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태영닫기정태영기사 모아보기 현대카드 부회장이 자신의 SNS에 배우 이정재와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 둘의 만남보다 더 시선을 끈 건 다름 아닌 '0001/1000'과 '0456/1000'이라는 숫자가 적힌 카드였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조건으로 소위 돈 좀 있는 부자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상위 0.05% 상류층 소비자들을 위한 이른바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 카드'다. 단순히 경제적 능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갖춘 사람에게만 제한적으로 발급되는 카드인 만큼 그 혜택은 어마어마하다.
국내 신용카드 중 연회비가 가장 비싼 제품은 지난 10월에 리뉴얼된 현대카드의 'the Black Edition3(더 블랙 에디션3)'다. 지난 2017년 'the Black Edition2(더 블랙 에디션2)'를 내놓으면서 연회비를 기존 200만원에서 50만원이나 더 올리며 프리미엄 카드로써 독보적인 존재감을 갖췄다.
초청된 1000명에게만 제한적으로 발급되는 카드로, 가입 순서에 따라 번호가 매겨진다. 연회비만 250만원에 달하며 연간 누적 이용금액이 1억원에서 최대 5억원으로 그에 따른 리워드가 주어진다.
블랙카드 발급자는 전담 매니저를 통한 여행, 문화, 미식 관련 정보가 제공되는 'the Black 컨시어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여행 추천 및 예약 대행, 호텔·레스토랑·갤러리·뮤지엄 콘텐츠 제공 등 'the Black 회원' 맞춤 서비스가 제공된다.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은 동반 1인 50% 할인 또는 퍼스트 클래스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전월 이용금액이 20만원 이상일 시 항공료 구매금액 기준 연간 1000만원까지 할인 혜택을 준다. 키톤과 에르메네질도 제냐, 브리오니,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 투미 이용권 등 명품 브랜드 바우처도 지급한다.
카드 플레이트도 일반 카드와 달리 플라스틱이 아닌 특수 소재로 제작됐다. 최첨단 나노 소재인 '리퀴드 메탈(Liquid Metal)'을 카드에 입혔다. 리퀴드 메탈은 인공관절의 소재로 사용될 정도로 인체에 무해하며 티타늄 대비 3배 이상 강도를 자랑해 훼손 우려가 적다.
블랙카드는 만들고 싶다고 해서 바로 발급받을 수 없다. 현대카드가 정한 철저한 자격기준에 의해 선정한 예비 고객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블랙카드 초청장을 받고 가입 의사를 밝혔다 하더라도 100% 가입이 보장되지 않는다.
현대카드의 대표이사와 리스크본부장, 마케팅본부장, 크레딧관리실장 등 8명으로 구성된 '더블랙 커미티(the Black committee)'에서 만장일치로 최종 가입 승인을 받아야만 카드 발급이 가능하다.
사실 더 블랙 에디션3는 현대카드 입장에서 수익성이 그리 좋은 상품은 아니다. 항공권 업그레이드 혜택만 따져봐도 비즈니스석과 퍼스트석 가격차이가 수백만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연회비 이상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카드가 VVIP 카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
단순히 VVIP 고객으로부터 얻는 수익이 크다기보다는 초우량 고객을 통해 새로운 마케팅에 접목하는 2차 서비스 사업 추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카드사가 VVIP 카드 고객을 많이 확보할수록 주요 가맹점과 제휴 시 우월한 협상력을 쥐게 된다.
높은 구매력을 가진 VVIP 카드 고객은 가맹점에서도 환영받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양면 시장 구조인 신용카드 산업에서 VVIP 고객이 많을수록 가맹점과 관계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VVIP 카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마케팅 효과도 상당하다. 지난 2003년 정태영 부회장이 취임하기 전만 해도 현대카드는 '현대자동차 직원만 쓰는 카드'라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시장점유율이 1.8%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 부회장 취임 후 현대카드는 2005년 국내 최초로 VVIP 카드인 더 블랙 시리즈를 론칭했다. 이후 빅뱅 지드래곤부터 방탄소년단 진까지 최정상급 스타들을 고객으로 유치하며 인지도를 키웠다. 단순히 VVIP계의 '넘버 원' 카드사를 넘어 삼성카드와 2~3위를 다투는 카드 회사가 됐다.
아직까지 국내 카드시장에 현대카드 더블랙을 대적할 만한 강자가 없는 만큼, 앞으로 카드사들이 VVIP 카드 사업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