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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Q칼럼] 패닉과 변동성을 대하는 자세

황인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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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7-11 00:00 최종수정 : 2022-08-1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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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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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의 탐욕과 공포가 불러오는 시장 정점과 저점에서의 현상은 블로우오프(blow off)와 셀링클라이맥스(selling climax)이다. 블로우오프는 기술적 분석에서 가격과 거래량이 폭발하듯 가파르게 급등한 뒤 더 큰 폭의 급락이 뒤따르는 현상을 뜻한다. 셀링클라이맥스는 하락 추세에서 투자자의 항복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이 또한 갑작스럽게 반전되는 높은 거래량을 동반한 하락이다. 기술적으로 주의깊게 차트로 살펴야 할 반등(반전)의 일봉은 해머형(hammer), 장악형(engulfing), 샅바형(belt-hold), 스타형(star)과 도지형(doji) 그리고 관통형(piercing line) 등의 패턴으로 나타나게 된다.

정점에서의 거래량 폭발은 '팔고자 하는 사람은 다 팔았고, 살 사람은 다 샀다'라는 뜻이다. 더 이상 살 사람이 없다는 뜻이 된다. 저점에서의 거래량 폭발 또한 '팔 사람은 다 팔았다'라는 뜻이다. 물론 정점과 저점은 지나가고 나서야 확인이 된다. 죽은 고양이도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면 잠시라도 튀어 오른다는 데드캣바운스(dead cat bounce)나 1층 밑에 지하실이 있다라고 얘기하는 것도 그 까닭이다. 내려간 바지를 추켜 올릴 때는 예전보다 더 높은 지점까지 끌어올리게 되는 경험도 간혹 있다. 이제 판 사람은 잠재적 매수군에 들어가고, 산 사람은 잠재적 매도군에 편입된다. 바닥에서 공포감에 매도한 투자자(일반적으로 개인투자자)는 쉽게 투자심리를 매수로 돌리지 못한다. 다만 매도할 주체가 사라졌기 때문에 다른 주체(외인이나 기관)의 작은 순매수에도 가격은 V자 형태의 반등으로 나타나게 된다.

보통 시장의 에너지는 예탁금 규모와 신용잔고(신용공여에서의 융자로 주식을 빚으로 사는 것)로 체크한다. 거래한 다음 다음날 최종결제를 해야하는 미수금이나 신용융자로 매수했거나 주식담보로 제공한 주식의 가격이 폭락하여 일정한 담보비율(예를 들어 140%)을 지키지 못하면 관련 매물이 본격 출회되면서 시장의 저점을 만드는 계기가 된다. 급하게 팔려는 물량이 많아지면 더 낮은 가격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더 낮아진 가격으로 담보비율은 다시 낮아지고, 급하게 나오는 반대매물이 늘어나며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매물은 일반적으로 △ 9시 개장 시가 반대매매 △ 10시 이후 CFD 반대매매 △ 14시 스탁론 반대매매 △ 15시 익일 개장시 반대매매 회피용 매매 등으로 고리를 맺게 된다.

최근의 코스피는 기준 최고점에서 일 천 포인트 하락하며 팬데믹의 저점 이후 상승한 천 구백 포인트의 반 이상을 반납하는 과정에서 유사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증권사의 데일리에서는 , '반대매매에 대한 시장 경계감이 극에 달한 가운데, 현재 약 19.5 조원(코스피 10.4 조원, 코스닥 9.1 조원)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전 3 년 평균 수준인 9.5 조원대까지 하락해야, 즉 10 조원 정도 추가로 출회 되어야 반대매매 물량 부담이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들도 존재한다. 추가 출회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대기 매수세 성격의 자금인 예탁금(현 56 조원) 대비 신용잔고비율은 약 35%로 판데믹 이전 3년 평균인 38%대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시, 대규모 신용 반대매매에 대한 과도한 공포는 지양'하라는 코멘트를 읽을 수 있다.

투자 심리의 사이클에서 시장 정점의 투자자는 행복(euphoria)감에 젖고, 저점에서는 낙심(despondency) 그 자체가 된다. 가장 최고로 낙관적일 때가 가장 좋은 매도시점이라 했고, 비관 속에서 강세장은 태어난다고 존 템플턴 경은 말 한 바 있다. 타짜나 고수들은 기본 점수를 주는 것이나 기계적 매도에 연연하지 않는다. 반면 하락에 익숙치 않은 투자자는 처음에는 건강한 조정으로, 다음에는 부정을 하고, 지속시에는 공포를 느낀다. 지금은 그 이후의 Capitulation(투자자항복) 단계가 진행되고 있다. 다음에 이어질 기대감도 솔솔 불어 온다. 강한 자의 주장이 '정의'라든지,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라는 입과 귀에 익숙한 표현은 현실 투자자에게는 사후(事後)가 아닌 사후(死後)적 이야기일 따름이다.

상황과 감상은 다르겠지만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 이 언뜻 스친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 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 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백화점 문 열기가 무섭게 뛰는 오픈런의 매수 탐욕도 있고, 증시 열기가 무섭게 내놓는 반대매매의 매도 공포도 있다. 반대매도에서 벗어나 있다 하더라도 처참하게 평가되는 계좌를 마주하게 된다. 매수가 되든 매도가 되든 타이밍의 한계 지점에 몰린 탐욕과 공포는 차분한 의사결정을 걷어간다.

롱과 숏을 형성하는 기본패턴은 '긴' 기간에 걸쳐 상승하면서 '사면 오른다'는 맹목과 맹신이 형성되는 것이고, 이어 '짧은' 기간의 폭락으로 '멘탈이 붕괴'되는 것이다. 탐욕과 공포에서 작동하는 신용융자(빚)와 주담(주식담보)은 양날의 검이 된다. 집단적 도피의 패닉(panic)은 안전지대 혹은 생존을 위해 행하는 군중심리의 하나이다. 하지만 빅 마우스들의 반대매매 외침에 오히려 지금이 '조자룡의 헌 칼쓰기'를 떠올릴 때가 아닌가 싶다. 시장은 공포를 얘기하지만 “남들이 떨면 탐욕이 솟아 오름을 느끼게 되고 남들이 탐욕에 차 있으면 나는 공포감을 느낀다”는 워렌 버핏의 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덧대어 이도 저도 아닌 때는 "한발짝 떨어져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도 했다. 겁 상실이나 패닉이 아니라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투자자의 덕목이 되는 때라 하겠다. 참혹한 전장과 비관 속에서 싹트는 강세장과 미래의 영화를 꿈꾸고 대응해야 될 때라는 뜻이다.

[황Q칼럼] 패닉과 변동성을 대하는 자세

황인환 이에스플랜잇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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