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지난 1일 녹색기후기금(GCF·Green Climate Fund)으로부터 ‘기후기술 보유기업 해외 진출 지원 프로그램’을 위한 사업 준비 자금(PPF)을 승인받았다.
사업개발 비용은 120만달러(약 14억원)으로, 개발도상국의 기후기술 개발과 기술사업화를 통해 스타트업을 돕는 데 쓰일 예정이다.
기후기술 보유기업 해외 진출 지원 프로그램은 국제연합(UN)이 주도하는 기후 변화협약 기술집행위원회(TEC)의 권고에 따라 GCF가 처음 시도하는 개발도상국 기후기술 개발·이전 사업이다.
산은이 GCF 이사회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은 것은 지난 2016년 국내 최초로 GCF 이사회 인증 기구로 승인받은 뒤 5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GCF 인증 기구는 GCF와 함께 개발도상국 내 기후 변화 대응 사업을 공동 추진하는 기관으로, 현재 산은은 포함해 전 세계 103개 기관이 등록돼 있다.
산은 관계자는 “기후기술 보유기업 해외 진출 지원 프로그램을 위한 사업 준비 자금 공식 승인은 산업은행과 녹색기후기금, 양 기관 대표의 강력한 협력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내년 GCF 이사회 승인을 목표로 1억 달러(1136억원) 규모 ‘기후펀드 조성’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유망 기후 기술기업의 신남방 국가 진출을 지원하고 기후 금융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이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말 글로벌 협의체 ‘2021 P4G(녹색 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서울 정상 회의’ 녹색금융 특별세션에서 “2차 전지·반도체·그린 에너지 등 녹색 신산업 분야에 향후 5년간 14조원 이상의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은 글레마렉 GCF 사무총장과 별도 면담까지 가지며 녹색금융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의 저탄소 전환을 위해 양 기관 간 파트너십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산업은행과 GCF가 투자하고자 하는 나라는 대부분 UN 기준으로 개발도상국이다. 그만큼 정책이나 투자 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
산은 관계자는 “올해는 파리기후협정 이행이 공식 발효되는 첫해이고 글로벌 기후 변화 대응의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시기”라며 “P4G 정상 회의, 기후 정상 회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등 국제적으로 치열한 기후 외교 경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산은의 사업 추진은 우리나라 글로벌 기후 금융 리더십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산은은 지난 4월 탄소 감축 상품인 ‘KDB 탄소 스프레드’를 출시하는 등 산업계 저탄소 전환도 지원하고 있다.
KDB 탄소 스프레드는 ▲운영 규모 5조원 ▲최고 금리 우대 1% ▲최장 10년 만기로 운영되는 특별 상품이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 대한 외부 전문기관의 평가를 근거로 금리 혜택을 준다. 산은은 KDB 탄소 스프레드 출시 이후 3개월간 5개 기업에 총 2270억원을 지원했다.
산은의 녹색 금융 행보는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데 있어 사회적 의의가 크다. 기후 위기는 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기 연준 의장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 라엘 브레이너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는 지난 3월 연설문을 통해 “기후 변화는 금융산업 밖에서 발생하지만, 금융업종 내에서 느낄 수 있는 다른 종류의 충격과 유사하다”며 “금융시장은 기후 변화 도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