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공사와 예금보험공사, 기술보증기금이 올해 새로운 CEO를 선임한 가운데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수장 후보자를 아직 물색 중이다. 신용보증기금은 윤대희닫기윤대희기사 모아보기 이사장이 지난 6월 1년 연임이 확정돼 두 번째 임기를 보내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수장 공백이 길어질 때마다 ‘경영 불안정’ ‘방향 상실’ 등의 이유로 우려 목소리를 내왔다.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금융공기업이 늑장 인사로 당장 해야 할 사업이 늦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에도 올해 역시 몇몇 금융공기업의 CEO 공백은 길어지고 있다. 내년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임기를 못 채우고 교체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군다나 대표직에서 내려올 경우 다른 곳에 취업하는 문턱도 훨씬 높아진다.
이미 과거 몇 차례 대선 이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금융기관장이 교체된 전례가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금융권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및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부실 채권 위험 대응’ 및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금융 환경 적응’에 관한 세부 과제가 산적해 있어 금융공기업 수장 공백을 하루빨리 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이계문닫기이계문기사 모아보기 서금원장, 연임에 무게 실려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은 지난 10월 4일 임기가 만료됐지만, 후임 선임 인선 절차가 늦어져 직을 유지하고 있다. 두 기관은 지난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관장 모집 공고’를 홈페이지에 게재해 후보를 받았다.
하지만 입후보자 수가 적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서민금융을 다루는 주요 정책금융기관이라 정권 교체 영향도 비교적 많이 받는 데다 보수도 다른 금융권 대표직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성과급을 포함한 서금원장 보수는 2억6150만 원인 반면 금융 협회장 연봉은 4억 원대로 집계됐다.
서금원은 올해 초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후보자 서류를 접수한 뒤 면접심사를 거치고 서금원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복수의 후보를 선발하면 금융위원회가 최종 임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해당 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임추위까지 과정은 종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최소한 올해, 늦어지면 대선이 진행되는 내년 3월까지는 이 원장이 원장직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장직 자격요건은 서금원 업무 수행에 필요한 학식·경험이 풍부하고 능력을 갖춘 인물이다. 원장 임기는 3년이며, 1년 단위 연임이 가능하다.
이 원장은 지난 2018년 10월 서금과 신복위 수장을 맡은 뒤 바쁘게 두 기관을 이끌어 왔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정책금융 상품을 늘리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비대면 서비스 품질을 높이면서 경영 실적을 끌어올렸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서금원 대출 규모는 2016년 출범한 뒤 5년 만에 10배 규모 성장을 이룬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성과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원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역시 문성유 전 사장이 지난 10월 말, 임기를 1년여 남기고 공식 퇴임하면서 사장 공백이 한 달 반을 지나고 있다. 올해 5월 선임된 신흥식 신임 부사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이어가는 중이다.
사장 공모는 지난달 25일 마감했다. 임추위가 일주일 정도 제출서류를 기초로 서류심사를 마친 뒤 합격자에 한해 면접을 실시한다. 캠코 사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갖는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임추위에서 공모 후보군 가운데 복수 후보를 추천하고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
금융권에선 차기 캠코 사장으로 금융위원회나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가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된다.
이제까지 임추위가 구성돼 공모절차가 진행된 전임 사장들이 대부분 관료 출신이기 때문이다. 홍영만 23대 사장은 전 금융위 상임위원, 문창용 24대 사장은 전 기재부 세제실장, 문성유 25대 사장은 전 기재부 기조실장을 맡은 바 있다.
이에 더해 캠코는 금융위가 주무 부처고, 재부가 국유재산을 관리·감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캠코가 두 기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완전히 자유롭게 인사를 단행하기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용보증기금은 윤대희 이사장이 내년 6월까지 임기를 1년 연장한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역시 다가오는 대선을 앞두고 공공기관장 자리를 피하는 이들이 많아서 이뤄진 결정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 금융공기업도 ‘젊은 피’ 수혈
금융공기업에도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CEO부터 ‘젊은 피’ 수혈이 되고 있어 내년 인사 지형도 세대교체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새로 취임한 최준우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과 김태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행정고시 35회 동기다. 최 사장은 1968년생으로 만 53세, 김 사장은 1966년생으로 만 55세다. 두곳 모두 전임 사장과 다른 금융공기업 CEO들에 비하면 젊은 축에 속한다. 지난달 새로 선임된 김종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정윤모 전 이사장에 비해 두 살 많지만, 연임 중인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에 비하면, 13살이나 적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CEO 나이가 리더 자격에 있어 크게 좌우하는 요소는 아니지만, 젊은 CEO가 온 뒤 조직 내부적으로 MZ세대(20대~30대)와의 소통 폭이 늘어나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최근 젊은 층이 자신의 목소리를 과감히 내고,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보상받는 것을 원하다 보니 금융권에서 비교적 젊은 CEO가 많아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