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부사장.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대표이사를 교체한 계열사는 현대글로비스 한 곳이다. 그룹 전체로 놓고 보면 위기 대응에 초점을 두고 인사폭을 최소화하면서도, 현대글로비스만큼은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2019년 이 부사장은 현대차 상반기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 나와 팰리세이드 미국 물량을 3만대에서 8만대로 2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는 "팰리세이드는 미주 권역 내 수익성을 견인할 수출 차종"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이 부사장은 현대차 브라질법인 재경담당, 프랑스판매법인장, 미주유럽관리사업부장 등을 거치며 다양한 해외경험을 가지고 있다. 최근까지는 현대차 프로세스혁신사업부장과 차세대ERP(전사자원관리)혁신센터장을 겸임하며 경영 시스템 전반의 혁신을 담당했다.
이 부사장을 현대글로비스의 새 수장으로 내정한 것은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 회장이 추진해야 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연관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2022년 3월말 기준. 자료=한국신용평가.
이미지 확대보기현대차그룹은 크게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각각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졌다. 오너일가가 적은 지분으로도 계열사 전반에 과도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어 정부로부터 해소 압박을 받고 있다.
방법은 현대모비스를 지주사로 하는 개편안이 유력하다. 이를 위해 추진한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안이 지난 2018년 시장의 반대로 막힌 적 있다. 결국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통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정공법' 외엔 다른 방안을 시도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선 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가 바로 현대글로비스(20.0%)다. 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자료=현대글로비스 사업보고서.
이미지 확대보기현대글로비스는 꾸준히 해외사업 확장을 통해 그룹 의존도를 낮추려고 노력했지만 비중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작년 1~3분기 현대글로비스가 거둔 총 매출액은 20조1702억원이다. 이 가운데 자회사를 제외한 현대차·기아 등 기타특수관계자로부터 발생한 매출거래액은 14조0891억원이다. 비중은 69.85%에 달한다. 10년 전인 2012년 80%가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낮아졌다. 그럼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는 일감몰아주기 감시대상인 '내부거래비중 12% 이상' 훌쩍 뛰어넘는다.
결국 현대글로비스가 새로운 사업에서 기회를 찾아 기업가치 상승과 기존 사업 의존도 탈피를 동시에 이루기 위해서는 재무 역량 및 다양한 글로벌 사업과 실적을 가진 이 부사장이 적격이라고 판단 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 물류로봇 '스트레치'.
현대글로비스는 선택한 신사업은 로봇과 수소다. 작년 정관변경을 통해 사업목적에 두 사업을 새롭게 추가했다.
특히 로봇사업은 이 부사장이 현대차 프로세스혁신사업부에서 진행해 온 업무와 연장선에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로봇 인지기술, 인공지능, 제어기술 도입 등을 통한 공장과 물류 시스템의 자동화·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회사는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제조혁신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건립한 싱가포르글로벌혁신센터(HMGICS)에 참여했다.
또 현대차그룹이 1조원대 자금을 투입해 인수한 미국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전에도 현대글로비스가 참여해 지분 10%를 직접 투자한 바 있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부사장 주요 경력>
▲1968년생/서울대 경제학 학사/현대차 프로세스혁신사업부장(전무)/현대차 미주유럽관리사업부장(전무)/현대차 프랑스판매법인장(상무)/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후보(부사장)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