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기준 주택 유형별 거래량 및 증감률(단위: 건) / 자료=국토교통부
이미지 확대보기고금리와 경기침체, 집값 고점인식 등으로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전세매물 누적으로 인한 부동산시장의 연쇄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락장 속에서 집주인들은 매물을 내놓는 대신 어떻게든 전세로 돌려서 하락장을 버티고자 하고 있는 반면, 수요자들은 집값 추가하락을 기대하며 월세로 버티려 하는 양상이 길게 펼쳐지면서 전세매물은 쌓이는 악순환의 고리가 부동산시장에 형성되고 있다.
◇ 고금리에 곤두박질치는 집값, 전년대비 절반 이하로 토막난 아파트 거래량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5만1811건으로 3개월 전인 8월 초 3만1414건 대비 64%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는 6만6923건으로 56%, 인천은 1만5026건으로 39% 늘었다.
아파트 전세가격 하락폭은 매매가격보다도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12월 1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주(-0.56%) 대비 하락폭 확대됐다. 수도권(-0.69%→-0.74%), 서울(-0.56%→-0.59%) 및 지방(-0.43%→-0.45%) 모두 하락폭 확대(5대광역시(-0.54%→-0.57%), 8개도(-0.32%→-0.33%), 세종(-0.77%→-1.02%))됐다.
누적치를 따져보면 올해의 하락세가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12월 첫째 주 기준 올해 서울의 누적 전세가격 하락폭은 –6.18%로,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폭은 5.13%를 이미 넘어섰다. 경기는 –8.37%로 지난해 11.09% 상승폭을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1%대 하락세에 접어들며 연내 역전이 유력해진 상황이고, 인천 역시 올해 –10.79%로 두 자릿수 누적 하락폭을 기록한 것은 물론 갈수록 하락 속도가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올해 11월 서울 아파트 월간 매매거래량 추이 (22.12.14 기준) / 자료=서울부동산정보광장
이미지 확대보기이 같은 가격 급락에는 씨가 마른 부동산거래가 영향을 미쳤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11월까지 단 한 차례도 2천 건을 넘지 못했으며, 심지어 하반기에는 단 한 번도 1천 건을 넘기는 일도 없었다. 특히 11월의 경우 금천구에서 기록된 146건의 거래 중 135건이 ‘아이유하임’ 아파트에서만 발생한 직거래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거래량이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거래량은 500건 이하로 내려간다.
전국 단위로 살펴봐도 거래량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급감했다. 국토교통부 10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이 기간 전국 누적 아파트 거래량은 26만2084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56.1%나 감소했고, 아파트 외의 빌라 등 거래도 18만7883건으로 36.7% 감소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단연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준금리 ‘제로’ 시대가 길게 이어지며 1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2~3%대 선으로 낮은 편이었다. 이 기간은 낮은 금리와 풍성한 시중유동성으로 인해 주식과 부동산 등 투자수단을 가리지 않는 유례없는 투자활황이 발생했고, 이에 따른 수요자들의 ‘포모 증후군’까지 발생해 젊은 세대의 ‘영끌 패닉바잉’이 주류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미 연준이 시중유동성 회수를 위해 4연속 기준금리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을 단행했고, 한국은행도 이에 따른 꾸준한 금리 인상 기조를 가져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 주택·전세대출 금리는 6%를 넘어 7~8%선을 바라보고 있어 대출로 인한 금융비용 지출이 지난해의 두 배 이상으로 뛰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올 한해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비중이 처음으로 평균 40%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자금대출도 어렵게 되면서 집주인은 물론 세입자까지 월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 결과로 풀이됐다.
서울 아파트 전경
이미지 확대보기◇ 내년 입주물량 올해보다 6.4만가구 많아…투자는 물론 주거로서의 전세도 가치 낮아져
이처럼 집값이 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까지 ‘영끌’을 통해 고점에서 주택 매입에 나섰던 집주인들의 한숨은 커져가고 있다. 고점에 매입한 주택의 집값이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고금리에 늘어가는 이자부담과 집값 폭락을 동시에 겪는 이중고에 빠진 것이다.
지난해 영끌로 방학동 소재 아파트를 매입했다는 30대 직장인 A씨는 “하도 언론이나 주위 사람들이 겁을 줘서 친가와 처가까지 동원해 아파트를 매입했는데, 아이도 없고 실거주 목적이라 아직까지는 집값 폭락에 대한 고통이 체감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대출 이자가 뛸 것이라는 걱정이 많고, 주변 시세가 계속 떨어져가는 것을 보는 기분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일부 임대인들 사이에서는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기존 세입자가 계약 만료로 인해 나가는 것을 막고 싶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임대차3법을 이유로 세입자를 쫓아내고 자신이 들어가서 살겠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의 ‘공동주택 입주예정물량 정보’에 따르면 내년 아파트 입주예정물량은 41만가구로 올해보다 6만4000가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 주택 수요가 줄고, 이로 인해 전세를 비롯한 부동산시장의 추가적인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금리 여파로 집값이 하락하고, 이로 인해 매물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전세로 돌리는 집주인들이 늘어나면서 전세 매물이 늘어 전셋값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하는 한편, “금리 인상으로 인한 집값 하락기에는 주거가 아닌 투자가치로서의 전세는 그 의미를 잃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입주물량이 늘면 주거로서의 전세 가치도 줄어들 가능성이 커 내년에도 부동산의 약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