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김관주 기자] 안심전환대출이 흥행 동력을 갖춰가는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보금자리론을 받은 차주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심전환대출은 제1·2금융권에서 취급한 변동형이나 혼합형(일정 기간 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실수요자가 저금리(3%대)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방식으로 갈아탈 수 있는 정책금융상품이다.
현재 안심전환대출은 지난 7일부터 2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2단계는 주택 가격이 기존 4억원 이하에서 6억원 이하로 상향됐다. 소득 기준도 기존 부부 합산 7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범위를 키웠다. 대출한도는 2억5000만원에서 3억6000만원(기존 대출 잔액 범위 내)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문턱이 대폭 낮아진 것은 안심전환대출 1단계의 흥행 부진 때문이다. 1단계는 지난 9월 15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총 3조9897억원(3만9026건) 접수를 받았다. 이는 전체 공급한도의 약 16%에 불과하다.
특히 주택 가격 요건을 두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달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대한민국 국민 절반이 수도권에 산다”며 “서울에서 4억원 이하 주택 비중은 2%”라고 말했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도 “신청 조건이 현실적이지 않아 이용자들이 많지 않다는 생각을 해봤는가”라고 안심전환대출을 운영하고 있는 최준우닫기

KB부동산의 10월 보고서 통계표를 보면 전국 주택 매매가격 평균은 4억8745만원이나, 서울은 9억2694만원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 평균은 12억원이 훌쩍 넘는다.
다만, 안심전환대출 요건 완화로 기존 정책 모기지인 보금자리론은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보금자리론과 안심전환대출의 주택 가격 기준은 6억원으로 같다. 대출한도도 3억6000만원으로 동일하다. 그러나 보금자리론 소득 기준은 부부 합산 7000만원으로, 안심전환대출(1억원)보다 낮다. 또한 안심전환대출은 연 3.7~4% 금리인 반면, 보금자리론은 연 4%를 넘는다.
일찌감치 안심전환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두 상품의 자격 요건이 거의 비슷한데, 은행에서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금리가 낮을 때는 혜택을 보고 금리가 높아지자 보금자리론 대비 조건이 좋은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탈 기회까지 갖게 됐기 때문이다.
보금자리론은 약정만기(최장 50년) 동안 금리가 고정돼 서민·실수요자가 금리 인상 시기에도 영향 없이, 매월 안정적으로 원리금 상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실수요자들을 위한 상품인 만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한도가 최대 70%로 높아 신혼부부와 청년층들이 주로 이용해왔다.
내년에 안심전환대출 대상 주택이 9억원까지 적용되면 보금자리론을 찾는 수요는 더욱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보금자리론 금리는 연말까지 동결했지만, 내년부터 다시 시장 상황에 맞게 인상될 예정이다.
최근에 나온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소관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 보고서’에서는 “최근 주택시장 위축 및 정책 모기지 대출 금리 인상 상황을 고려할 때 대출 수요가 제고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보금자리론 공급 실적은 올해 수정 계획 대비 57.8%(13조7000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 변동금리 서민·실수요자의 상환 부담 증가가 가계 부실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고 시스템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해 안심전환대출 공급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김관주 기자 gj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