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있는 우리금융지주 본점./사진=우리금융지주
이미지 확대보기우리금융은 지난 2001년 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적자금이 투입돼 지금까지 예보가 최대주주였다. 정부 목표대로 올해 안에 매각이 이뤄지면, 우리금융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지 23년 만에 민영화가 달성된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지난달 제190차 회의에서 예금보험공사로부터 ‘2021년 하반기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세부 매각 방안’을 보고받고 이를 심의‧의결했다. 이후 기존 과점주주 등 협의를 거친 뒤 공자위 의결에 따라 9일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매각’을 공고했다.
◇ 장기투자자 확보 위해 ‘희망수량 경쟁입찰’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달 3개월간 이뤄진 ‘블록세일(가격과 물량을 미리 정해 놓고 특정 주체에게 일정 지분을 묶어 일괄 매각하는 지분 매각 방식)’ 매각제한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 최대 10%를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방식은 ‘희망수량 경쟁입찰’이다.
장기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고 대량 지분을 매각해도 주가 하락이 발생할 우려가 낮다는 강점이 블록세일에 비해 크다는 이유에서다. 예정대로 경쟁입찰이 성사될 경우 할인율이 들어가는 ‘블록세일’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매각할 수 있어 공적자금 회수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다.
다만, 투자의향서 접수나 본입찰 단계에서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거나, 입찰가격 등이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희망수량 경쟁입찰을 중단하고 블록세일로 전환할 수 있다.
매각 물량은 총 10%, 최소 입찰 물량은 1%다. 원칙적으로 예정 가격 이상으로 입찰 가격을 제출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입찰가격 순으로 결정하지만, 과점주주 매각 특수성을 감안해 비 가격 요소도 일부 반영된다고 공자위는 설명했다.
매각 결과 낙찰된 투자자는 이사회 등을 통해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매각 인센티브는 ‘사외이사 추천권’이다. 4% 이상 지분을 신규로 취득하는 투자자들은 사외이사 추천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주주가 참여해도 동일한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정부는 1998년 외환위기 때 금융회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우리금융에 투입했었다. 이후 지분 매각 등으로 총 11조1000억원을 회수했고,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가진 우리금융 지분은 약 15%다. 이번에 10%를 매각하게 되면 예금보험공사는 국민연금(9.80%‧6월 말 사업보고서 기준), 우리사주조합(8.75%), 사모펀드(PEF) IMM PE가 만든 노비스 1호(5.62%) 보다 지분율이 낮아진다. 이에 따라 비상임이사 추천권도 상실한다.
현재 우리금융 주요 주주로는 대만 푸본금융그룹(4.0%), 한국투자증권(3.76%), 키움증권(3.76%), 한화생명(3.74%) 등이 있다. 이번 10% 매각을 통째로 가져가는 기업이나 PEF는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 이번 매각이 있기까지
정부는 그간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 지분을 블록세일과 경쟁입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매각해왔다.
이를 통해 ‘공적자금을 지속적으로 회수’(회수율 89.6%) 하고, ‘우리금융지주의 경영 자율성을 확대’(2016년 업무협약 해지) 했다.
예보 관계자는 “특히 지난 2016년 12월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29.7%를 과점주주들에게 매각함으로써 민영화가 더욱 진전되고 금융산업 발전에도 기여했다”며 “과점주주들의 보유지분이 예금보험공사의 잔여지분을 웃돌고, 과점주주들은 이사 선임을 통해 우리금융 경영에 참여함으로써 민간주주들이 경영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예보가 우리금융 최대주주로 남아있고 잔여지분 매각 시기가 시장 불확실성으로 작용함에 따라 지난 2019년 6월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우리금융지주 매각 로드맵’을 마련해 잔여지분 매각 방안을 발표했다. 대규모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희망수량 경쟁입찰’을 우선 실시하고, 유찰이나 잔여물량은 블록세일로 처리해 당시 갖고 있던 18.32%의 예보 잔여 지분을 2022년까지 모두 매각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 우리금융 잔여지분 매각을 추진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등으로 주가가 떨어지면서 매각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예보는 매각 여건이 여의치 않는 상황에서도 올해 4월 우리금융 잔여지분(17.25%) 중 2%를 블록세일로 매각했다. 당시에 지분 2%는 주당 1만355원으로, 1445만주에 해당해 1493억원 규모였다.
이번에도 지분 매각 작업의 성공 여부는 우리금융 주가 수준에 달렸다. 예보 입장에서는 우리금융 주가가 어느 정도 올라야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우리금융 적정 주가를 1만2000원 내외로 보고 있다. 실제 최근 3개월 우리금융 주가는 평균 1만1200원대에서 형성됐다. 다만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에 따라 9월 종료되는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등 금융 지원프로그램이 연장되면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019년 6월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우리금융지주 매각 로드맵’을 마련해 잔여지분 매각 방안을 발표했다./자료=예금보험공사
이미지 확대보기우리금융이 이번 매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사실상 완전 민영화’를 달성하게 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예금보험공사가 아닌 민간 주주가 최대주주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주주 중심 경영이 더욱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이번 입찰을 통해 예금보험공사의 지분율이 10% 미만이 되고, (국민연금을 제외하고) 최대 주주 지위를 상실하면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추천해 선임하고 있는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비상임이사를 더 이상 선임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적인 공적자금 회수를 통해 국민 부담이 줄고, 시장에서는 실질적인 완전 민영화를 계기로 우리금융 주가가 더욱 상승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번 입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예금보험공사는 소수지분만 보유하게 됨에 따라 사외이사 추천권이 부여되는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우리금융은 9일 매각 공고 이후 다음 달 8일 투자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하고 11월 중 입찰 마감과 동시에 낙찰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내 매각 절차는 종료된다.
본입찰에 참여하려면 반드시 다음 달 8일 오후 5시까지 LOI와 관련 부속서류를 갖춰 전자우편으로 접수해야 한다.
한편 시장에서는 우리금융 은행주가 우호적 환경 속 순조롭게 매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은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으로 4분기 순이자마진(NIM)이 3.26bp(1bp=0.01%포인트) 개선될 전망”이라며 “순이자이익도 740억원 증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민영화 길 트이면 M&A 본격화 전망
완전 민영화 길이 트이면 우리금융은 우선 공격적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간 지배구조상 정부 통제를 받는 상황이라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금융은 국내 4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증권과 보험 계열사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높은 수익성을 담보하는 벤처캐피탈(VC)도 필요하다. 우리금융은 이러한 문제를 자체적으로도 잘 알고 있다.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부문 전무는 지난 7월 상반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그룹과 가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증권 부문 M&A를 우선 추진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금융의 이중 레버리지 비율은 100% 수준으로, 금융지주사 평균(120%)보다 낮다. 이중 레버리지 비율은 자회사 출자 금액을 금융지주사의 자기 자본으로 나눈 수치로, 낮을수록 자회사 투자 여력이 크다는 뜻이다.
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에 채워야 할 사업 포트폴리오가 많다는 점은 그만큼 우리의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의미”라며 “비은행 부문에 다방면으로 포트폴리오 확대를 모색해 그룹 성장 동력을 지속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공적자금으로 조여있던 날개를 ‘민영화’로 펴는 만큼 우리금융은 더 적극적인 경영으로 영업이익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빅테크와의 경쟁에 치열한 NH농협금융지주와의 4위 다툼까지 벌이는 우리금융이 민영화가 될 수 있을지, 된다면 어떤 행보를 펼칠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