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동남권./사진=주현태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지난해 집값이 통계작성 이래 최대 수준으로 하락하며 본격적인 하락장이 찾아온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모인다.
금리 상황에 무엇보다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부동산 특성상, 정부의 규제완화 스탠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동산시장은 짙은 관망세를 나타나고 있다.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정부는 출범 1년도 지나지 않은 현재, 서울 강남3구(서초·강남·송파) 및 용산을 제외한 전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한 것은 물론 다주택자에 대한 대대적 세제혜택 제공 등 부동산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왔다.
이 같은 정책의 배경에는 미 연준의 유례없는 4연속 기준금리 0.75%p 인상이라는 변수가 작용했다.
미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도 세 차례에 걸친 양적완화를 가져가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유동성 공급에 여념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예기치 않았던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를 덮치며, 연준은 원래대로라면 긴축을 단행했어야 할 타이밍에 훨씬 더 많은 양적완화와 경기부양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시장에 과도한 유동성이 공급됐고, 같은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의 유동성도 그 어느 때보다 들끓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집값은 지난 2020~2021년 초저금리 시대에 두 자릿수 상승폭을 나타내며 유례없는 불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팬데믹이 어느 정도 잦아들고, 미 연준은 단호한 금리 인상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경제침체, 집값 고점 인식 등의 요인이 맞물리자 지난해 아파트 가격 연간 하락률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을 기록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작년보다 큰 폭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지난해 실거래가가 크게 내려간 데다 현실화율 인하까지 더해진 전망치다.
앞서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지난해 1∼1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누적 18.86% 하락했다. 2006년 조사 이래 역대 최대 하락폭이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실거래지수도 11월까지 역대 최대 수준인 14.34%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사진제공= 한국은행(2022.12.20)
이미지 확대보기연준이 연일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서, 한은 역시 이에 발맞추며 꾸준한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달 중순 한국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7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기준금리는 3.50%까지 오르게 됐다.
이창용닫기이창용기사 모아보기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그동안 레버리지가 너무 컸던 점 등에 대한 정상화 측면”이라며, “한은은 부분적으로 유동성 공급 등으로 해야지 금리로 (부동산 가격을)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다만 18일 열린 외신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금리가 이미 높다”며 비둘기파(금리 인하·동결 지향)적인 성향을 드러내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총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경로보다 물가가 안 떨어지면 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고, 더 떨어지면 성장과 금융 안정을 고민하면서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발언하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는 않았다.
아울러 그는 "금융 안정과 관련한 커뮤니케이션 어려움도 커질 것"이라며 "부채 문제로 한국 금융시스템에 단기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나 부동산 관련 부문에서 어려움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미 연준 내 금리 인상파, 즉 ‘매파’ 의원들은 여전히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2월 FOMC 정례회의에서 0.5%p의 금리인상을 촉구하면서 연말 기준금리를 5.25∼5.5%로 예상했다.
불러드 총재는 "우리는 물가 완화 과정이 확실히 자리를 잡고 물가상승률을 2% 목표치로 되돌리기 위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긴축하기를 원한다"며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가능한 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역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물가상승률 둔화를 반기면서도 최종금리가 기존 예상치인 5.0∼5.25%보다는 "약간 더 높아야 한다"며 불러드 총재와 비슷한 견해를 나타냈다.
메스터 총재는 "우리는 아직 5%를 넘지도, 5%에 이르지도 못했다"며 "너무 적게 긴축하는 것에서 오는 리스크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 보니, 정부의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거래량이 쉽게 회복되지는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18일까지 기록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205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39건과 비교하면 3분의 1 이하로 뚝 떨어진 수치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공포 심리가 강해졌고, 정부의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나타나고 있는 하락세 둔화는 급매물 회수로 인한 착시효과고, 만약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추세하락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