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우리금융지주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 회장은 전날 이사회 및 주요 임원들에게 연임 도전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18일 이사회 등에 이 같은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날 열리는 첫 회의에서 손 회장을 차기 회장 롱리스트(1차 후보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 회장이 소송과 연임 등과 관련해 전날 늦은 시간까지 고민하다가 내린 최종 결정을 우선 주요 임원 등 측근들에게 비공식적으로 공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손 회장은 라임 중징계 조치에 대해서는 우리은행과 함께 효력 정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는 나서기로 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정례회의에서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 문책 경고 상당의 조치를 의결했다. 금융회사 임원이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3~5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우리은행의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사모펀드 신규 판매를 3개월간 정지하는 업무 일부 정지와 퇴직 임원 문책 경고 상당 등의 조치를 내렸다. 설명서 교부 의무 위반과 투자 광고 규정 위반 등에 대한 과태료 총 76억6000만원은 지난해 7월 금융위 의결로 먼저 부과했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사외이사들은 지난 4일 열린 비공식 회의에서 라임펀드 징계에 대한 행정소송 여부 등을 논의한 뒤 우리은행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의 징계를 수용하면 신한금융투자와의 구상권 청구 소송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과 법적 리스크로 인해 향후 인수합병(M&A) 등 지주와 은행의 경영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이 소송 결정에 주효하게 작용했다.
손 회장의 경우 연임 포기와는 별개로 개인적 명예를 회복하고 우리은행과 법리 대응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등 조직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송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은행과 손 회장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다퉈 볼 법적 쟁점이 일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우리은행 제재 확정 당시 금융위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펀드의 리스크를 인지했음에도 이를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부작위’(해야 할 조치를 하지 않은 행위)를 자본시장법 제49조의 ‘부당권유’에 대한 조항으로 규율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소수 의견이 나왔다.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손 회장의 부당권유 금지조항 위반을 제재 처분 근거로 삼은 바 있다.
우리은행이 리스크 인지 노력을 했던 점이 가중처벌 근거가 될 수 있냐는 의견도 나왔다. 우리은행이 라임펀드의 리스크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 사실이 문서로 남아 있는데, 위험성을 직접적으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품을 판매한 신한은행보다 높은 수위의 처벌을 받은 것이 형평성에 맞냐는 지적이다.
그간 금융당국 수장들은 잇달아 손 회장의 거취와 관련한 압박성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사고와 관련해 앞으로 제도를 어떻게 바꾸고, 무엇을 잘못했다는 발표는 하지 않고 자꾸만 소송을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한 대응 방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소송 얘기만 하는 것은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작년 11월 “당사자께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손 회장의 연임에 경고성 발언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달 21일 “개인이 사법적 쟁송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과 별개로 (손 회장 중징계가) 금융당국의 최종 입장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임추위는 이날 오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첫 공식 회의를 연다. 헤드헌팅 회사가 추천한 인사 10명 가운데 중복 인사를 제외하고, 내부 출신 인사를 포함해 10명 안팎의 인사를 롱리스트에 올릴 예정이다. 이후 오는 27일 2~3명의 숏리스트를 선정한 뒤 2월 초께 최종 후보를 단독 추천할 계획이다. 다만 숏리스트 선정까지 10일밖에 남지 않은 만큼 일정이 다소 순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