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의아해하고 있는데, 직원이 다가와 신청 여부를 확인하고 피부 컨설팅 존으로 안내해준다. 그 안으로 들어가면 피부 고민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쿠션과 파운데이션 제조에 대한 설명도 피부 컨설팅 존에서 이뤄진다. 자신의 피부 상태, 피부 고민을 태블릿으로 확인한 뒤 제조관리사가 직접 설명해준다.
제조관리사는 고객 피부 상태에 맞게 다양한 제품을 사용해 피부결을 정돈한 뒤 피부 톤을 측정한다. 카이스트와 함께 연구한 라네즈 피부 톤 측정기를 피부에 대고 카메라를 바라보면 현재 피부 톤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는 제조관리사와 함께 피부 톤에 맞는 쿠션이나 파운데이션 색이 어떤 것인지 확인하고 선택하면 된다. 이제 로봇이 등장할 차례. 로봇은 고객이 선택한 재료를 마치 칵테일 만들 듯 흔들어 맞춤형 화장품을 만든다. 완성품은 5~8분 정도 기다리면 나온다.
지난달 21일 아모레퍼시픽(회장 서경배닫기서경배기사 모아보기)이 명동 라네즈 쇼룸에 선보인 ‘비스포크 네오’ 서비스다. 미리 신청하고 방문하면 자신만의 맞춤형 쿠션·파운데이션을 현장에서 받을 수 있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아모레성수’에 맞춤형 서비스 ‘베이스 피커(BASE PICKER)’를 선보인 바 있다. 1년 전 베이스 피커는 총 100가지 베이스 메이크업을 고객이 선택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번에 선보인 서비스는 기존 100가지 색에서 50개 늘어난 150가지 색상을 구현했다. 고를 수 있는 베이스 톤도 5가지로 확대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같은 제형으로 쿠션, 파운데이션을 만들었던 아모레성수와 달리 이번 쇼룸은 쿠션과 파운데이션을 각각 다른 제형으로 만들어 다양한 고객 요구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 라네즈 명동에서 볼 수 있는 비스포크 네오. 사진제공 = 아모레퍼시픽
식약처는 “미국 시장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도입이 활발하게 진행해 시장 성숙기로 넘어가고 있지만 프랑스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도입 후 맞춤형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독일 시장의 경우 시장 도입기로 소비자 인식 확산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맞춤형 화장품 시장 규모는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제품 기준 맞춤형 화장품 시장 규모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11억4400만달러(약 1조4500억원)로 전년 대비 51.9% 급증했다. 오는 2025년에는 40억 500만달러(약 5조7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다만 국내 맞춤형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기준 맞춤형 화장품 시장 규모는 448억원 규모로, 글로벌 화장품 시장 규모와 비교했을 때 비중은 약 0.2%에 불과하다”며 “글로벌 맞춤형 화장품 역시 시장 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맞춤형 쿠션, 파운데이션 등 서비스를 선보이며 맞춤형 화장품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회사가 2020년 12월 직접 개발한 맞춤형 립 메이크업 제조 기술은 이듬해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헬스&웰니스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당시 수상한 ‘컬러 테일러를 이용한 립 메이크업 제조 스마트 시스템’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고객 피부 톤에 적합한 입술 색을 추천하고 현장에서 즉시 립 메이크업 제품을 제조해주는 서비스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사용자 뇌파를 기반으로 입욕제를 바로 만들어주는 ‘마인드링크드 배드봇(Mind-linked Bathbot)’과 간편하게 매일 피부 상태를 측정해주는 ‘마이스킨 리커버리 플랫폼(Myskin Recovery Platform)’으로 3년 연속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박영호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장은 “미래지향형 첨단 고객 맞춤형 기술 연구와 개발 노력이 다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창조적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나선혜 기자 hisunny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