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토스뱅크 등은 7월 1일자로 신용대출 최대한도를 대출자의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을 없애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다음달 1일부터 개인 신용대출의 한도를 연 소득 10∼100%에서 30∼270%로 변경한다. 대출자에 따라서는 연봉의 최대 2.7배까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농협은행은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소호대출) 한도도 ‘연 소득의 305%’까지 상향 조정했다. 다만 개인 신용대출과 소호 신용대출이 각각 2억5000만원, 1억6000만원을 넘을 수는 없다.
다른 은행들도 다음달 1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규제 이전 수준으로 복원한다.
KB국민은행은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의 최대 200%로 변경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구체적인 한도를 아직 확정 짓진 않았지만 직장인에게 연 소득 1.5~2배, 전문직에게 연 소득 2배 이상의 신용대출을 허용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도 신용대출 연 소득 이내 한도 규제를 풀기로 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시중은행들에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 수준으로 축소 운영할 것을 요청했다. 고승범닫기고승범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강도 높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였다.
이전 신용 대출 한도는 대출자의 신용등급과 직장 정보 등에 따라 많게는 연 소득의 2~3배까지 가능했다.
금융위는 같은해 12월 이 내용을 금융 행정지도로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 기준’에 담고 효력 기한을 올해 6월 30일로 명시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작년 8월 이후 약 10개월 동안 신용대출을 연 소득 범위로 제한해왔다.
그러나 금융위가 신용대출 연 소득 범위 내 제한 행정지도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다음달부터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기준만 충족하면 은행권에서 다시 연봉 이상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연봉 1억원인 직장인이 5년 만기로 금리 5%에 신용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받을 수 있는 대출 금액은 현재 1억원(연소득 범위 내, DSR 25%) 에서 앞으로 1억6000만원(연소득 1.6배, DSR 40%)까지 늘어나게 된다.
다만 최근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은행권 대출금리가 치솟고 있는 점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현재 3.771~5.510%의 금리(1등급·1년) 수준으로 지난해 12월 말(3.500~4.720%)과 비교해 하단이 0.271%포인트, 상단이 0.790%포인트 올랐다.
금리부담이 커지면서 신용대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31조7993억원으로 지난해 12월(139조5572억원)부터 6개월 연속 줄었다.
은행권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도 은행권에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압박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를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