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포스코 본사가 있는 포항시는 물론 대구·경북 지자체, 지역 종교단체까지 나서 'CEO 퇴출' '배신' 등과 같은 격한 용어를 동원하며 포스코홀딩스의 서울 본사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자체 뿐만이 아니다. 대선과 지방선서 등을 의식한 대선 주자들과 정치인들도 "포스코 지주회사 본사는 포항에 있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몇 년 전 미국 아마존이 제 2의 본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하자 주요 도시들이 다양한 혜택을 담은 제안서를 내며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인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포스코는 민영화한 지 22년 된 민간기업이다. 공공기관, 공기업도 아니고 민간 기업의 본사 문제가 이렇게 논란이 돼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논란의 핵심 중 하나는 아마도 지역 균형 발전일 것이다. 포스코와 같은 지방 핵심 기업들마저 서울로 옮겨가면 지방엔 껍데기만 남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포스코 본사는 여전히 포항시다. 서울에 설립되는 것은 미래 포스코의 먹거리를 찾고 투자하는 지주회사다. 지금 포스코 서울 사무소에서 일하는 200여명이 전부다. 법인세, 지방소득세, 재산세 등 세금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논리 대로라면 포스코 지주회사를 광양제철소가 있는 전남 광양으로 옮길 수도 있다. 하지만 포항시나 대구·경북의 주장이 이걸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다. 이런 감정적 대응은 결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포스코가 왜 이 시점에서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지를 살펴보는 게 맞다. 지주회사의 정체성을 파악하면 그 회사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결정은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포스코는 연간 40조원 매출과 6조원대 이익을 내는 세계 최대 철강회사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혁신적 벤처기업은 물론 전통 기업들도 생존을 위해 끊임 없이 새로운 사업과 투자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세계는 '탄소 제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포스코에게 이런 움직임은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이제 그 행렬에 뛰어들 준비를 해야 한다.
그 행렬에 뛰어들기 위해 포스코가 설립하는 지주회사는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고, 국내에 흩어져 있는 여러 사업장은 물론 세계 곳곳의 투자처를 전략적으로 바라보고 조율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그런 업무라면 글로벌 네트워크가 강한 서울이 적임지다.
포스코에 따르면 포스코는 포항과 전남 광양에 약 40조 원 규모 경제적 기여를 하고 있고 직·간접 고용 유지 규모만 7만여 명에 달하는 국민기업임이 분명하다. 국민기업이므로 지역 경제를 위해 더 헌신해야 한다는 주장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기업'이라는 수식어가 오히려 족쇄가 돼 포스코 갈 길을 막는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면 안된다. 국민기업이 앞으로도 계속 황금알을 낳을 수 있도록 국민들 응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최용성 산업에디터 / 부국장
최용성 기자 cy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