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한국금융DB
삼성은 이번 투자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테일러 공장이 오는 2030년까지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 핵심 생산기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3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 존 코닌 상원의원 등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최종 선정 부지를 발표했다.
테일러시에 세워지는 신규 라인은 2022년 상반기 착공해 2024년 하반기 목표로 가동될 예정이다. 건설·설비 등 예상 투자 규모는 17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이다. 부지 규모도 기존 오스틴 공장의 4배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왼쪽부터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이미지 확대보기오스틴시는 기존 삼성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곳으로 테일러시와 함께 유력 후보지로 꼽혔다. 그러나 올해 초 오스틴시가 한파 영향으로 일방적으로 단수·단전 조치를 내리면서, 한 달가량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이에 삼성전자는 1분기에만 약 3000억~4000억 원의 손해를 봤다.
업계에선 오스틴시의 단수·단전 조치가 향후에도 발생될 가능성이 커 위험 부담을 안고 가기보다 기존 오스틴 공장과 가까운 테일러시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삼성전자는 테일러시 선정 이유에 대해 △기존 오스틴 생산라인과의 시너지 △반도체 생태계와 인프라 공급 안정성 △지방 정부와의 협력 △지역사회 발전 등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후보지 중 유일하게 세제 혜택 결의안을 확정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테일러시는 지난 9월 향후 10년간 삼성이 낼 부가세의 90%를 환급하고, 이후 10년간 85%에 해당하는 부가세를 환급한다는 내용의 인센티브 결의안을 승인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테일러시 등 지방정부에서 받는 전체 세금 감면 혜택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봤다.
또 텍사스 지역에는 다양한 IT 기업들과 유수 대학들이 있어 파운드리 고객과 우수인재 확보에도 많은 이점이 있다.
그는 이어 “텍사스가 첨단 기술분야의 리더는 물론 역동적인 경제 강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의 파트너십을 확대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
이미지 확대보기삼성이 신규 파운드리 공장 부지를 확정하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인 TSMC, 인텔과의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8%로 1위, 삼성전자가 14%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TSMC는 파운드리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를 공고히 하기 위해 최근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TSMC는 12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 중이다.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인텔도 지난 3월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고, 애리조나에 200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 두 곳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IT 기기용 전력 반도체와 통신용 반도체를 생산해온 기존 오스틴 공장과 달리 신규 공장에는 최근 수요가 높아진 AI(인공지능)·5G 등 첨단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해 신규 고객사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신규 공장에는 5G,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AI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라며 “이번 라인 건설로 기흥·화성-평택-오스틴·테일러를 잇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생산 체계가 강화되며 고객사 수요에 대한 보다 신속한 대응은 물론 신규 고객사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기남 부회장은 "올해는 삼성전자 반도체가 미국에 진출한 지 25주년이 되는 해로, 이번 테일러시 신규 반도체 라인 투자 확정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신규 라인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 인재양성 등 지역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