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 사진제공= 메리츠증권
다른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영업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사이에 메리츠증권은 노하우와 자금력을 바탕으로 우량 사업장과 딜(Deal)을 확보할 수 있는 선순환을 보이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과 롯데그룹 계열사가 공동으로 펀드를 조성해 롯데건설이 보증하는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매입하는 투자다.
메리츠금융그룹이 9000억원을 선순위로 출자했다. 메리츠증권 주간 아래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인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이 모두 참여했다.
롯데물산, 롯데호텔, 롯데정밀화학 등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6000억원을 후순위 채권자를 맡았다. 다양한 평가 가운데서도 전반적으로 메리츠가 영업력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22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 PF 시장 한파가 닥치면서 대부분 증권사들이 몸을 낮춘 가운데 전진 행보를 통해 “장사를 잘 한” 셈이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 그룹사는 선순위 대출로 이자,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 적은 리스크로 수익성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돈맥경화’를 해결하는 자금 공급으로 건설업에 힘을 실어주는 명분도 확보했다. 메리츠금융그룹 관계자는 “이번 협력을 통해 롯데그룹과의 장기적인 파트너십 구축도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제 메리츠증권은 롯데건설과 컨소시엄을 통해 국내 증권업계 PF로 최대 규모인 마곡마이스(MICE) 단지 대규모 복합개발사업 등에서 손을 잡고 있다.
메리츠는 선제적으로 포트폴리오 관리에 힘을 실어온 덕분에 시장 위기 국면에서 그룹 협력을 통해 우량 딜을 확보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증권, 화재, 캐피탈까지 ‘안전 장치’를 채운 선순위 대출 위주로 취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PF의 95%대를 선순위 대출로 구성하고, LTV(주택담보대출비율)도 평균 50%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인재 확보도 눈에 띈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2023년 1월 다올투자증권에서 개발금융사업본부 상무를 지낸 이원병 상무를 선임했다. 이 상무는 앞서 교보증권, 다올투자증권 거쳐 IB 업계에서 베테랑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이번에 이 상무가 메리츠증권으로 옮길 때 20여 명이 넘는 팀(Team) 규모 부동산 PF 인력이 함께 이동했다.
메리츠증권은 2010년 증권업계 최초로 부동산 PF를 취급해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영업환경이 우호적일 수 밖에 없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PF 대출에서 신용보강(책임준공)을 업계 처음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 메리츠증권은 뚜렷한 성과 보상 체계로 잘 알려져 있는 증권사로 인재 수혈도 힘을 싣고 있다.
최 부회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다른 금융사가 부동산 사업을 멀리할 때 부동산PF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 메리츠증권의 수익 기둥으로 만든 인물이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PF 사업 중심으로 성장하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거듭났다.
메리츠증권의 6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기자본은 부동산 PF 사업 기반이며 IB 추진동력이 되고 있다.
부동산 PF 시장이 한파에 직면하면서 부동산 금융 주력 증권사에 대한 우려도 높아졌는데, 상대적으로 메리츠증권은 한 발 물러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발채무 위험은 다소 있더라도 안전장치를 바탕으로 고위험 PF와 이미 거리를 두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2023년 1월 메리츠증권(AA-) 리포트에서 “차별화된 IB 부문 사업경쟁력을 바탕으로 매우 우수한 수익성을 유지 중”이라며 “해외 대체투자자산 등의 건전성 저하 위험이 내재하고 있으나, 위험익스포져 규모 관리와 보완자본 발행 등을 통해 자본적 정성을 양호하게 관리하고 있고, 자본시장 접근도와 적절한 자산과 부채 만기 관리를 통해 우수한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업계 첫 부동산 PF 도입 증권사로서 그동안 쌓인 노하우를 기반으로 우량 딜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선순환 체계도 만들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메리츠증권은 매주 정례로 ‘딜 리뷰(Deal review)’를 열고 있는데, 최 부회장이 직접 회의에 참석해서 주목된다. 사업 내용에 대해 집중 토론하면서 실행 여부를 결정하는 소통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가 포괄적 주식교환을 결정하면서 메리츠증권은 2023년 단일 상장사가 되는 지주의 완전자회사에 포함된다.
오너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지분율 하락을 감행한 결정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증권의 딜소싱(투자처 발굴) 능력 등을 결합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 극대화에 힘을 싣기로 했다.
메리츠증권은 증권업계 전반적인 실적 부진 가운데서도 IB 역량을 바탕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클럽’을 달성했다.
메리츠증권은 2022년도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조9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메리츠증권은 최종 손실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편을 써서 IB 부문 리스크 관리에 힘을 쏟고 있으며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 부동산 PF 절대 규모보다 내실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는 회사별 보유 자산 성격에 따라 크게 차별화되며 이는 2023년 실적 향방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