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사태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책임론에 대해선 자신을 포함해 금융당국 공무원 모두 위법행위가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은행권 금융사고와 관련해선 내부통제를 잘 준수하는 은행 직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에 동의했다.
“불법 공매도 법인명 공개 추진…공매도 금지는 언급 부적절”
여야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불법 공매도와 관련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올해까지 총 127건의 불법 공매도가 적발됐는데 금융위는 단 한 건도 주범이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았다”며 “불법 주체가 국내 증권사라면 관련법에 따라 사후 공개하게 돼 있는데 외국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127건의 불법공매도 중 94%는 외국인에 의한 것”이라며 “시중에서는 금융위가 외국인 불법 공매도 세력을 비호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과 오해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매도 기능에 대한 국민 신뢰가 갈수록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강력한 처벌과 불법 주체의 정보공개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며 “우리나라 공매도 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 이에 따라 적발 건수도 많은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공매도와 관련해서 내부적으로는 검토를 마친 단계이고, 일단 법인명 정도는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현 상황처럼 계속 감추고 있으면 국민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공감한다. 법적으로 어디까지 적극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지, 필요하면 법 개정을 해서라도 적극적으로 해보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시행해야 한다는 요구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주식 하락장에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 공매도는 주가 하락 속도를 높이고 있어 개인투자자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시장에서는 공매도를 '개미학살제도'라고 부른다”며 “지금이라도 금융위가 개인투자자 보호와 주식시장 안정화를 위해 한시적으로라도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공매도는 언제 어떤 식으로 표현하든지 시장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며 “(공매도 한시적 금지 조치를) 이런 공개된 자리에서 말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공매도와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론스타 비금융주력자, 은행법 동일 적용”…당국 책임론 부인
이날 정무위 위원들과 김 위원장은 론스타 사태의 책임 소재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먼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인수 금지 규정을 다르게 적용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용우닫기이용우기사 모아보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론스타 측을 대리한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준비서면을 보면 비금융주력자 조항이 외국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며 "이 근거로 국내 은행법 전문가 의견을 내세웠는데, 그 전문가가 바로 현 김용재 금융위 상임위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1년 금융위 보도자료를 보면 은행법 적용에 대해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또 입장이 변했는데 바로 김앤장 의견서가 있을 때”라며 “2006년엔 금융위에서 론스타 측에 주주명부를 달라고 했고, 2007년엔 이 자료를 공개하지도 않은 채 판정을 보류했다. 금융위가 은행법 적용을 때에 따라 다르게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외국계 기관일 경우 특수관계 파악이 어려우니 2009년 은행법이 개정된 것 아닌가 싶다”며 “은행법 적용을 다르게 한 것이 아니라 똑같이 하는데 현실적으로 외국계의 경우 특수관계인을 다 파악하는 게 어려워 국내와 다른 방식으로 조사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법 개정 취지를 보면 법 원칙상 국내와 동일하게 적용하는 게 맞지만, 현실적으로 외국계는 국내 기업과 똑같이 보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론스타 사태를 두고 금융당국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선 “저를 포함해 론스타 사태와 관련된 모든 금융당국 공무원들이 위법, 부당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는 지난 8월 “한국 정부는 론스타에 2억1650만달러(약 2800억원·1달러당 1300원 기준)를 배상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정부는 이에 불복해 판정 취소를 신청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론스타가 2012년 비금융주력자 심사를 받는 과정에 관여한 전현직 경제·금융관료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금융위 사무처장으로 재직했다.
“금융회사 내부통제, CEO 의지 중요…직원에 인센티브 줘야”
이날 국감에서는 최근 금융권에서 잇달아 발생한 횡령 사고와 관련해 내부통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4년부터 4년마다 금융위와 금감원에서 내부통제 TF를 만들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금융사고가 일어나면 보다 엄격한 처벌과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내부에서는 직원들이 내부통제를 잘 준수하면 포상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내부통제 관련 인센티브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며 “감독 당국이 조사할 때도 내부통제를 집중적으로 보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가 기본적으로 잘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를 잘 지켜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직원들의 공감대나 문화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금융권에는 돈을 잘 벌어야만 출세한다는 문화가 있는데 소비자 보호와 준법해야 조직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야 한다”며 “최고경영자들의 의지나 경영방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태양광 대출 관련 제도개선 검토…산은 부산 이전 신속 추진”
김 위원장은 태양광 발전 관련 금융권 대출 부실 우려와 관련한 지적에 대해선 필요시 제도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30조원이 넘는 태양광 발전 관련 대출의 부실 리스크 문제와 관련해 대책이 있냐는 윤창현닫기윤창현기사 모아보기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태양광 관련 대출은 국무조정실에서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고 발표해서 이해하고 있다”며 “금융 쪽에서도 담보 평가나 대출 과정에서 문제가 있으면 금융당국에서 봐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에서 실태를 파악하고 있고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에서 조사 결과가 나오면 제도 개선할 게 있는지와 다른 부처와 협조할 게 있는지를 보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무조정실은 문재인 정부가 태양광 발전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에서 2616억원이 부당하게 대출·지급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달 21일 금융권을 상대로 태양광 대출 부실 여부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이번주 중으로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올해 연말까지 마련될 '산은 본점 이전' 기본방안을 정부 공식 추진 계획으로 보면 되냐”는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연말까지는 (방안 마련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를 최근 들었는데, 우려 사항을 알고 있고 최대한 빨리하겠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산은 이전 문제는 공약이고, 국정과제에도 있어 저희도 신경을 쓰고 있다”며 “산은이 지난 7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따로 만든 것으로 알고 있고 저희와 얘기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시기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식적인 정부 입장이 되려면 국토균형발전위원회에 올라가 결정돼야 한다”며 “최근 다른 이슈가 많아서 신경을 덜 쓴 측면이 있는데 더 신경 쓰겠다”고 덧붙였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