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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 옵션 본격 시행…운용사, TDF 전진 배치 [2023 퇴직연금 대격돌]

임지윤 기자

dlawldbs20@

기사입력 : 2023-01-02 00:00 최종수정 : 2023-01-05 20:36

금융당국 “중장기 성과 위주로 경쟁해야”
선두는 미래에셋…“수수료 낮은 게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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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 옵션 본격 시행…운용사, TDF 전진 배치 [2023 퇴직연금 대격돌]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2023년은 ‘퇴직연금 대격돌’이란 표현이 적절할 듯하다. 지난해 7월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사전 지정 운용제도)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금융 투자업계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전망된다.

특히 디폴트 옵션 내 가장 비중이 큰 상품으로 꼽히는 생애 주기 펀드(TDF·Target Date Fund)를 둘러싼 전략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259개 상품으로 첫발 뗀 디폴트 옵션
디폴트 옵션은 노동자가 자신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한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퇴직연금을 합리적으로 운용하고 수익률을 높이고자 마련됐다.

디폴트 옵션 대상은 노동자가 운용하는 방식인 ‘확정 기여(DC·Defined Contribution Retirement Pension)형 퇴직연금’과 자영업자도 가입할 수 있는 ‘개인형 퇴직연금(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으로 나뉜다.

현재 IRP는 가입자가 자신의 투자 성향에 따라 디폴트 옵션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상태이며, DC형은 이르면 올해 초부터 가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마다 규약 반영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퇴직연금 사업자가 제시한 디폴트 옵션을 노동자 대표 동의를 거쳐 퇴직연금 규약에 반영해야 한다. 노동자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디폴트 옵션 상품 운용구조나 손실 가능성 등을 포함한 정보를 받아 최종적으로 1개 상품을 지정하면 된다.

디폴트 옵션 상품은 259개로 올해 첫발을 뗐다. 퇴직연금 사업자 39곳이 318개 상품을 신청했는데,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와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등은 두 차례 심의를 거쳐 259개 상품만 통과시켰다. 승인율은 81%다.

승인되지 못한 59개 상품은 과거 운용 성과가 저조하거나 성과에 비해 보수가 과다한 경우 등이었다.
특히 계열사인 자산운용사 펀드를 신청한 경우,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가 이뤄졌다. 정부는 올해 초 최대 10개 상품을 추가 승인하려 한다.

금융당국은 고령화 사회를 맞아 디폴트 옵션이 안정적인 노후 준비 대책으로 잘 정착하길 기대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21일 퇴직연금 사업자 간담회에서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직접 운용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노동자의 노후 준비를 퇴직연금 사업자 역량으로 지원하는 구조인 만큼,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최선의 이익(Best interest)을 위해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단기 시장 선점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성과를 내는 지속 가능한 모습으로 경쟁이 전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디폴트 옵션 제도의 내용이나 가입 절차 등이 가입자에겐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며 “퇴직연금 사업자가 가입자 위험 성향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충실한 설명 및 안내를 제공해 제도가 잘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협조를 요청했다.
디폴트 옵션 핵심 ‘TDF’ 경쟁 불꽃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제도 변화를 기회 요인으로 보고 있다. 실적 배당형 상품을 무기로 공격적인 시장 점유에 나서는 중이다. 특히 현재 10조원 규모로 시장이 불어난 TDF가 불꽃처럼 떠오른다.

TDF는 디폴트 옵션 내 핵심 펀드 상품으로 꼽힌다. 엔진 역할을 하는 글라이드패스(Glide path·자산 배분 곡선)에 따라 본인 성향에 맞춰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시장 상황과 생애 주기에 따라 자동 운용돼 고객은 포트폴리오(Portfolio·자산 배분 전략)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생업에 바빠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상품을 결정하지 못했다면, 사전에 정해둔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된다.

보통 실적 배당형인 고위험은 TDF, 밸런스 펀드(BF·Balance Fund)로 구성되며 중위험·저위험 포트폴리오는 TDF, BF, 정기예금을 혼합해 만들어진다. 원리금 보장형인 초저위험은 정기예금 위주다. 가입자는 투자 성향에 맞춰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현재 국내 연금 강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대표 최창훈·이병성)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1년 ‘자산 배분 TDF’로 TDF를 처음 선보인 뒤 꾸준히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TDF 시장 점유율은 43%에 달하며, 운용 규모는 3조원을 훌쩍 넘는다.

