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 대표주관을 맡아 전통강자 빅3(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를 위협할 만한 대표 하우스로 떠올랐다.
미래에셋증권은 현대엔지니어링, SSG닷컴, CJ올리브영 등 다른 대어급 IPO(기업공개) 대표 주관사로 올해 ‘알짜 실속’에 이어 내년도 상위권 예약이 전망된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대형 트랙레코드(실적)를 바탕으로 상장 주관 경쟁에 참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 LG엔솔, 새해 ‘IPO 대어(大魚)’ 첫 타자
12일 IB(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일정은 2022년 증권사 IPO 리그테이블 순위 경쟁 전초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12월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해 설립된 2차전지(배터리) 제조업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2월 7일자로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2022년 1월 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대표 주관사는 KB증권이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는 GM(제너럴모터스) 전기차 화재로 일정이 지연되면서 ‘합리적으로’ 조정이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이 밝힌 총 공모주식수는 4250만주다. 주당 희망공모가액 범위는 25만7000원~30만원으로, 이에 따른 예상 시가총액은 60조1380억원에서 최대 70조2000억원 규모다.
최대 100조원까지 예상됐던 것 대비해서는 낮춰진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과 동시에 단번에 코스피 상위권에 등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NH, 한국 등 전통강자 빅3 증권사들이 모두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주관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점은 KB증권에게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KB증권은 2조원대 주관실적을 딜 하나로 쌓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는 국내 증권사 1위 대표주관 연간 실적도 넘볼 수 있는 막대한 규모다.
KB증권의 경우 ECM(주식자본시장)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기존 왕좌를 지키고 있는 DCM(채권발행시장) 커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보유하고 있다.
SK스퀘어가 출범한 이후 IPO 첫 타자로 지목된 원스토어는 2022년 상반기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스토어의 상장 대표주관사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쉴더스(전 ADT캡스)도 내년 상반기 증시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쉴더스는 원스토어에 이은 내년 SK그룹의 두 번째 IPO 주자로, 국내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 맡았다.
현대차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도 내년 코스피 입성을 추진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분(11.72%) 규모에 따라 일찍이 주목받았다.
국내에서는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이 현대엔지니어링 공동 대표주관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마트가 최대주주인 SSG닷컴, 그리고 CJ올리브영도 예상 기업가치가 수 조 원대에 이르는 내년 IPO 대어로 꼽힌다. 두 E-커머스 계열 기업의 국내 상장 주관사는 모두 미래에셋증권이 맡고 있다.
아울러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대형 강자들의 부재 속에 LG에너지솔루션 인수회사로 참여해서 ‘알짜 실속’을 노릴 수 있을 것을 점쳐진다. LG에너지솔루션에 참여하는 인수단 규모는 지난 2010년 5월 삼성생명(4조8881억원) IPO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마켓컬리, 또 신선식품 전문 오아시스는 상장 대표주관사에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공모주 열풍을 불러온 카카오 계열 상장도 이어진다. 증시 입성을 추진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장 대표 주관사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맡았다.
증권사들의 최종 주관 성적표는 예정된 딜을 제대로 완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슈퍼호황 ‘질주’에서 낙관론 ‘가뭄’ 이동
상장 주관 입지를 탄탄하게 다지기 위해서는 통상 빅딜(Big deal)을 수임해서 쌓는 트랙레코드(실적)가 이점이 될 수 있다.
다만 경쟁업계 IPO 주관사를 다소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신흥 강자들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다. 대어급 주관경쟁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플레이어 층도 두터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기본적으로 기업가치 산정 등에서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춘 증권사만 수혜도 입을 수 있다.
IPO를 타진하는 대어급 기업들이 많아 증권사들의 수익도 두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 시가총액이 수 조원에 달하는 기업 상장 주관 대가인 수수료 이익은 막대하다.
흥행할 경우 이른바 ‘성공보수’도 기대할 수 있다. 통상 조 단위 딜의 인수수수료는 기본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공모 흥행 여부에 따라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일반적으로 인수수수료는 인수 금액에 주관사와 발행사가 합의한 수수료율을 곱해 책정된다.
대형 딜에 참여할수록 증권사들은 보수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중형급 IPO를 단독으로 주관하는 경우 등에서 오히려 더 실속을 챙길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내년 IPO 시장 전망은 올해만큼 밝지 않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대거 풀린 유동성으로 증시 호황이 이어졌지만 최근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IPO에서 가격산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상장예비 기업 입장에서는 보수적인 밸류에이션 산정이 필수로 대두되고 있다.
공모주 투자에 나선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급적인 측면에서 의무보유확약비율 등을 챙길 필요가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장기간 의무보유를 확약할 경우 장기 시계에서 주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IPO 공모주의 수익률 추이와 시사점’ 리포트에 따르면, IPO 공모주의 누적 초과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핫마켓(hot market) 시기에 상장하는 IPO 공모주들이 상장일에 다소 높게 평가받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따라 장기수익률이 저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석훈 선임연구위원은 “IPO 시장이 이전보다 향상된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핫마켓일 때 공모주에 대해 막연한 낙관이나 기대보다 면밀한 평가와 분석을 기반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