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노동자 [사진=unsplash]
이미지 확대보기가까운 나라 일본. 한국 만큼이나 휴일 출근하고 야근을 밥 먹듯 하는 게 일 잘하는 직장인인 양 여겨지던 나라지만 최근 주 4일제 논의가 활발하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글로벌 전자기업 히타치제작소는 급여를 깎지 않는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다. 히타치는 임직원 규모만 수만명에 달하는 대기업임에도 코로나 이후 원하는 직원들은 평생 재택근무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혁신적 근무 형태로 주목받는 회사다. 히타치 뿐만이 아니다. 신문에 따르면 파나소닉 홀딩스, NEC, 미즈호파이낸셜 등 많은 대기업들이 주 4일제 근무를 검토하고 있다.
고지마 게이지 히타치제작소 최고경영자(CEO) [사진=히타치제작소 홈페이지]
히타치의 주 4일제는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형태다. 가령 통상적인 하루 근무 시간(일본은 7시간 45분)을 고집하지 않고 9시간, 10시간 근무해 하루 덜 일하는 방식으로 주 4일제를 도입한다는 거다. 전체 근무시간이 그대로인 만큼 급여도 달라질 게 없다. 물론 다른 방식도 있다. NEC도 주 4일제를 도입할 예정인데, 근무 일수를 줄이는 대신 급여도 깎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루 더 쉬더라도 급여를 줄인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있긴 하다만, 포인트는 일주일에 사흘 쉬는 근무 형태가 점차 일반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데 있다.
유럽에서 주 4일제는 생각보다 더 구체적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중앙 정부 차원에서 법제화를 염두해 둔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가령 아이슬란드는 2015~2019년 5년간 전체 노동인구의 1%인 2500여명 노동자를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했는데 성과가 좋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벨기에는 고용주 동의를 전제로 주 4일제 노동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영국 유니레버, 스페인 통신기업 텔레포니카 등 글로벌 기업들도 정부 정책과 상관 없이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잡플래닛 직장인 주4일제 설문조사 결과 [자료제공=잡플래닛]
이미지 확대보기국내에서도 주 4일제 등 새로운 근무 형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코로나 덕분이다. 한 보도에 따르면 유명 IT 대기업 사내 임직원 설문조사에서 코로나 이후 과거처럼 매일 출근해야 한다고 답한 의견은 2.1%에 불과했다. 최근 기업정보 플랫폼 잡플래닛이 직장인 6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 4일제(4.5일제 포함) 도입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무려 97%에 달했다. 시대가 바뀌었다. 일부 대기업들이 주 4일제와 유사한 시스템을 이미 도입했고,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스타트업들도 주 4일 근무 등 파격적 처우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지난 대선 때는 주 4일제 공약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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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물론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많다. 주 52시간도 정착되지 않았는데 주 4일제는 ‘판타지’라는 것이다. 기업 규모, 업종, 일자리에 따라 오히려 갈등만 불거질 수도 있다. 물리적 근무시간 축소가 능사가 아니라 효율적으로 일하고, 기업 문화를 개선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주 5일제 도입과 마찬가지로 주 4일제 역시 길게 보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항상 최장 근로시간 톱3 불명예를 이어가는 한국에서 이 논의가 어떻게 첫 발을 떼게 될 지 궁금하다.
최용성 기자 cy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