 이렇게까지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많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청약에 대한 수요도 그 때까지는 남아있어서 그런 분양 일정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는 연속적인 금리인상과 부동산 심리 악화로 분기를 더 해갈수록 청약 경쟁률이 떨어졌다. 1분기 14.05대1이던 평균경쟁률은 4분기엔 1/4 수준인 3.53대1로 낮아졌다. 4분기 분양한 114개 단지 중 절반이(56개 단지) 2순위 청약에도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 같은 한파는 올해 1월 더욱 극심해졌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인 1월 청약을 진행한 11개 단지 중 1대 1의 경쟁률을 넘어선 단지는 3곳에 불과했다. 아파트 10곳 중 7곳이 한 자릿수 경쟁률도 채우지 못하고 미달됐다.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이들을 위한 ‘탄력적 공급시기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건협은 침체된 건설경기 시기를 피해 탄력적인 주택공급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민간건설 임대주택 공급 및 인허가기간 단축 등의 혜택을 요청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금리 인상과 주택가격 하락, 미분양 증가 등의 상황을 고려해 주택 공급 시기와 물량을 조정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기도 했다.
◇ 쌓이는 미분양 악몽, 대구시는 주택건설계획 승인 보류까지…분양업계 ‘눈치싸움’
대표적으로 미분양이 많은 도시로 부각된 대구시는 지난달 30일 주택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주택건설계획 승인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최근 대구 지역 공급 과잉 및 미분양 적체에 대한 우려로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풀이됐.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해 9월말 제72차 미분양관리지역 공고를 끝으로 제도 개선을 위해 일시적으로 운영을 중단했으며, 현 시점으로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없다.
HUG는 1월 미분양관리지역 발표를 목표했으나, 기준을 세밀하게 조정해야하는 부분이 있어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미분양 물량이 많은 지방에서는 지자체별로 공급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플랫폼 직방의 지난 1월 초 조사(1월 5일)한 1월 분양예정단지는 10개 단지, 총 7275세대, 일반분양 5806세대였다. 이를 재조사한 결과 실제 분양이 이루어진 단지는 4개 단지, 총 1569세대(공급실적률 22%), 일반분양 1461세대(공급실적률 25%)가 분양되는 데 그쳤다.
2월에는 16개 단지, 총세대수 1만2572세대 중 9924세대가 일반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2022년 동월 물량과 비교해 총세대수는 8922세대(42% 감소), 일반분양은 8359세대(46% 감소)가 감소한 수치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제 분양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행사나 분양대행사들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2월까지는 분양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당장 먹거리 찾는 것이 급한 상황”이라며, “3월이 되면 상황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