주요 전략은 전 세계 연결망을 활용한 직접 운용이다. 직접 운용으로 위탁 수수료를 없앴다. 운용·판매·신탁·사무관리 보수를 더한 총 보수에 기타 비용과 피투자 펀드 보수까지 합산해 투자자가 실제로 최종 부담하는 ‘합성 총보수 비용’은 증권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투자자 비용을 줄이니 수익률은 자연스레 올랐다. 3년과 5년 성과에서 TDF2025·2030·2035·2040·2045 빈티지(Vintage·은퇴 목표 시점) 모두 ‘미래에셋전략배분TDF’가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그 결과 총 128개 상품을 디폴트 옵션 승인 상품에 넣었다. 업계 전체 259개 상품이 승인됐는데 절반가량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선점한 것이다. 전체 운용사 중 100개 넘는 상품 승인을 받아낸 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유일하다. 대표 상품인 ‘미래에셋전략배분TDF’ 시리즈의 경우, 87개가 승인 상품에 이름을 올렸다.

중소형 운용사들의 도약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화자산운용(대표 한두희닫기한두희기사 모아보기)은 디폴트 옵션 심의에서 종합 3위·TDF 2위로 ‘대약진’을 펼쳤다. 총 20개 퇴직연금 사업자, 37개 상품에 선정됐는데, 이는 6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농협)을 모두 포함한 결과다.

특히 국내 운용사 최초로 2025·2030·2035·2040·2045·2050 등 모든 빈티지(Vintage·은퇴 목표 시점)가 통과됐다. TDF 운용 규모가 6위를 차지한 KB자산운용(대표 이현승닫기이현승기사 모아보기)의 7644억원보다 한참 떨어지는 840억원가량임을 비춰봤을 때 놀라운 성과다.

디폴트 옵션 최종 통과까지 조직을 진두지휘해온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채널 연금마케팅 본부장은 “DC형뿐 아니라 확정 급여(DB·Defined Benefit) 형까지 퇴직연금을 전방위적으로 커버하기 위해 누구보다 선제적으로 연금 조직을 개편했다”며 “투자자와의 긴밀한 소통에 기반한 연금 상품 설계와 운용에 중점을 두고 차별화 전략을 제시한 것이 유효했다”고 짚었다.

실제로 한화자산운용은 현재 연금 솔루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객 관점에서 상품과 마케팅을 통합해 전사적 자원을 집중한 상태다. 솔루션 운용과 연금 마케팅의 통합 운용 및 협업으로 TDF의 정량적 데이터 비교 분석을 시행해 ‘퇴직연금 사업자별 맞춤형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총 24개 디폴트 옵션 상품을 통과시켰다. 현재 패시브(Passive) 운용방식의 ‘KB온국민TDF’와 액티브(Active) 운용방식의 ‘KB다이나믹TDF’를 운용 중이다.

최근엔 주식 투자 비중을 20% 수준으로 낮춰 변동성을 5% 이내에서 관리하는 ‘KB다이나믹TDF 채권혼합형’ 판매사를 늘리고 있다. 승인 상품의 40%가 KB국민은행(은행장 이재근닫기이재근기사 모아보기) 등 자사 계열사에 포함되면서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다.

NH아문디(Amundi) 자산운용은 최근 ‘하나로 TDF’를 전진 배치하면서 22개 상품이 디폴트 옵션 상품에 승인됐다. 하나로 TDF는 전 세계 최초로 TDF를 출시한 올스프링(Allspring)으로부터 자문받아 운용되고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 관계자는 “국내 주요 운용사 가운데 유일하게 글로벌(Global·세계적인) 운용사의 합작사로 글로벌 투자분석가 조직을 보유한 회사는 NH아문디자산운용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디폴트 옵션 추가 승인을 예고한 만큼 연금 시장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한 금융 투자업계 관계자는 “오는 2030년 10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 예상되는 연금 시장에서 TDF를 둘러싼 후발 주자들의 치열한 경쟁이 불꽃 튈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를 향해선 “금리가 지속해서 오르는 시점에 원리금 보장형 편중에서 급격한 ‘머니 무브’(Money move·자금 이동)는 어려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퇴직연금에 실적 배당형 상품 비중을 키우는 게 필수적”이라며 “단기적으로 유행하는 테마형 투자상품보다는 장기적으로 연금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상품을 선별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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