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자동차 산업 변화와 함께 찾아왔다.
기후변화 대응이 당면한 과제로 떠오르며 내연기관차 중심의 성능 경쟁은 관심이 떨어진 반면 전동화 등 친환경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다가올 자율주행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과 커넥티비티에 기반한 혁신 기술력도 화두로 떠올랐다.
2010년대 중반 이후로 일부 자동차 기업들이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다.
작년 CES에서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영화 아바타를 모티브로 미래 콘셉트 전기차를 선보였다. 이 콘셉트카는 친환경 소재와 자연분해가 되는 배터리를 탑재했다.
대중차 브랜드들은 자동차 이외 유망한 신사업 분야로 진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하늘을 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진출을, 일본 토요타는 자율주행·개인모빌리티·수소 중심의 스마트시티 '우븐 시티' 건설 계획을 내놓았다.
모터쇼의 위상은 대규모 오프라인 모임이 제한된 코로나19가 닥친 2019년말 이후 더욱 추락하고 있다.
세계 5대 자동차 전시회로 꼽히는 프랑크푸르트·제네바·파리·디트로이트·도쿄 모터쇼 모두 행사 시기 조차 잡기 어려워하고 있다.
제네바모터쇼와 디트로이트모터쇼는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취소됐다. 하반기 예정됐던 도쿄 모터쇼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취소됐고, 파리모터쇼 개최 여부는 불투명하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흥행 부진 만회를 위해 올해부터 뮌헨으로 자리를 옮겨 개최한다. 지난 2019년 행사는 기아·토요타·닛산·푸조·볼보 등 20여개 기업이 불참했고, 관람객도 56만명으로 4년만에 절반 가까이 줄은 바 있다.
그렇다고 자동차 시장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중국에서는 상하이 모토쇼가 열렸다. 코로나19 속에서도 벤츠, BMW, 현대차, 기아, 토요타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참전해 신형 전기차를 공개했다. 이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이 핵심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온라인 창구가 전통적인 모터쇼를 대체하고 있기도 하다.
전기차 1위 기업 테슬라는 자체적인 배터리데이와 AI데이를 잇따라 열며 자사 기술력과 비전을 자랑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SNS를 홍보 채널로 적극 이용한다. 최근 폭스바겐과 포드 등 기존 기업들도 이 같은 선례를 따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는 11월로 연기된 서울모터쇼를 앞두고 업계 고심이 깊다. 쌍용차·한국GM·르노삼성 등 국내 제조사들이 경영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미 다수 수입차 업체들이 불참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모빌리티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높다. 업계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미래 이동수단으로 변화해가는 트렌드를 고려한다면 모터쇼도 새로운 위상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