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 상가 / 사진제공=상가정보연구소
정부의 아파트 중심 부동산규제가 강해지면서 대체 투자처를 찾는 수요가 상업용 부동산으로 유입된 것이 원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상업용 부동산은 아직까지 주택과 비교하면 전매가 자유롭고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2006년~2021년 5대 광역시 상업-업무부동산 거래량 / 자료제공=경제만랩
이미지 확대보기◇ 5대광역시 상업용 부동산 거래건수 역대 최고치...아파트 규제 반사효과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한국부동산원의 건축물 거래현황을 살펴본 결과, 올해 1~10월 5대 광역시의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건수는 5만 1151건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6년(1~10월 기준)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광역시의 상업·업무용 부동산의 거래건수 상승세는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0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차주단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규제가 시행돼 아파트뿐만 아니라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등의 비주택담보대출도 DSR 규제에 포함돼 막차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으로 눈을 돌려봐도 추세는 비슷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국 상업업무용 건물의 거래량(오피스텔 제외)은 17만1,212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최근 3년 중 가장 많은 수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7% 증가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1~9월 상업업무용 거래량은 12만7027건이었고, 2019년에는 10만106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이 기간 코로나로 내수경기가 위축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과다.
반면, 아파트 거래는 줄어들고 있다. 올해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94만2,931건으로 지난해 115만1313건보다 18%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다주택자를 겨냥한 규제 강화로 투자 수요가 상가 시장으로 쏠린 것으로 해석된다.
◇ 코로나에 무너진 자영업·리테일 상가, 누군가는 공실 쓸어 담았다
특기할만한 부분은 코로나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자영업이 무너지고, 이로 인한 상가공실률도 급격하게 치솟았다는 점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주가 됐던 명동은 중대형·소형 구분없는 손바뀜이 발생했다.
상업용 부동산 플랫폼 알스퀘어가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명동 소규모 상가(2층∙330㎡ 이하) 공실률은 올해 3분기 기준 43.3%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이전인 2020년 2분기만 해도 공실률은 0%였다. 불과 1년여 만에 한 집 건너 한 집이 비었다.
서울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광화문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19.3%를 기록해 전분기보다 15.0%포인트 치솟았다. 압구정(17.1%), 홍대·합정(24.7%), 이태원(18.0%) 등은 모두 20% 안팎의 공실률을 기록했다.
중대형 상가(3층 이상, 330㎡ 초과)도 다르지 않다. 명동(47.2%), 광화문(23.0%), 홍대·합정(17.7%), 혜화동(19.0%) 등 주요 상권이 모두 무너졌다.
이처럼 공실률이 늘고 상권이 무너진 틈을 타 규제가 덜한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이 대체 투자처로 상업용부동산을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구 공인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아파트는 매물도 없고 있더라도 거래가 잘 안되지만 요새는 상가를 거래하려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며, “지금은 코로나로 시기가 안좋지만 코로나 사태가 지나가면 다시 CBD를 비롯한 주요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