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거푸집에 또렷한 형상 재현을 거부하고 시간을 묶어둘 수 있는 기억속의 흔적을 제작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만들어진 기억의 단편에서 만들어진 시간 멈춤의 모양에 현실에서 알고 있는 모양새의 이름을 붙인다.
좌) 〈Flowing Memories _ horse〉, 800x200x1000mm, 알루미늄, 2021우) 〈Flowing Memories _ Drive I 〉, 160X80X1200mm, 알루미늄, 2021
이미지 확대보기작품마다 붙여진 명제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서동억의 작품에서는 모양을 따라가는 듯 하지만 모양이 아니라 모양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작품 속에서 실체를 가지고 있지만 모양이 지나고 있던, 지속적으로 행해질, 혹은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흐름’의 관계성을 알아차리는 것이 우선이다. 작가의 작품은 대체로 높은 가을하늘의 뭉게구름에 숨어있는 모양 찾기 놀이와 비슷하다.
<‘Flowing Memories _ horse>(2021)이 있다. 말이 아니라 말처럼 생긴 무언가이다. 작가는 거친 들판을 달리는 말의 유동의 순간을 부동으로 만들었다. 분명 멈춰 있지만 움직이는 듯한 말의 모습은 알루미늄 주물에 시간을 묶임당한 듯한 모습이다. 말의 달림과 비슷한 연장선으로 <Flowing Memories _ Drive I >(2021)도 같은 부동 안에 있다.
좌) 〈Flowing Memories _ Dancer〉, 460x490x600mm, 알루미늄, 2021우) 〈Flowing Memories _ Swimming〉, 700x700x110mm,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 2021
이미지 확대보기다음으로 <Flowing Memories _ Swimming>(2021)은 이번에 전시될 작품 중 유일하게 컬러가 있는 작품으로 작가가 물고기를 바라본 기억처럼 보인다. 물고기는 동그란 원 안에서 유유히 수영하고 있다. 꼬리 뒤로 이어진 물결은 물 속에서 자유로히 헤엄지는 모습을 묘사했다. 기억력이 짧디 짧은 물고기는 헤엄지며 매순간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추억이라 함은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돌이켜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추억은 찰나의 시간속에 지나간다. 그 찰나적 순간을 기록하고픈 욕망에서 비롯된 나의 작업은 매순간 변화하는 액체의 특성에 시간의 의미를 담아 추억속에 내재된 형상을 표현한다.”라고 언급했다. 작가가 잡아둔 추억을 우리는 작품을 통해 함께 공유하고 있다. 우리가 매순간 마주하는 찰나의 시간 속 추억은 무엇이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교류가 어려운 지금, 작가는 우리에게 어떤 추억을 기억하고 있고 어떤 추억을 만들어 갈 것인지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이창선 기자 lcs2004@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