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KT&G가 2020년부터 이어온 연매출 5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국내외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외적 악재로 고전하고 있는 것과 달리 KT&G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하반기 전사 기준 실적 개선 가능(김태현닫기김태현기사 모아보기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등과 같은 분석이 잇따라 나오는 등 국내 증권업계는 KT&G 상승세를 내다보고 있다.
KT&G가 이처럼 하반기 실적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는 고환율 기조와 면세업 회복 때문이다.
해외 담배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고환율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엔데믹으로 해외여행이 재개됨에 따라 면세점 매출도 회복되고 있다.
얼마전에는 장중 1440원을 돌파하며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환율 방어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리인상,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 등 이유로 1430원대를 유지하며 이른바 ‘킹달러(달러 초강세)’가 유지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해외 담배 사업 비중이 큰 KT&G로서는 고환율이 오히려 호재다. 이 회사는 수출을 포함한 해외 담배사업 매출이 전체 담배사업 중 30% 가량을 차지한다.
여기에 더해 해외 사업 확대 기조로 수출 물량이 증가하고 있는데 달러 강세로 수출 판가까지 상승하며 매출 호조가 기대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KT&G 올 상반기 해외 수출 일반 담배량은 171억개비다. 2021년 같은 기간 보다 19.6% 증가했다.
올 상반기 수출과 해외법인에서 올린 판매량을 합친 일반담배 해외 매출액은 495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4% 늘었다.
궐련형 전자담배 해외 매출도 상승세다. KT&G는 2020년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전자담배 ‘릴(Lil)’을 판매하고 있는데 수출 국가가 1년 전 일본, 카자흐스탄, 세르비아 등 10개국에서 현재는 이탈리아, 폴란드 등까지 25개국으로 늘어났다.
이렇게 판매 자체가 상승세인 분위기 속에서 고환율까지 더해지자 매출 급증이 예상된다.
심은주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원화값 약세 효과와 해외 수출 회복을 배경으로 꼽으며 “KT&G가 3분기 수출한 담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해외법인 담배 매출액도 전년 동기에 비해 40%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도 보고서를 통해 “현재 환율 흐름이 이어진다면 3분기와 4분기 평균 환율은 2분기 대비 각각 6%, 10% 정도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수 있다”며 “달러 강세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가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또한 KT&G는 외화자산이 외화부채보다 많다.
KT&G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달러 외화자산은 1조8856억원이다. 반면 달러 외화부채는 165억원으로, 외화자산의 0.9%에 불과하다.
KT&G는 보고서에서 원·달러환율이 10% 상승시 세전순이익이 1796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달 초 외환시장 환율은 지난해 말 환율(1185.5원)과 비교해 15% 이상 상승했다.
KT&G는 2015년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을 제치고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매출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후 팬데믹 직전인 2019년까지 2위 기업과 큰 폭의 매출 차이를 벌리며 압도적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2020년 글로벌 팬데믹으로 KT&G 면세 담배 판매량이 이전 대비 50% 이상 감소했다. 기획재정부 면세 담배 판매량 조사에서도 면세 담배 판매량은 2019년 2억2200만갑에서 2020년 6600만갑으로 대폭 줄었다.
최근 해외여행에 대한 국내외 완화 조치가 진행되면서 면세점과 항공, 여행업계를 중심으로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코로나 이전 KT&G 담배 매출 중 면세채널 비중이 10%에 달할 만큼 중요한 채널이었기 때문에 면세업계 회복이 본격화되면 실적 개선이 더욱 눈에 띄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KT&G 근간이 되는 국내 담배 사업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KT&G 궐련 담배 시장 점유율은 65.4%로 전년 동기 대비 1.3%포인트 상승했다. 팬데믹 장기화와 담배시장 축소에도 불구하고, ‘냄새저감·저자극’ 및 ‘초슬림’ 제품 지속 성장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는 올해 점유율 기준 업계 1위로 도약했다. KT&G는 지난 2017년 업계에선 비교적 늦게 궐련형 전자담배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시장 점유율은 불과 2% 수준이었다. 이후 2018년 16.1%, 2019년 31.7%, 2020년 34.3%를 기록하며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더니 올해 2분기 기준 점유율이 47%까지 성장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디바이스 점유율은 89%에 달한다.
올 하반기에는 2년 만에 궐련형 전자담배 디바이스 ‘릴 하이브리드’ 신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신제품은 인공지능(AI) 기능 등 KT&G 독자기술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폰 전용 어플리케이션에 디바이스를 연결해 흡연 횟수와 흡연 시간 등을 기록할 수 있다. AI를 통해 흡연 습관을 분석해주는 기능도 탑재한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가 꾸준히 규모를 키워가는 가운데 신제품 출시로 점유율 확대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은 긍정 요인들에 힘입어 KT&G가 올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T&G는 2020년 연매출 5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5조 2284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외 궐련형 전자담배 성장 등에 힘입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KT&G 하반기 실적은 상반기와 유사한 흐름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궐련 수출은 기저효과와 원달러 상승 영향으로 인해 실적 개선 기여도가 상반기 대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