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 노동조합이 재차 사외이사 추천에 나서면서 다음달 주주총회 결과가 주목된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이 의무화된 가운데 민간기업에도 노조추천이사제가 확산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는 30일 KB금융 이사회 사무국에 임경종 전 수출입은행 인니금융(PT KOEXIM MANDIRI FINANCE) 대표이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서와 위임장을 전달했다.
노조는 이날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3월 KB금융지주의 정기 주주총회를 맞아 임경종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 후보는 6년 이상의 인도네시아 현지 근무 경력을 포함해 수은에서 33년간 근무하면서 해외사업과 리스크 관리 분야에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조는 "임 후보는 은행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실무 경험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전체 주주와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해외사업부문 정상화를 위해 KB부코핀은행의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고 현지 영업력을 키워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최적의 후보자"라고 설명했다.
KB금융 노조가 사외이사 추천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KB금융 노조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노조 추천 또는 우리사주조합 추천 등의 형태로 다섯 차례에 걸쳐 사외이사 후보를 내세웠으나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주총을 통과하진 못했다. 2019년에는 이해 상충 문제로 노조가 자진 철회했다.
노조는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 방지를 위한 정관 개정도 추진한다. 공직자윤리법을 준용해 ‘최근 5년 이내 행정부 등에서 상시 종사한 기간이 1년 넘는 자는 3년 동안 대표이사(회장) 선임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대부분 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가 교체되는 상황에서 관치와 낙하산 등 전문성 없는 경영진이 오면 회사가 망가지는 것은 순식간"이라며 "KB금융의 정관 개정은 매우 타당한 만큼 이번 주총에서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KB금융 관계자는 "KB부코핀은행의 경우 배드뱅크를 인수해서 굿뱅크로 전환하는 전략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실패한 해외투자로 볼 수 없다"며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자본 투입을 통한 우량은행 전환 및 디지털 경쟁력 강화와 영업력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