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高)(고물가·고환율·고금리)' 환경에서 코스피는 약세장을 보이며 '허니문' 없는 모습을 보였다.
'동학개미'들의 집중 공세를 받은 공매도, '쪼개기 상장' 물적분할 등 다양한 투자자 보호 이슈에 대한 정책 대응은 진행형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 8월 16일 코스피 지수는 2533.52에 마감해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날(5월 9일 종가, 2610.81) 대비 2.96% 떨어졌다.
역대 정권 100일 코스피 성적표를 보면 김영삼(12.98%), 이명박(7.88%), 노무현(3.89%), 문재인(3.01%) 정부 순으로 높았다. 외환위기를 겪은 김대중(-36.86%) 정부, 그리고 박근혜 정부(-1.46%) 때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는데, 윤석열 정부의 100일 증시가 역대 정부 중 두 번째 부진인 셈이다.
대외적 요인에서 증시 투자 심리에 하방 압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준(Fed)의 '자이언트 스텝(0.75%p 금리인상)' 단행 등 주요국 통화긴축이 가속화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인플레이션에 더해 경기침체 우려까지 파고가 높았다.
금융투자 부문에서 윤석열 정부는 자본시장 내 불법 행위 척결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월 28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대검찰청, 한국거래소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불법 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안 방안'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차입매도 투자 기법으로, 선진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투자기법이다.
윤석열 정부는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 공매도에 대해 피해가 큰 경우 엄정 수사해 상응하는 엄정 구형을 하고, 불법 공매도로 취득한 범죄수익·은닉재산 박탈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았다.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 확대, 개인 공매도 담보비율 인하도 포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공매도를 둘러싼 불법행위를 반드시 뿌리뽑겠다는 각오로 관련 대책을 수립하라"는 지시를 공표하면서 대책이 발 빠르게 나왔다.
그럼에도 정부가 불법 공매도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동학개미' 개인 투자자들은 외국인, 기관에 비해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아예 공매도 금지를 주장하고 있는 터라 간극이 크다.
자본시장 분야 국정과제 중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때 주주 보호 제도화도 올해 3분기 개선안 발표가 예정돼 있다. 성장성이 높은 주요 사업부문을 물적분할 한 후 단기간 내 '쪼개기 상장' 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못해 모회사 소액주주 지분 가치가 훼손됐다는 비판이 사회적 이슈로 잇따라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해묵은 이슈인 만큼 그동안 제기된 문제점을 잘 수용한 정책 대응이 중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물적분할된 자(子)회사 상장심사를 강화해서 모(母)회사 주주에 대한 설명·소통 등 주주보호 노력이 미흡할 경우 상장을 제한할 계획을 세웠다.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되는데, 다만 신주를 우선배정하는 방안을 도입할 지 여부는 관계부처 협의와 추가 검토를 진행중이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시점 2년 유예의 경우 불확실성이 아직 걷히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2022년 세제개편안'에서 주식, 채권, 펀드, 투자계약증권, 파생결합증권,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으로 실현된 소득을 합산해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시점을 2023년 1월 1일에서 2025년 1월 1일로 2년간 늦추기로 했다.
문제는 정부안대로 되려면 연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금투업계는 소득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을 비롯 모든 투자상품의 과세체계가 전부 변경되는 건으로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차세대 수준의 개발 업무로 봐야 하는데, 내년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염두하고 전산시스템을 준비해 온 상황에서 비용 측면에서 매몰되는 부분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민감한 세금문제인 만큼 고객, 금융회사, 정부의 입장에서 충분히 고려해서 실무 지침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 7월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제32회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 사진출처= 제20대 대통령실
이미지 확대보기한국경제학회가 '스태그플레이션(경제불황 속 물가상승)'을 주제로 7월 11~25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경제학자 39명 중 21명은 한국이 '스태그플레이션 초기 진입 단계에 있다'고 선택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는 상태'라고 답한 학자도 2명으로 집계됐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9%(23명)가 스태그플레이션 단계에 있다고 본 셈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 자체는 이미 진행 중이며, 이에 따른 위험성과 불안 요인이 반영돼 외환 및 금융 시장 불안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는 잠재성장률이 낮게 추정되는 특징이 있어서 실제 정상적 상황의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녹록지 않은 경제 여건을 짚었다.
새 정부 핵심 과제로 강조한 3대 개혁 중 하나인 연금개혁 추진은 중요 현안으로 꼽힌다.
그러나 연금개혁을 지휘할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달아 낙마해 초유의 공석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일단 지난 10일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안 마련을 위한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본격 착수하면서 연금개혁 준비에 들어갔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직도 공개 모집에 들어가 지난 10일자로 지원자 모집을 마쳤다. 다만 복지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을 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국민 은퇴자금을 책임지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인사 지연 불확실성이 크다.
'빚투(빚내서 주식투자)'가 약세장에서 반등하는 '베어마켓 랠리' 속에 다시 몸집을 키우고 있는 점도 우려 요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코스피+코스닥)는 2022년 8월 10일을 기점으로 19조93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7월 18일(17조9193억원) 대비 보름 여 만에 2조원 가까이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유례없는 개인투자자의 대규모 진입과 함께 국내 주식시장 신용융자 규모도 가파르게 증가했다"며 "신용융자거래는 주식시장 전반과 투자자 본인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