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최초 검찰출신' 타이틀을 달고 부임한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신임 금융감독원장(金融監督院長)의 취임일성(就任一聲)이다. 72년생 신임 원장은 첫날부터 금융시장 안정과 규제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금융권에선 그의 등장만으로도 묘한 긴장감이 흘러나온다.
행정고시(行政考試) 출신 공무원(公務員)들의 전유물(專有物)로 여겨진 금융감독원장 자리에 실무 수사를 담당하던 부장검사가 취임한 데다, 그가 검찰 내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사단'의 막내로 통하는 실세(實勢) 인물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검찰 사단의 경제 특수통(特搜通)이었던 이복현 신임 원장이 취임한 만큼 현재 금융감독원이 해결해야 하는 금융기관 감독(監督)과 경제위기(經濟危機) 상황 관리 등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遂行)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금융권 역시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화에 정부가 든든한 후원군(後援軍)이 돼 줄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 취임 이후 '금융권 프렌들리(friendly)'를 외치고 있다는 점도 기대를 거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비자금(祕資金) 사건이나 론스타 외환은행(外換銀行) 헐값 매각 사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 등의 수사에서 보듯 그는 기업과 금융을 ‘범죄(犯罪)’란 프리즘으로 바라봤던 사람이다. 금융감독원이 마치 검찰 경제범죄형사부처럼 전 정부와 관련 있는 라임과 옵티머스 사건을 정파적(政派的)으로 재조사에 나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사정 정국이 펼쳐질까 걱정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시장 친화적(親和的)이었던 정은보닫기정은보기사 모아보기 전 원장 때와는 달리 강도 높은 검사와 제재(制裁)에 무게가 실리면서 금융권 사정정국이 시작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내린 금융회사에 대한 조치는 대부분 행정제재였다. 기존 금융 관련 법령상 징역형에 해당하는 죄들은 무허가 무인가 등 중대한 법 위반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금융 관련 법령 가운데 증권이나 보험 관련 법 위반은 징역형(懲役刑) 등 중형을 받을 수 있다. 신임 원장이 검찰 출신답게 이 부분을 파고들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의 중요한 공약 가운데 하나도 금융·증권 관련 범죄 근절이다. 지난해 금융소비자보호법(消費者保護法) 시행으로 소비자 관련 민원과 분쟁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잇따른 횡령 사태로 촉발된 금융사 내부 시스템 문제와 지배구조 관련한 '검사 드라이브'가 펼쳐질까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
이미지 확대보기따라서 문제가 생긴 뒤 사후 조처(措處)보다 사전에 기준과 방향을 제시하고, 제대로 굴러가는지 확인하고 지도하고 유도하고 안내하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불법·부정행위를 적발해 사후 조처하는 수사와 다른 점이다.
무엇보다 지금 상황에서 간관하지 말아야 할 것은 포스트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거센 파고가 밀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위기가 닥쳐오는 상황에서 금융회사와 시장이 자유롭게 헤쳐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얘기다. 범죄행위(犯罪行爲)와 처벌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이복현 신임 원장은 이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금융감독원이 무자본 특수법인(特殊法人)인 이유도 잊어서는 안된다. 1999년 금감원이 정부 부처가 아닌 법인으로 출범한 이유는 정치에 휘둘리는 관치금융(官治金融)이나 각종 외풍에서 벗어나 독립성과 중립성에 입각한 금융 감독을 하기 위함이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