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화 달인’으로 불리는 최 부회장은 메리츠증권의 차별화를 꾀하면서도 장수 CEO(최고경영자)로서 꾸준하고 일관된 성과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반적인 증권업 부진 가운데서도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을 기반으로 ‘깜짝 실적’을 내고 올해 연간 영업이익 ‘1조 클럽’을 바라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다른 대형 증권사들이 금리인상과 증시침체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IB를 중심으로 3분기까지 선두를 차지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메리츠증권 측은 “IB 부문에서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신규 딜(Deal)에 대해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최 부회장이 장기적인 성장 전략으로 수익성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IB 부문에서 국내 증권업계 PF로는 최대 규모인 마곡 마이스(MICE) 복합단지 및 이태원 유엔사부지 등 대규모 딜을 성사시켰다. 대규모 자기자본(2022년 9월말 연결기준 5조8402억원)은 IB 추진 동력이 되고 있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부동산PF 대출에서 신용보강(책임준공)을 업계 처음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부동산PF 신호탄을 쐈던 증권사로 그동안 리스크 관리 경험과 역량도 쌓였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메리츠증권은 부동산PF의 95%를 선순위 대출로 구성하고, LTV(주택담보대출비율)도 평균 50%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부동산 PF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우량 딜을 중심으로 선순환을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뱅커스트러스트, 골드만삭스 등을 거쳐 2010년 2월부터 메리츠증권 수장을 맡고 있는 최 부회장은 업계에서 사업성을 보는 눈이 뛰어난 CEO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대부분 금융회사가 부동산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을 때 부동산PF 사업을 시작해서 메리츠증권의 주요 수익원으로 만든 게 대표적이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PF 사업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도약했다.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만큼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규제 강화 조치 가운데서도 적절히 대응하며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을 기른 것으로 풀이된다.
메리츠증권은 2018년 1분기부터 2022년 3분기까지 19분기 연속 1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꾸준함을 보이고 있다.
단순 실적뿐만 아니라 수익성 지표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2022년 9월말 기준 메리츠증권의 연결 기준 연환산 ROE(자기자본이익률)는 15.7%로, 자기자본의 빠른 성장과 더불어 2014년부터 9년 연속 두 자릿수 ROE를 기록했다.
재무건전성 지표를 나타내는 순자본비율(NCR)은 2022년 9월말 기준 1516%, 유동성 비율은 134.2%를 기록했다.
보유위험에 대한 자본 완충력을 살펴볼 수 있는 조정순자본비율은 별도 기준 2022년 9월 말 기준 184%, 우발부채를 감안한 조정유동성비율도 103.6%로 관리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IB는 금리 및 물가상승 등에 따른 부동산 영업환경 악화에도 우량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딜과 해외 대체투자 실적으로 성과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매주 정례로 열리는 ‘딜 리뷰(Deal review)’는 메리츠증권의 가감 없는 소통 방식이 반영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 부회장이 회의에 직접 참석하고 각 사업부서에서 올라온 딜 내용에 대해 집중 토론하고 실행 여부를 결정한다.
딜 리뷰로 도출된 결론이 최상의 선택을 이끌고 수익성 결실을 맺는다고 봐서 메리츠증권만의 건강한 기업문화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협력도 주목된다. 최근 메리츠금융지주가 포괄적 주식교환을 결정하면서 메리츠증권은 내년 2023년 단일 상장사가 되는 지주의 완전자회사로 포함된다. 오너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지분율 하락을 감행한 결정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증권의 딜소싱(투자처 발굴) 능력 등을 결합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 극대화에 힘을 싣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평가사들은 IB 중심 사업구조인 메리츠증권에 대해 향후 핵심 모니터링 포인트로 위험관리를 지목하고 있다.
일단 전체적으로 부동산 여신에 대해 신용보강, LTV 관리, 담보확보 조건, 선순위 중심 익스포저 등 최종 손실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신용위험이 관리되고 있다고 판단되고 있다.
다만 나이스(NICE)신용평가는 2022년 11월 메리츠증권 리포트에서 “전체 우발부채 및 대출금 중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해외대체투자 비중이 비교적 큰 점은 부담 요인”이라며 “또 포괄적 주식교환의 진행 경과 및 부동산경기 둔화에 따른 사업구조 변경 가능성 등에 대해 살펴볼 것”이라고 제시했다.
한국신용평가도 2022년 11월 메리츠증권에 대한 리포트에서 “위험익스포저 상당 부분이 부동산 관련 투자자산으로,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 유동성 및 신용위험 부담이 증가할 수 있으나 일정 수준 대응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양호한 자본적정성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판단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