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 사옥.
이미지 확대보기◇ 제재심 장기화…반년 넘게 금융위 정례회의 상정 못해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4일 열린 올해 상반기 마지막 정례회의에서 라임펀드 판매 증권사에 대한 제재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해당 징계는 금감원 제재심 이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와 소위원회, 정례회의를 거쳐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앞서 증선위는 지난 2월 8일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에 대한 과태료 부과 조치안을 의결했다. 조치안 확정 후 넉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최종 결정인 금융위 정례회의에 상정조차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이들 증권사 CEO에 대한 징계는 올 상반기 중 확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원회(제재심) 이후 7개월 넘게 진전이 없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제재안이 법적으로 적법한지 살펴보기 위해 안건을 두고 금감원 측과 소위원회를 진행한다. 실제로 지금까지 라임펀드와 관련해 7차례 이상의 소위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안이 중대한 만큼 논의가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라임 판매 증권사와 금감원 양측 의견을 모두 듣는 대심제에서 CEO 징계 수위를 두고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나재철닫기나재철기사 모아보기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와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김형닫기김형기사 모아보기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등에 ‘직무정지’ 중징계를 결정했다.
아울러 박정림닫기박정림기사 모아보기 KB증권 대표와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에는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김성현닫기김성현기사 모아보기 KB증권 대표와 김병철닫기김병철기사 모아보기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에는 ‘주의적 경고’의 경징계를 내렸다.
중징계를 받으면 해당 CEO는 연임이 제한된다. 문책경고는 향후 3년간, 직무정지는 4년간 금융권 취업을 제한받는다.
◇ “내부 통제 책임” vs “과도한 징계” 이견 팽팽
감독당국과 증권사들은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 수준을 놓고 의견 차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24조에는 금융회사는 주주와 이해 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할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금감원은 이 법을 근거로 경영진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증권업계는 금감원 측에서 제시한 내부통제 관련 규제로 경영진을 제재하는 것은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해당 규정은 내부 통제 기준을 만들라는 의무일 뿐, 금융 사고가 발생했을 때 CEO에 대한 직접적인 징계 이유는 되지 못한다고 맞서고 있다.
무엇보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해당 CEO는 연임이 제한되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징계 수위 낮추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금감원을 상대로 제기했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와 관련한 법원 판결 이후 라임 사태 CEO 제재를 확정할 거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해 초 DLF 판매사인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및 그 경영진에 ‘내부통제 마련 미흡’으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하지 못했다며 중징계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측은 이에 불복해 징계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오는 7월 말~8월께 1심 선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금융위가 금감원의 안대로 중징계를 최종 확정한 이후, 추후 DLF 행정소송에서 판매사들에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경우 금융위는 자칫 난감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라임 판매사 CEO들도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홍승빈 기자 hsbrob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