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시각 1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New York Stock Exchange)에서 기술주 중심의 (NASDAQ·National Association of Securities Dealers Automated Quotation)을 포함해 뉴욕 3대 지수는 반도체주 폭락과 함께 4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사진=〈한국금융신문〉
현지 시각 1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New York Stock Exchange)에서 뉴욕 증시 상장 종목 중 핵심 기술 종목 100개를 모아 만든 나스닥 지수는 전 장보다 1.04%(110.30포인트) 밀린 1만542.10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7월 이후 2년 3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이어서 대형 기업 주식 500개를 포함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500 지수(S&P500·Standard & Poor's 500 index)의 경우 0.75%(27.27포인트) 낮아진 3612.39를 나타냈으며, 미국 30개 대표 종목 주가를 산술평균한 다우 존스 공업평균 지수(DJIA·Dow Jones Industrial Average)는 0.32%(93.91포인트) 떨어진 2만9202.88에 마감했다.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Russell) 2000 지수 역시 0.78%(13.27포인트) 감소한 1686.40으로 집계됐다.
증시가 내린 배경엔 반도체주가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최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성을 더 제한하겠다고 조치하며 실적 둔화를 겪고 있는 반도체주가 타격을 받은 것이다.
조 바이든(Joe Biden) 미 행정부는 중국 내에서 ▲18nm(나노미터)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Nand Flash Memory) ▲14nm 이하 로직 칩(Logic Chip) 등을 중국 안에서 생산하는 경우, 첨단 기술 수출 시 허가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전 세계 어디든 특정 반도체는 중국 수출이 앞으로 금지된다고도 알렸다.
아울러 전 세계 개인용 컴퓨터(PC‧Personal Computer) 출하량이 지난해 대비 15% 줄었다는 시장 조사 업체 IDC(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 발표도 악재로 작용했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미사일 공습을 재개하면서 지정학 불안이 커진 점도 증시에 부정적 영향으로 가해졌다.
이에 반도체 종목이 들어가 있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45%(81.41포인트) 내린 2275.34를 가리켰다. 지난 6일 0.59%, 7일 6.06% 하락한 데 이어 3일째 곤두박질치고 있다.
주요 종목을 살펴보면 우선 글로벌 반도체주로 꼽히는 엔비디아(NVIDIA·대표 젠센 황)가 3.36%(4.06달러) 떨어진 116.70달러(16만6764원)에 마감했다. 아울러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대표 산자이 메로트라)는 2.89%(1.53달러) 내린 51.38달러(7만3422원)에 문 닫았다.
이 밖에도 램 리서치(Lam research·대표 팀 아처)와 마벨 테크놀로지(Marvell Technology·대표 매튜 머피)도 각각 6.43%, 4.84% 감소하는 등 반도체주가 전반적으로 나스닥 지수를 끌어내리는 모습이 연출됐다.
S&P500의 11개 업종 중에선 4개가 오르고 7개는 내렸다. 산업 부문이 0.33%로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고 에너지 업종이 2.06%로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증시는 지난주 발표된 9월 고용지표 이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Federal Reserve System)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완화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예상보다 노동시장이 굳건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경기 침체 우려를 불식시켰기 때문이다.
ADP(Automatic Data Processing·대표 카를로스 A. 로드리게스) ‘전미 고용 보고서’에 의하면 9월 민간 부문 고용은 8월보다 20만8000명 증가했다. 이는 미국 종합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The Wall Street Journal)이 집계한 경제학자 예상치보다 웃도는 수치다. 경제학자들은 9월 비농업 고용자 수가 27만5000명 늘어 8월에 비해 31만5000명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었다.
실업률은 8월에 기록한 3.7%보다 0.2%포인트(p) 낮아진 3.5%로 집계됐다. 사실상 ‘완전 고용’이다. 통상 실업률이 증가하고 고용지표가 안 좋으면 경기 침체로 인식되는데 아직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연준 주요 인사들의 강경 발언도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비둘기파(금리 인하 주장)로 꼽히는 찰스 에번스(Charles Evans)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마저도 전미실물경제협회(NABE‧National Association for Business Economics) 연설에서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은 연준 예상보다 훨씬 지속적”이라며 금리 인상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향후 경제 전망은 그다지 좋지 않다. 경기 침체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 대형은행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의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는 “앞으로 6~9개월 안에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며 “S&P 지수는 현재보다 20%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다음 20% 폭락은 처음(올해 들어 하락한 정도인) 20%보다 훨씬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국제부흥개발은행(World Bank Group)의 데이비드 맬패스(David Malpass) 총재와 국제통화기금(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Kristalina Georgieva) 총재도 “글로벌(Global‧전 세계) 침체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인플레이션 문제가 계속되는 중”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리얼 브레이너드(Lael Brainard) 연준 부의장은 “미국의 긴축 통화정책이 경제 전반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며 “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침체 중”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연준의 금리 인상 효과는 몇 개월간 확실하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어두운 경제 전망 속 투자심리가 얼어붙는 가운데 외환 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가치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 등으로 인해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 통화(유럽 유로‧일본 엔‧영국 파운드‧캐나다 달러‧스웨덴 크로네‧스위스 프랑에)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Dollar Index‧달러화 지수)는 장중 113.342까지 치솟았다.
국제유가는 차익실현 및 수요 둔화 우려 등에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New York Mercantile Exchange)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West Texas Intermediate) 11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1.63%(1.51%) 내려 1배럴당 91.13달러(13만225원)에 거래를 끝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 유(Brent oil) 11월 물 가격도 런던 국제 선물거래소(ICE)에서 1.77%(1.73달러) 낮아진 배럴당 96.19달러(13만7456원)를 기록했다.
안전 자산인 금 가격은 떨어졌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Commodity Exchange, Inc.)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선물인 12월 인도분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트레인 온스당 1.99%(34.10달러) 감소한 1675.20달러(239만5871원)로 마감했다.
시장은 오는 13일 나오는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Consumer Price Index) 발표를 주목하고 있다. WSJ 집계에 따르면, 9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8.1%로 전월 기록한 8.3%보다 0.2%p 내렸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6.6% 올랐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월(6.3%)보다 높은 수준으로, 가파른 긴축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기업들의 3분기 실적도 변수다. 글로벌 금융 정보 제공 업체 ‘팩트셋’(FactSet‧대표 필 스노)은 S&P500지수에 상장된 기업들의 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 증가하는 것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20년 3분기 –5.7%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