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에 따른 빅스텝 금리 인상, 확대되는 양적 긴축 경고, 장기화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와 글로벌 공급망 위축, 미-중 경제 갈등 확대, 빅테크 중심의 급격한 주가 하락 등 사방을 둘러보아도 어디 하나 긍정적인 모습을 찾기가 어렵다.
이런 환경 속에서, FAANG으로 알려진 빅테크 기업을 포함하여 다수 혁신 성장기업들의 주가는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펠로톤, 텔리닥 헬스, 로블록수, 코인베이스, 페이탈, 로쿠 등 대표적인 초고속 혁신 성장 기업들의 주가는 최고가 대비 75~90% 수준으로 급락하여 펜데믹 특수와 풍부한 유동성의 정책 영향은 모두 사라진 빈터 같은 느낌이다. 화려하게 주목받으며 성장을 주도하던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이나 상장 새내기 혁신 성장기업, 그리고 비상장 스타트업들 모두에게 겨울이 다가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같은 동향은 벤처캐피탈 투자 규모 축소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금년 1분기 전세계 스타트업 투자는 전분기 대비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CB 인사이트), 2분기에는 1분기대비 1/3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들려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를 선도해 온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는 1분기에 3조억엔 이상의 큰 적자가 발생되었으며, 이에 따라 향후 투자에 있어서 매우 보수적 방향으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21년 전세계 스타트업 투자가 700조 수준에 달할 정도로 역사적으로 거대한 투자가 이루어졌으며, 상장 등을 통한 회수금액도 가장 큰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1년만에 나타난 급격한 하락 반전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큰 충격과 향후 방향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글로벌 주요 벤처캐피탈들의 목소리도 ‘수비에 집중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성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2년간 전인류가 겪고 있는 팬데믹은 스타트업들에게도 엄청난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했다. 팬데믹은 4-5년에 걸쳐 나타날 수 있는 변화를 단 1-2년만에 급격히 압축 변화시켰으며, 각국 정부는 생존을 위해 엄청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
특히 비대면 위주의 급격한 변화는 플랫폼 중심의 스타트업들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왔다. 대표적으로, 아마존, 알리바바, 쿠팡 등과 같은 이커머스 스타트업들은 커머스 시장을 선도하며,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편리를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다. 각 분야의 혁신 성장을 위한 스타트업의 도전은 더욱 과감히 진행되었고, 벤처캐피탈들은 역대급으로 적극적으로 투자하였다.
현 시점에서 상황은 다시 급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전쟁 등을 제외하고도, 다행스럽게도 팬데믹은 상당히 완화되고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들에게는 팬데믹 이후의 엔데믹 상황과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보수적인 금융 정책은 전년과 완전히 변화된 경영 환경을 가져오고 있다.
제로 금리에서 혁신 성장기업에 과감한 투자를 넣어두던 성장 위주 투자자들이, 금리 상승에 따라 수익을 중요시하며, 영업흐름을 통한 생존 가능 스타트업들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더 이상 성장 지상주의 초고속성장 기업들에 대한 무한정 투자와 높은 기업가치 인정은 통용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보여지는 혁신 성장 기업들의 최저 바닥 수준 주가 하락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초연결과 초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급격한 진행, 새로운 메타버스 환경,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 새로운 신약 개발과 헬쓰케어 확대 등, 인류는 빠른 속도로 새로운 세상과 산업으로 발전해 갈 것은 분명하다. 단지, 속도 조절과 옥석 가리기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난 2년간은 인류 전체가 글로벌 위기 앞에서 생존을 위해서 앞뒤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걸었던 시간이었다.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은 이 인류의 위기에 신속히 대응하며 급격히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스타트업들은 옥석 가리기와 조정을 거친 후 우상향으로 빠르게 성장해 갈 것이다.
옥석 가리기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며, 성장과 수익 실현(비록 단기간에 이루어지 않더라도 이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는)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대답 가능한 스타트업들이 승자가 될 것이다.
새로운 영화가 소개될 때, “Coming soon”이라는 자막이 흐른다. ‘Winter is coming soon”. 겨울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 겨울은 길지 않을 것이다. 내실을 다지고, 핵심적인 경쟁력과 적정한 투자재원을 확보하고 잘 이겨내면 된다.
오랫동안, 한국, 중국, 미국 등에서 스타트업의 성장과 위기 극복을 지켜본 필자는, 지금의 과정이 새로운 성장을 위한 동계 훈련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동계 훈련을 잘 이겨낸 스타트업들이 최종 승자로 우뚝 서는 것을 늘 지켜 보았다.
다가 온 겨울을 철저히 준비하는 스타트업들에게 비상하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이 기간 동안, 각 성장 단계의 스타트업들은 필요한 투자 재원 확보와 핵심 역량 관리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다.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봄과 가을이 거의 없는 시장이다. 여름 다음이 바로 겨울이다.
그만큼 시장의 변화가 빠르게 나타날 것이므로 선제적으로 과감하게 결정하고 움직여야 한다.
벤처캐피탈 등 외부 신뢰를 확보하고, 긴 호흡으로 철저히 준비하며 이 겨울을 이겨내고 성장을 위한 훈련과정으로 잘 활용하는 스타트업들이 최종 승자가 될 것이다. “겨울이 다가온다. 잘 준비하자!”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KITIA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