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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대규모 외환 이상거래가 발생해 검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다른 은행에서도 비슷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은행권 전반으로 사태가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관련 내용을 들여다본 결과를 중간 발표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불법 자금세탁의 창구로 활용되는 과정에서 관련 법을 위반했다면 금융당국의 강력한 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오후 거액 해외송금 관련 은행 검사 진행 상황 브리핑을 진행한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이 브리핑을 맡고 엄일용 금감원 외환감독국장, 양진호 일반은행검사국장, 이훈 자금세탁방지실장 등이 배석한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외환 이상거래가 발견된 이후 금감원은 모든 은행에 자체 점검을 지시했다.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감원장은 지난 5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발생한 이상한 외환거래와 유사한 거래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은행권 전체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은행들에 ▲신설 또는 영세 업체에서 거액 송금이 이뤄진 경우 ▲가상자산거래소 계좌 연결 은행(신한·NH농협·전북은행 및 케이뱅크)과의 거래가 빈번한 경우 ▲특정 영업점에서 집중적으로 송금이 이뤄진 경우 등 3가지 사항을 중점적으로 점검해 이달 말까지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KB국민·하나은행 등 일부 은행에서도 외환거래 의심 정황이 발견돼 금감원에 구두로 우선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은 은행권 자율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검사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발생한 외환 이상거래 건은 이미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 이일규)는 우리은행을 통해 4000억원을 해외로 송금한 A사에 대해 수사하고 있고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부장 나욱진) 역시 최근 우리·신한은행의 해외 송금 사건과 관련한 수사 참고 자료를 금감원으로부터 넘겨 받아 검토 중이다.
자료에는 신한은행을 통해 1조3000억원을 중국 등으로 해외 송금한 업체들과 우리은행을 통해 8000억원을 내보낸 업체들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리은행은 서울의 한 지점에서 최근 1년간 8000억원에 달하는 비정상적인 외환거래가 이뤄진 사실을 내부 감사를 통해 포착해 금감원에 보고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달 23일 이 지점에 대한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신한은행으로부터도 1조3000억의 외국환 이상 거래 현황을 보고 받고 지난달 30일 해당 지점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진행했다.
금감원은 이번 이상 거래가 수입대금 결제로 포장된 가상자산 투기 세력의 불법 자금세탁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외환 이상거래 자금 중 일부가 가상자산 거래소와 관련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가상자산이 해외보다 국내에서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해 차익을 노린 불법 외환거래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법인으로 가장한 투기 세력이 수출입 대금 결제 등을 명목으로 불법 자금세탁을 시도했을 의심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그간 가상자산 관련 외환 이상거래에 대해 은행권에 수차례 주의를 당부해왔다. 금감원은 지난해 4월 시중은행의 해외 송금이 급격히 늘자 시중은행 외환담당 부서장과 비대면 회의를 열고 가상자산 관련 해외 송금에 대한 감시 강화를 주문했다. 지난 3월엔 국외 송금 등 외환거래를 할 때 거래목적을 은행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나 수사기관 통보 조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은행들은 절차상 문제가 없으면 외환 이상거래를 잡아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나 자금세탁 방지법 및 외환 거래법 위반 여부가 드러날 경우 금융당국의 강력한 제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지난 5월 정례회의에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하나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부문 검사 결과 조치안을 상정해 5000만원의 과징금 부과와 업무 일부정지 4개월 제재를 의결했다. 외국환거래법 위반을 근거로 국내 은행에 영업정지 제재가 내려진 건 처음이었다.
이 금감원장은 취임 후 시장 질서 교란 행위와 불법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해온 바 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