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가구는 느는데 펫보험(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은 1%가 안 됩니다. 왜 그런 걸까요?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정부가 국정과제로 펫보험 활성화를 내세웠는데, 이번엔 펫보험 시장이 성장할 수 있을까요?
이번 회차에서는 그동안 여러가지 제도로 인해 성장이 더뎠던 펫보험이 활발해질 수 있을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2019년 펫보험 신계약 건수는 2만2000여건으로 2017년과 비교해 10배 가량 늘어났습니다. 시장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원수보험료도 같은 기간 112억 5000만원으로, 2년 전(9억8000만원) 보다 10배 이상 확대됐습니다.
보험업계는 반려동물 증가와 신정부 국정과제 발표에 따라 펫보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펫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들은 상품 고도화를 준비할 뿐만 아니라 보험료 할인 이벤트, 보험료 지원 등을 실시합니다. 펫보험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리츠화재는 펫보험 가입 시 동물 등록증을 제출하면 보험료를 2% 수준 인하해 주고 있습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펫보험을 띄우겠다는 공론화에 발맞춰 각사별로 펫보험을 준비할 것"이라며 "현재 당사도 상품을 더 보완해 고도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슈어테크사도 펫보험 활성화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현재 펫보험 판매를 기반으로 산책서비스, 마킹서비스와 같은 반려동물 건강증진 리워드형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인슈어테크 스몰티켓은 애플리케이션 '펫핑' 내 영양관리서비스를 추가 도입할 계획입니다. 반려동물 건강관리 문화를 만들고, 서비스로부터 반려동물들의 데이터를 확보해 손해율을 관리함으로써 보험료 안정화를 통한 펫보험 확산을 이루겠다는 포부입니다.
김정은 스몰티켓 대표는 "펫보험, 펫건강관리 활성화를 위해 하반기에는 비대면 영양설계서비스를 추가 도입하려고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사료나 간식 정보 등을 바탕으로 비만관리 등 반려동물의 건강을 비대면으로 관리해주는 무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려동물 등록제 활성화가 갖는 의의는 펫보험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입니다. 과거 모럴해저드로 중복청구 건들이 많아 손해율이 악화되기도 했던 만큼 제대로 정착되면 보험료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전망입니다.
그간 손보사들은 펫보험에서 보험금 중복청구 행태로 손해율 악화를 겪어왔습니다. 이중계약을 조회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 등록번호가 필요한데 이를 어겨 보험사에 가입해 보험금을 타내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맞춤형’ 보험을 위해서는 상품을 질병별로 세분화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현재 펫보험은 대형견, 중형견, 소형견 등 종별로 상품을 가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려동물은 종에 따른 유전적 질환 외에도 발병할 수 있는 질병 스펙트럼이 넓어 질병별로 대비하기 위해선 세분화가 필요합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펫보험 시장에는 크게 반려동물 실손이라 볼 수 있는 종합보험 형태와 반려동물이 입힌 상해를 보장하는 배상책임보험이 있는데 질병별로 보장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며 "소비자의 니즈를 맞추려면 상품 다양화가 이뤄져야 하고, 날로 반려동물 질병이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질병별로 세분화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간편한 보험금 청구 시스템 역시 상품 세분화를 통해 가입률을 높이면 해결할 수 있다고 업계는 지적합니다.
보험개발원은 지난 2019년, 진료비 청구시스템 ‘POS(Pet Insurance Claims Online Processing System)’를 개발했습니다. 이는 반려동물보험에 가입된 반려동물이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보호자가 곧바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진료비 청구시스템입니다.
기존에 동물병원 진료비 영수증을 따로 보험사에 제출하던 복잡한 절차에서 벗어나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반려동물에 대한 보험금 청구를 원스톱으로 진행해 펫보험 가입,이용을 늘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해당 시스템 이용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동물병원에서 바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인데 펫보험 가입률이 저조해 POS 이용률도 낮은 상황”이러고 설명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실손보험은 ‘실손청구간소화’라는 이름으로 청구 시스템이 개선되고 있지만 펫보험은 갈 길이 멀었다”며 “청구 시스템을 간편하게 만든다고 가입률이 늘어나는 게 아니고, 가입률이 높아져야 간편한 청구 시스템이 활용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펫보험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펫부모들의 반려동물 투자에 대한 인식 부족 ▲반려동물등록제 미안착 ▲동물병원 수가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지난해 9월 통계청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312만9000가구로, 전체 가구 중 약 15%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기준 국내 펫보험(개, 고양이 대상) 가입률은 0.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펫보험을 판매하는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펫부모들의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커졌지만 아직 반려동물 보험 등에 투자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하다"며 "게다가 등록되지 않은 반려동물도 있어 반려동물의 수와 가입률을 정확히 파악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지난 2014년 반려동물등록제가 의무화됐으나 아직 제도가 시장에 안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반려동물 등록이 필수적입니다.
동물등록제란 반려동물의 보호와 유실·유기 방지를 위한 제도입니다. 동물등록 시 반려동물의 체내에 동물용의료기기인 내장형 무선식별장치(마이크로칩)을 삽입하거나 외장형 무선식별장치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그러나 복잡한 행정절차와 홍보 부족 등으로 실제 등록률은 40%를 밑도는 실정입니다.
보험사 입장에선 반려동물 등록률이 낮다보니 적정 보험요율 산출을 위한 반려동물 품종별 위험률 데이터 통계도 집적하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등록제가 의무화된 지 꽤 됐지만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다"며 "식별번호 등록이 안 돼 있으면 보험 사기 요소가 커 펫보험 손해율을 관리하려면 등록번호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반려동물등록제가 활성화되고 결국 반려동물 등록률이 높아질수록 펫부모들의 전반적인 인식 또한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정은 스몰티켓 대표는 "아직 소비자들이 펫보험 보험료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는 손해율 때문인데 이를 위해서는 수가 제도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코 주름이나 홍채 등 반려동물의 생체 정보를 활용한 반려동물 등록제 도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내장형, 외장형 칩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반려동물 등록을 하는 데 대한 부담이 크다는 지적에 따른 것입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등을 개정하면 생체 정보를 활용한 등록제 도입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지난해 1월 한국소비자연맹이 동물병원 125곳을 대상으로 초진·재진·야간 진료비 편차를 조사한 결과 가장 싼 곳과 비싼 곳의 차이가 적게는 5배(초진)에서 많게는 11배(재진·야간)까지도 나타났습니다.
동물병원 진료비 차이가 극대화된 건 지난 1999년 '동물 의료 수가제'가 폐지돼서다. 병원간 담합을 막고 자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폐지됐으나 이는 오히려 병원들의 진료비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을 야기하게 됐습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병원 표준진료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수의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진료 항목을 표준화하고 진료비를 항목별로 공시해 진료비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펫부모 부담도 줄이겠다는 취지입니다.
표준수가제가 도입되면 동일한 진료비로 손해율을 관리할 수 있어 결국엔 보험소비자에게 저렴한 보험료라는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도입까지 어려움은 예상됩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표준수가제를 도입한 나라가 없고, 국내에서는 과거부터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표준수가제 도입 논의가 지속되고 있지만 수의사들의 반발이 강력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uj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