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은 적자와 외부 투자에 의존하는 플랫폼 스타트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을 한 방에 날려 버렸다.
무신사, 마켓컬리와 같은 선두권 플랫폼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는 수조원으로 급격히 상승되고 있으며, W Concept이나 지그재그의 경우처럼 패션 플랫폼들에 대한 활발한 M&A 움직임도 가시화 되고 있다.
그동안 시장규모의 한계로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디스카운트되던 국내 플랫폼 스타트업에 대한 평가가 재고되고, 혁신성과 미래 성장성을 주목한 해외 투자자들의 대형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 19로 촉발한 변화는 방향이 아닌 속도의 문제’라는 정설이 가장 명확하게 작동하고 있는 영역이 유통산업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19가 시작된 작년 한해 동안, 최근 3~4년에 걸쳐 나타났던 커다란 변화들을 단 1년만에 우리 모두에게 반강제적으로 경험하게 하였다.
결국, 기술 발전에 따른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와 세기적인 코로나 19위기는 유통 산업을 부동산, 물류, 광고, 금융 등 주변 산업과 화학적 결합을 촉진했고, 소위 ‘뉴커머스(New Commerc e)’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이 급격한 변화의 중심에 쿠팡과 같은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혁신적 플랫폼 스타트업들의 폭발적 성장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필자는 무신사, 마켓컬리, 스타일쉐어, 에이블리, 직방 등 O2O와 플랫폼 중심의 스타트업에 오랫동안 투자하며, 플랫폼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초기부터 지켜보았다.
기술적 요인에서 하드웨어(스마트폰의 대형화), 인프라(5G), 솔루션(인공지능·빅데이터) 등 핵심 요소에서 혁신적 기술 발전이 이루어졌으며, 이것은 전통적인 유통 산업을, 오프라인에서 PC기반으로, 그리고 모바일 기반으로 급격히 발전시켰다.
더욱,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증강현실(AR, 가상현실 (VR), 로보틱스 등과 같은 기술 발전은 온/오프라인, 커머스/미디어, 오픈/특화 등 기존의 경계선들을 순식간에 무너뜨리고 있다.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글로벌 선두 업체들은 유통 산업 내에 핵심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런 변화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다.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코로나 19라는 세기적 위기는 대면 위주의 산업구조를 비대면 위주로 혁명적으로 변화시켰으며, 백신보급으로 코로나19 위기가 극복되어도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런 거대하고 급격한 변화 속에서, 5조원대의 막강한 공모 자금을 확보한 쿠팡, 검색을 기반으로 강력한 선두 위치를 공고히 하는 네이버와 같은 오픈 영역에서, 신생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초강자들과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향후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MZ세대, 문화와 미디어의 변화를 기반으로, 중고거래, 온라인 명품, 라이브커머스, 미디어커머스, 인테리어 플랫폼 등 특화(Vertical) 영역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당근마켓(우리동네 중고 직거래), 버킷플레이스(오늘의 집), 블랭크코퍼레이션(미디어커머스), 트랜비(명품 플랫폼), 스타일쉐어(스쉐라이프) 등과 같은 뛰어난 혁신형 플랫폼 스타트업을 만나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이들은, 초기에 고객 트래픽을 확보하고, 판매자(Seller)를 유인할 수 있는 ‘킬러 포인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플랫폼의 핵심을 꿰뚫어 보는 창업자들이 주도한다. 이들이 미래의 전쟁터에서 승자가 될 것이다.
벤처캐피탈들(VC)도 유망한 플랫폼 스타트업들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외 VC의 대형 투자가 전자상거래 분야에 집중됐다.
국내의 경우도 총 4조원대의 VC 투자 중, 유통, 서비스, 컨슈머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가 35~40% 정도로 추산된다. VC들도 지속적으로 중고거래, 온라인 명품, 라이브커머스, 미디어커머스, 인테리어 플랫폼, 뷰티 영역 등을 주목해서 볼 것이다.
쿠팡이 100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겨우 10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은 이 시장이 대기업이나 기존의 강자가 독식하는 곳이 아니며,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이 무척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을 놀라게 할 수 있는 혁신적인 플랫폼 스타트업들의 창업과 도전을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