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이미지 확대보기제 20대 대통령선거가 약 21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대선주자들의 부동산공약들이 하나 둘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4월 있었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여당 후보들은 대체로 ‘공공주도 공급 확대’에, 야당 후보들은 ‘시장주도 재개발 및 규제 완화’에 방점을 찍고 있어, 사실상 4월 선거공약의 재림 양상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 여권 주자 대다수 ‘공공주도 공급확대’ 강조…“현실성 떨어지는 재탕정책” 비판
여당 후보들은 문재인정부가 만성적인 부동산정책 실패로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을 의식이라도 하는 듯, 1호 공약으로 일제히 부동산 관련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여야를 포함한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1~2위 자리에 꾸준히 자리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내놓은 1호공약 역시 부동산 관련 내용을 포함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3일 임기 내 ‘기본주택 100만호’를 포함한 총 250만호 공급에 나서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재명이 제시한 ‘기본주택’이란 중산층을 포함한 무주택자들이 건설 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역세권 등 좋은 위치의 고품질 주택에서 30년 이상 살 수 있도록 하는 주택으로, 문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공공주택’과 큰 궤를 같이한다.
마찬가지로 여권의 유력후보인 이낙연 후보는 4일 “경기 성남에 위치한 서울공항을 스마트 신도시로 재탄생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서울공항 기능은 김포공항으로 이전하고 이 자리에 3만 가구 규모 공공주택을 공급해 약 10만 명 수준의 제2 판교·위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도 일정규모 이상의 택지소유를 제한하는 ‘택지소유 상한법’, 개발이익 환수법 개정, 유휴토지 과세 강화 등의 ‘토지독점규제 3법’ 등도 제시했다.
이 밖에 정세균 후보는 공공임대 100만 채와 반값 이하 공공분양 아파트 30만 채 공급을, 추미애 후보는 지대개혁을 통한 부동산 문제 해결안을, 박용진 후보는 건설원가 수준의 주택공급을 각각 제시했다.
다만 여권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들은 기존에 정부가 내놓았던 부동산정책과 큰 줄기가 다르지 않고, 그간 나왔지만 모두 무산되거나 실패했던 정책들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호응을 얻고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기본주택·청년주택·행복주택이니 이름만 바꿔달아봤자 모두 공공이 주도하는 방식의 주택공급이라는 점에서 기존에 나왔던 정책들과 다를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후보가 제시한 서울공항 기능 이전 및 토지독점규제 3법에 대해서도 “설령 당선이 되도 임기 안에 처리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언급하며, “공항이전의 경우 안보 문제나 보상 문제가 발목을 잡아 준비에만 최소 10년 정도는 기간이 필요할 것이고, 독점규제 3법에서 위헌적 요소가 사라졌다한들 사유재산 침해 등의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주택을 옥죄서 부작용이 나타났듯 토지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는 생각을 밝혔다.
◇ 야권, 규제 혁파·시장주도 부동산 정책 강조…내부당쟁 격화 속 구체적 공약 부족 우려
야권 역시 4월 보궐선거 때와 비슷하게 주로 규제 혁파와 민간주도 재개발에 방점이 찍힌 공약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4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념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인 게 지금과 같은 부동산 지옥을 만들어낸 원인”이라며 “민간 주도로 주택을 공급하고 양도세와 보유세를 완하해야 한다. 정부가 하는 것과 반대로만 하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발언했다.
10일 최재형 후보는 자신의 SNS 계정에 “공공이 아닌 시장이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며, “재건축안전 진단 등 까다로운 규제만 완화해도 서울시내 새 아파트는 빠른 시간 내에 충분히 공급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다주택자들이 보유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양도소득세율을 인하해야 하며, 적어도 1주택자의 보유세, 양도소득세 부담은 대폭 완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후보는 지난달 14일 ‘희망사다리 주택공약’을 제시했다. '공급을 크게 늘리고 부동산세금은 크게 줄여서' 집값과 전월세를 안정시키고 국민들의 부동산세금 고통을 줄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유 후보는 신도시 건설보다는 기존 도심의 재개발, 재건축을 촉진하기 위하여 서울과 외곽도시들의 용적률 규제를 대폭 완화. 서울의 경우 용적률을 400%까지 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임대차3법 폐지와 2030 생애최초 내집마련을 위한 주택 금융규제 완화, 부동산공시가격검증원 신설 등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야권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으며 유력 후보로 평가받고 있는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전 검찰총장은 현재 부동산공약과 관련한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다만 그는 몇 차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용적률 완화·세제 완화 등 규제를 혁파해 공급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야권 주자들의 공약 역시 새로운 내용보다는 기존에 나왔던 내용들의 반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경선 과정에서의 내부 당쟁이 격화되며 공약보다는 신경전 양상만 펼쳐지고 있다는 점 역시 우려를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권 유력 후보로 꼽히는 윤석열 후보와 최재형 후보는 관료로 지낸 기간이 길어 정무감각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